<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별점: ★★★☆

 

요즘도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곤 하나? 더구나 실수가 아닌 간호사의 고의로 그렇게 됐단다. 아기가 태어난 것을 너무 기뻐하는 게 화가나서. 그런다고 아이를 바꿔치기를 하냐? 

그런데 그 간호사 운도 좋다.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원하면 벌을 받게 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 료타가 이를 취하한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이나 이슈없이 이 잘못된 운명을 긴 시간을 두고 바꿔놓는 것에 집중을 한다. 아이가 받을 충격. 부모의 마음, 바뀐 아이의 상대 부모와의 관계를 별 무리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새삼 잘 사는데 형제가 없는 집과, 못 사는데 형제가 많은 집 어느 집이 자신이 크는데 유리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는 거기까진 다루지 않고 온전히 부모의 마음, 심리 묘사에만 집중했다. 

나중에 료타의 아내가 자신의 아인 줄만 알고 키웠던 아들 케이타가 원래의 부모에게 가고, 자신이 케이타를 점점 잊어가고 있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는 장면에서 공감이 갔다. 원래 자신의 아이를 찾았음에도 좀처럼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게 괴로워도 하고. 역시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 더 앞서는 법일까?

조금은 지루하지만 폭풍 같은 사건을 이렇게 잔잔하게 그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은데, 황금종려상인가 뭔가 하는 상을 받았다. 그 연출력이 대단하다 싶다. 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사전>  ★★★☆

 

가끔 그런 사람이 있긴 하다. 샌님 같이 조신하고, 얌전해서 남이 잘 안 할 것 같은 일을 스스럼없이 해 내는 사람. 그런 사람 보면 묘하게 끌리긴 한다. 나에겐 별로 없는 재주라 그런가.

 

사전 편찬의 작업이 이렇게 지난한 작업일 줄은 이 영화를 보기 전엔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요즘 같이 인터넷 전자 사전이 있는데 종이사전이란 얼마나 가치없는 일일까? 남이 알아주건 말건 의미 있다고 생각한 그 일에 무려 17년을 바친 사나이의 이야기다.

 

그동안 어렵게 하숙집 주인 딸과 결혼을 했고, 자신과 같이 일했던 편찬진들 바뀌고 갈리는 걸 봐야했고, 자신의 상사가 죽는 것도 봐야만 했다. 그동안 새로 생긴 단어들을 편집해 넣고, 작업이 끝나는 날 파티도 한다. 참 조촐한 파티다. 

 

한 작가가 17년 동안 소설을 써서 세상에 내놨다면 역작이니 하며 추켜세울 텐데 그러기도 뭐하다. 도무지 뭐가 행복한 사전이란 말인가. 

확실히 인간의 언어는 진화의 진화를 거듭한다. 예전엔 듣보 보도 못한 단어들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가? 은어 같은 단어가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드는 걸까 살짝 아쉽기도 했다.

 

오늘 뉴스를 보니 표준어 13개를 추가 시켰단다. '삐지다'(삐치다), '딴지'(딴죽), '개기다'(개개다), '허접하다'(허접스럽다) 등이 포함됐다는데 나머진 또 뭔지 모르겠다.

새삼 사전편찬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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