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 연애, 결혼, 섹스에 관한 독설과 유머의 촌철살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독설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때론 내가 하고 싶은 말 또는 나의 가려운 데를 긁어줘서 시원할 때가 있다.  하긴,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라고 내 입 가지고 내가 말하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것이 남을 비방하거나 모독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도 들어 줄만은 하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 없이 말하고 그것에 동의를 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 것 또한 독설이라 할 것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의 영화배우겸 감독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영화가 독특하고 엉뚱하기도 해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은 간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고 해서 마음이 동했다. 보다시피 책 띠지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작정하고 얘기한 기타노 다케시의 19금 토크'라고 되어 있다.  앞서도 밝혔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한 건 19금 토크 때문이  아니라 기타노 다케시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솔직히 19금 토크라는 것도 말 그대로 19세 미만의 아이들 때문에 붙여진 거지 그다지 야하다고 할 것도 없다.  윤리나 도덕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로 따질 것도 없다. 그냥 그 생각의 독특함이 나쁘지 않고, 어느 부분에선 내가 생각하는 것과도 맞는 것 같아 흡족하기도 했다. 

 

예를들면,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끼리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말에 반기를 든다.

부모와 자식 사이나 부부 사이에 비밀이 있으면 안 된다니...... 미인과 마찬가지로 비밀이 있어야 그 사람이 더 대담해 보일 때가 있다. (148p)

 

나도 그것엔 동의를 한다. 아니 어떻게 비밀이 없기를 바라겠는가?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같이 방 한 칸에서 복닦거리며 살면 그럴수도 있겠지. 하지만 요즘 같이 각방을 쓰는 세대에서 그게 가능하겠는가?


그건 또  가족 화목의 신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언젠가 이것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그건 매스컴의 조장이 농후한데, 자꾸 매스컴에서 가족 화목, 가족 화목 떠드니까 그렇지 못한 가족은 더 비참해지고 소외되고, 고독해지는 것이다.  물론 가족이 화목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다수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결코 기죽지 않고 자살하지 말고 꿋꿋하게 잘 살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그것은 또 나라의 경제적 현실과 비례하기도 한다.  가족들 모두가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잘 살면 화목하게 지낼 여지가 많아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라의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도 가족 모두가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요즘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소득 불균형, 불평등을 논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 가족 모두가 이런 것을 겪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당장 돈을 잘 버는 형제가 있고, 못 버는 형제가 있는데 서로 비교될 건 뻔하고 그것 때문에 의가 상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다고 불행해 해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누군들 화목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잘 살아 남아야 한다. 그것이 남는 거다. 그러다 보면 화목하게 살 수도 있고, 못 살 수도 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이렇게 쓰다보니 나도 본의 아니게 독설 좀 했다. 이렇게 우리 삶에 독설이 필요한 건 옳은 것과 그르다를 떠나 이렇게 너무 경도된 인식에 조금의 숨통을 트기위한 일종의 조미료 같은 것은 아닐까?

 

 

이 책은 띠지가 말해주는 것처럼 연애, 결혼 다시 말해서 남녀관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읽으면서 맞다고 끄덕거리는 것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남자의 밝힘에 대해 너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뭐 남자가 썼으니까 그럴만도 하겠지. 그런데 난 남자가 안 되 봐서 잘 모르겠지만 남자의 성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 선인지를 잘 모르겠다. 남자들 중엔 생각 보다 아닌 사람도 의외로 많고, 여자들이 성에 소극적이라고 하는데 의외로 적극적인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를 연구함에 있어서 예전엔 서로 다른 것에 집중을 했다면, 요즘은 남자와 여자가 같은 것이 무엇이냐를 연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가치들을 극대화시켜 좀 더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고 하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기타노 다케시도 다소 구세대적이란 그것에서 아주 많이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무엇보다도 책 후반에 이 남자의 돌직구 상담이 마음에 든다. 

예전에 나도 상담학을 공부한 적이 있지만 그때 내가 배운 상담의 정의는, 내담자는 자기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담자가 답을 찾을 때까지 상담자는 기다려주고, 인내해주고, 내담자가 무슨 말을하든 들어주라는 것이다. 그때는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맞는 것도 같아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러다 속터져 죽는다. 그렇다고 나중에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이런 걸 꼭 해야하나? 기껏 들어 주고, 인내해 주고 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받고. 그런데 한 술 더 떠 그게 또 정상이고, 상담을 잘 하는 것이란다. 환장할 일이지. 


내담자도 처음엔 상담자에게 뭐 좀 도움 좀 받을까 해서 찾아 가지만, 알듯 모를 듯한 반응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 결국 찾는 게 점집이다.  내담자는 듣고 싶은 말이 딱 한 가진데 그걸 상담자에게서 듣지 못하고 웬 사이비 점장이한테서 듣는다서야 상담이 어찌 밥먹고 살겠는가? 


그런데 다케시에게 누가 자식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을 안 듣는다고 상담을 해 온다. 그러면 그는 그냥 그 자식 버리라고 말한다. 자식은 버려야 자기네들이 알아서 살 길을 개척하고 강하게 살아 남고 그 부모도 산다고 한다. 솔직히 들으면 속이 시원한 말 같지만 정말 그렇게 하고 안하고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다. 다케시의 말을 듣다 자식으로부터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숨통 트고 살고 싶고 그 순간만큼은 좋았어 하면 잘 살았던 것이고, 내가 난 내 자식이니 끝까지 돌봐야지 하고 참는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던 지난 토요일 아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작은 아이가 고3인데 바로 어제 계단에서 굴렀다는 것이다. 뼈가 부러졌는데 일주일 동안 그 아이의 등하교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푸념이다. 그녀는 자신도 몸이 안 좋아 힘든 판국인데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언제까지 자식들 뒷치닥거리나 하며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짓는다. 그때 난 바로 이 책 이야기를 해 줬다. 그녀가 과연 이 책에 나와 있는대로 하겠는가에 물음표를 달 수 밖에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자식에게 어느 정도 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조그만 단초 하나는 던져 주지 않았을까?

 

특히 다케시는 자기 아이가 도색 잡지를 보고 있으면 마구 패주겠다고 했다. 그건 단순히 아이가 도색 잡지를 봐서가 아니다. 그것을 모르게 봐야하는데 드러내놓고 봤기 때문이다. 난 거기서 빵 터졌다. 역시 다케시 했다. 

 

그렇다고 돌직구 상담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기는 하다. 예를 들면 이 책에 나오는, 어떤 여자가 자기 보다 15살 어린 남자고 사귀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할까요란 질문에 나 같으면 어떻게 상담했을까? 참, 능력도 좋습니다. 뭐 그랬을까? 그리고 할 말이 없다. 평생 그렇게 어린 사람을 사귀어 봤어야 뭔 말을 해 주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남자 다케시는 헤어지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가 참 타당해 보인다. 그건 책을 읽고 확인해 보도록.

 

요는 돌직구 상담은 인생 경험이 풍부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15살 어린 사람과 사귀어 보고 상담을 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이 사람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벼라별 일을 다 보고, 듣고, 경험한지라 그만큼 들려줄 말이 있다는 소리다.  참고 삼아 들을만 하다는 말이다. 거리낌 없이 얘기해 시원하기도 하고. 웃음도 난다. 

 

그냥 낙서처럼 혼자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말이 대부분인데 제법 곱씹을 요소가 있다. 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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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0-2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뚜렷하게 선 아저씨이니
영화도 `굵고 짙게` 찍는구나 싶어요.
참으로 씩씩한 분이라고 느껴요,
기타노 다케시라고 하는 분~

stella.K 2014-10-22 19:26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십니다.
그렇죠?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개성이 있어
나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것도 자유로운 것 같아 부럽기도 하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