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중의 삼국지

본 삼국지
나관중·모종강 지음/라동혁 옮김/금토/각권 9500원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삼국지’ 전편(全篇)을 다 읽어보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던 독자라면 휴가야말로 참으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삼국지’를 읽어야 하나?

행여 오래 전 읽다 만 삼국지에서 유비가 황하에서 차를 사오다가 황건적에게 잡히는 장면이 기억난다면 십중팔구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의 각색본을 베낀 책이었을 것이다. 유명 작가의 이름이 돋보이는 국내 번역본이라고 해서 반드시 충실한 번역일 수는 없다. 120회(回)로 이뤄진 원 체제를 따르지 않고 군데군데 살을 붙이거나(박종화 역본) 시작 500장 가량을 마음대로 지어내고 제갈량 사후엔 3분의 1로 축소하는(이문열 역본) 베스트셀러들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본(本)’이라는 글자를 달고 나온 이 새 번역본은 우선 역자부터가 당혹스럽다. 리동혁. 1967년생 연변 출신 조선족 작가이니 솔직히 독자의 믿음이 가기가 쉽지 않다. 꽤 수준 높은 삽화와 지도, 자세한 해설이 곳곳에 삽입돼 있지만 지나친 친절이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일단 본문을 읽기 시작하면…. 그렇다. 이제 감동할 차례다.

사실 국내에도 ‘삼국지’의 완역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구용(솔), 황병국(범우사), 정소문(원경) 등의 번역본들이 그것. 하지만, 그 어느 번역본도 모종강본을 기초로 12가지 고대 판본을 비교해가면서 옛 나관중본에서 삭제된 부분까지 되살린 책은 없었다. 그것을 해낸(정말 그 혼자서 다 했다면 놀라운 일이다) ‘완역본’인 이 책은 인명이 지명으로 바뀌는 등 기존 번역의 숱한 오류까지 바로잡았다. 2년에 걸친 윤문과 교열 덕인지 문장도 간결하고 쉽게 읽힌다. 분명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만약 단 한 종류의 ‘삼국지’만 읽어야 한다면, 지금으로선 바로 이 책이라는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5-07-22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어보고 싶어지네!

잉크냄새 2005-07-2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는 종류가 많아서 어떤 것을 읽어야할지가 항상 걱정스러운 소설이죠.

2005-07-23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5-07-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을 줄 알았는데...신중해야겠군요.

팰퍼틴 2006-03-0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기만 하구만. 지워진 댓글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