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보물 없는 보물섬

건강 챙겨주는 약선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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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등 각종 한약재를 넣은 닭백숙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보양을 위해 삼계탕을 먹고, 산모가 산후 조리를 위해 잉어나 가물치를 고아 먹는 등 나름대로 독특한 약선 요리 문화를 이어 왔다. 심지어는 산초밥이나 포공영밥 등을 지어 먹음으로써 질병을 물리치기도 했다.
서울의 약선 요리 전문점 디미방은 그런 전통을 이어받아 다양한 약초 요리를 제공한다.


약선(藥膳) 요리란 약효 높은 식품을 잘 조합해 만든 전통 건강식을 말한다. 그것을 먹으면 별도로 약을 먹지 않더라도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영양학적 가치 외에 식품에 숨어 있는 약용 가치도 함께 중요시하는 점이 일반 요리와 다르다. 때에 따라서는 이를 한방 요리나 약초 요리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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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약초를 이용해 차린 밥상


약선 요리의 기원은 중국의 『황제내경소문』(皇帝內徑素問)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전국시대에 출간된 이 책에는 약선 음식으로 치료하는 약방문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이외에도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의 음식 요법에 관한 다양한 기록이나 당나라 때 나온

『보양방』(補養方)의 기록 등으로 미뤄 볼 때 중국인들의 약선 요리 역사는 꽤 깊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요즘 약죽이나 약선 요리 전문점들이 성업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보양을 위해 삼계탕을 먹고,

산모가 산후 조리를 위해 잉어나 가물치를 고아 먹는 등 나름대로 독특한 약선 요리

문화를 이어 왔다. 심지어는 산초밥이나 포공영밥 등을 지어 먹음으로써

질병을 물리치기도 했다.

산초밥은 익지 않은 산초 열매를 넣어 지은 밥이다. 이를 먹으면 결막염이나 다래끼의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포공영밥은 민들레와 표고버섯, 은행 등을 재료로 해 짓는데, 민들레의 쓴맛이 위액 분비를

활성화시켜 위장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런가 하면 통풍의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치자팥죽을 쑤어 먹기도 했고,

저혈압인 사람이 몸을 따뜻이 하고 피가 잘 생성되게 하기 위해 들깨인삼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이밖에 산약군만두, 산사죽, 미꾸라지보양죽, 뽕잎칼국수 등을 만들어 먹는 등 약선 요리를

생활에 이용한 예가 적지 않다.

주식뿐 아니라 약차와 약술도 다양하게 만들어 마셨는데 이러한 약선 음식을 소개한 기록이나

책자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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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초모듬전은 함초와 표고, 단호박 등을 들기름에 튀겨 만든다.


그러나 우리의 약선 음식들은 삼계탕처럼 대중화한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 정 먹어야 할 경우는 시장이나 한약방에서 직접 재료를 사다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것이 약선 요리 집들이 대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 중국의 모습과 다른 점이다.

우리에게도 약선 요리를 소개한 책자들은 있지만, 건강을 염려하는 샐러리맨이나 서민이

시중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현실이어서 안타까움을 낳는다.
이런 가운데 서울 인사동 거리에 지난 2000년 가을 ‘디미방’(02-720-2417)이란 약선 요리 전문점이

등장해 건강식을 찾는 이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디미방은 토종약초꾼 최진규씨(42)가 낸 음식점이다.

최씨는 평생을 깊은 산중에서 약초를 캐며 살아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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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약선 요리를 개발한 토종약초 전문가 최진규씨

 

산을 타다가 배가 고프면 채취한 약초로 계곡에서 밥을 지어 먹었는데,

이렇게 산에서 약초로 만들던 음식을 다듬어 내놓은 것이 디미방에서 대할 수 있는 약선 요리들이다.
디미방이란 조선시대에 임금이 수라상을 받던 방이란 뜻이다.

지미방(知味房)이라고도 하고 디미방이라고도 불렀는데, 한글 이름을 빌려 ‘디미방’이란 상호를

내걸었다.
건강을 돌볼 겸 출출한 배를 달랠 겸 해서 이곳에 들러 음식을 주문하면 안주인이 각종 약초를

버무려 한 상 가득 약초 찬을 내온다.

함초정식, 장뇌삼정식, 야생잔대무침, 호깨해장국밥, 하수오죽, 복령수제비 등 처음 듣는 음식

이름들이 차림표에 가득 적혀 있다. 그저 맛나게 먹기만 하면 저절로 보약이 될 수 있는

먹을거리들이다.
“모든 약초는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 수 있어요. 먹어서 영양이 되는 것 외에 약도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음식도 없을 겁니다.

” 최진규 씨의 음식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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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로 만드는 약선 요리는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기능을 한다. 사진은 '디미방'내부


이 집의 복령수제비는 우리 밀가루에 국산 백복령 가루를 섞어 만든다.

약초 맛이 감도는가 하면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복령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게 하는 약초이다. 복령수제비를 계속해서 먹으면 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조릿대 수제비는, 고혈압과 당뇨를 치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조릿대 가루와 우리 밀가루를

섞어 만든다. 이 두 음식은 약수제비들이다.
약밥으로는 약된장찌개, 호깨해장국밥, 겨우살이약밥, 함초비빔밥 등 4가지가 선보인다.

약된장찌개는 우리 콩에 표고버섯, 오갈피 등을 넣고 3년 간 묵힌 약된장으로 끓여 낸다.

호깨해장국밥은 “술이 물이 되게 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숙취 해소에 으뜸인 호깨나뭇

잎을 넣어 만든다.

겨우살이약밥은 노르스름한 빛이 약간 감도는 이색 밥인데, 오래 먹으면 고혈압, 관절염,

중풍 등의 예방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함초비빔밥은 염전에 자라는, 짭짤한 맛 나는 함초를 재료로 해 간을 따로 맞추지 않고도

비벼 먹을 수 있다.
약이 되는 죽으로는 호깨죽, 하수오죽, 함초죽, 연자죽 등을 먹을 수 있다. 함초죽은 미용과

다이어트에 으뜸이며, 하수오죽은 머리를 까맣게 하는 작용을 한다.

연자죽은 정력제로 알려진 연꽃 씨를 갈아 넣어 만든다.

익으면 커피 빛깔이 나 매력적이며 맛도 그만이고 먹으면 기운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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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초전병말이. 치자 물을 들여 노랗거나 지치 물을 들여 회색이다.


술안주로 나오는 함초전병말이는 함초 생잎과 표고, 오이절임 등을 밀전병으로 둘둘 말아

미나리 데친 것으로 묶어 내놓는다.

밀전병은 치자 물을 들여 노랗거나 지치 물을 들여 회색인데, 예술품에 가까워 먹기에

아까울 정도이다.

야생더덕구이와 야생잔대무침은 북한에서 수입한 자연산 더덕,

잔대로 만들어 향기와 맛이 기막히다.
안주뿐 아니라 술도 약초술이다.

왕삼주는 식물도감에도 없는, 300∼500년 묵은 왕삼으로 담근 것인데,

인삼과 비슷한 향기가 진동한다. 약초동동주는 오갈피, 겨우살이, 창출 등을 달인 물로 담근

것이고 흑미동동주는 검정약쌀과 창출 등으로 담근 새로운 술이다.

이밖에 대여섯 종류의 약술이 애주가들을 유혹한다.
“모든 질병은 음식을 고쳐야 낫는다고 생각해요.

화학조미료와 몸에 해로운 재료를 추방하고 천연 재료와 약초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밥상을

차리는 일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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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향편육, 회향 물에 삶은 쇠고기를 겨자로 물들인 무채 등과 함께 먹는다.

 

” 최씨의 이 말처럼 디미방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천연조미료로 음식의 맛을 낸다.

간을 맞출 때도 일반 간장이나 소금을 사용하는 대신 함초에서 짜낸 액체를 쓴다.

디미방에서는 엽차도 조릿대 끓인 물을 내놓는다.

이렇게 약초와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한 가지도 없다.
현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는 주위에 건강을 위협하는 음식이 넘쳐 난다는 점이다.

무심코 그것을 먹다가 암 등의 질병에 걸려 생을 일찍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디미방 같은 음식점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위안이다.

디미방은 우리나라의 약선 요리 전문점 1호가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약선 요리집들이 곳곳에 더 많이 생겨나 한국인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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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선 요리 전문점 '디미방'

글/박중곤(소설가, 「전원생활」 편집장)

 

 

 

네이버 어느 블로그에서 이 글을 찾았다.

이 글을 쓴 박중곤은 운림의 오랜 친구다.

디미방을 개업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쓴 글이다.

2000년인가 2001년 가을이었을 것이다. 벌써 옛날이 되어 버렸고

운림은 이제 그 때보다 한참 늙어버렸다.

 

 

 

2005, 6, 4. 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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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6-2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당 안도 예쁘네요.
몇 년 전에 최진규 씨께서 쓰신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참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고 계시다 싶어요.
함 가보고 싶네요.

stella.K 2005-06-29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못 가봤는데 언제고 서울 상경하시면 저기서 만날까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