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모처럼 남산 벚꽃길을 친구와 함께 걸었다. 

남산에 와 보기는 얼마만이던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먼 시간을 돌아 다시 이 길을 걸었다. 

차를 없앤 산책길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함께 걸으니 그도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한 친구는 또 얼마나 오랜 친구런가? 헤아려 보니 얼핏 20년 세월을 훌쩍 넘기는가 보다.

 

친구도 한 때 친구던가 싶은 친구들이 있었다. 한때는 오래도록 만날 것만 같은 친구도 나를 스쳐지나 갔다. 언제 만나서 언제 헤어졌는지도 모르게 헤어진 친구들이 현재 만나고 있는 친구들 보다 많아졌다. 이렇게도 만남이 순식간이라니 왠지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이상하다. 나와는 취향이나 성향이 비슷해 언제나 만나질 것만 같은 사람은 멀어지기도 하고, 나와는 조금은 다른 듯한 친구가 오랜 만남을 유지하도 하니 말이다. 어제 만난 친구도 그런 친구 중 하나다. 나와는 좀 다를 듯하여 이 친구를 언제 또 만나랴 싶은데도 여전히 만나고 있다. 이 친구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년이란 세월을 견디며 만났으니.

 

그래도 또 얼핏 생각해 보면 그리 많이 만난 것 같지도 않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시간이 빠름을 탓해야 하는 건지, 이 친구의 지루하지 않는 매력을 칭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우정에 관해 할 말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 어떤 친구가 나에게 오래 남고, 어떤 친구가 나에서 떠나 갔는지 난 알지 못한다. 그냥 관심사가 같고, 서로를 걱정해 주는 마음, 관심 써 주는 마음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있어 만나는 건 아닌가 싶다.

 

어제 그렇게 산책을 했더니 정신은 말짱한데 몸의 피로는 아직도 덜 풀린 느낌이다.

 

나른하고, 게으른 마음으로 알라딘에 들어와 책구경을 하다 우연히 친구가 책을 낸 걸 알았다. 

 

소리 소문 없이(?) 낸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지내나 문득문득 생각이 나곤 했는데 또 이렇게 모르느데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고 있었구나 싶다.

 

반가웠다.

그리고 그리웠다.  

 

어제 산책길에서 문득문득 나의 지난 날의 친구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잊고 사는가가 아니라 서로의 가슴속에서 잊혀질려고 애쓰며 사는 것은 아닐까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편 친한 친구 곁에서 이런 헛된 망상을 하다니, 괜스레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랴 자꾸 생각 나는 걸.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 나는데,

이렇게 그리운데...   

 지금, 여기에 충실할 수 없는 동물이 또한 인간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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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1 1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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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1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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