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
박범신 지음 / 열림원 / 2014년 2월
품절


자본에 오로지 예속된다면 그것이 꽃피우는 문화는 종이꽃 같은 것이다. 드라마 중심의 이른바 한류도 그러하다. 활자 문화를 근간으로 삼는 인문학의 뒷바침 없이 오로지 자본의 힘에 의해 내달리는 문화의 확대 재생산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반짝 세일이 될 수 있다.-34쪽

아침에 나가고 저녁에 돌아오고
욕망으로 나가고 본성으로 돌아오고
사랑으로 나가고 이별로 내게 돌아오는 것.
이것이 삶이다.-46쪽

나는 작가다.
작가는 홀로 있을 때 온 세상과 온 우주를 품어야 한다.-67쪽

기다리고 기다려야 할 것이
사랑 말고 무엇이 또 있단 말인가.-81쪽

상상력은 길을 잃어야 발현돼.
길 찾기 위해 길을 내지.
사람에게 가는 길도 그래.
보편적 길 가면 보편적 관계에 이를 뿐이야.
비의적인 고유한 길을 찾아야지.
실패의 위험이 커서 두렵겠지.
보편적 길은 쓸쓸함 다 구원 못하고,
고유한 관계는 위험이 크니 문제야.-302쪽

문장이 문장을, 말이 말을 줄줄이 불러오는 거, 신명 나지만 안 좋아. 생각이 문장을 불러오도록 기다려. 머뭇거리는 습관, 그게 짱이야. -311쪽

앙드레 지드 왈 "나는 문장을 예민한 악기로 만들려고 한다." 했는데, 나는 문장이란 연모로 감히 독자들을 예민한 악기로 만들고 싶은 꿈 때문에 쓴다. 내 문장에 의해 생생히, 갖은 소리로 울리는 악기가 되는 미지의 독자들 생각하면, 흥분된다. -313쪽

떼를 짓거나 굳이 바로 곁에 내 편을 모아놓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게 문학이다.
단독자로 살면 구르는 물속 자갈처럼 이끼 낄 새 없다.
그러니 문학은 일종의 방부제.
난 그 맛에 여전히 이 길을 가는 중이다.-321쪽

세상과 내가 조화롭게 합쳐진다면 삶은 안정을 얻는다.
그러나 거의 불가능한 꿈이다. 문학은
그 빛과 그늘 사이의 거리를
날마다 아프게 확인하는 일이다.-317쪽

역사는 명분의 기록이지만
문학은 확인불가하고
틀에 가둘 수 없는 오욕칠정의 기록이다.-340쪽

작가는 밀실에 존재하고
작가의 사회적 자아는 광장에 존재한다.
밀실과 광장을 오락가락하는 게 작가의 삶이다.
소설은 광장을 지향하되 밀실에서 쓰니까 -343쪽

유의할 것은 작가는 '이야기를 한다'가 아니라 '이야기를 쓴다'는 사실이다. 이걸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물론 '수다'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목소리가 커지는 일이다. '발언'은 어떡하든 잘 숨겨야 한다. 글 쓰는 나도 잘 숨겨야 한다. 좋은 소설은 '보물찾기'의 치밀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독자를 내가 설계한 '게임'에 무저항으로 끌어들이도록 애쓸 것.-346쪽

'깊거나 도발적이거나'가 관건이다. 욕망이 도저할 필요가 있다. 모범생으로 뭘 해보겠다는 전략은 적어도 예술창작에선 좋은 전략 아니다. 예술창작에선 b,c 학점이 없기 때문이다. -347쪽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뭔가 떠오를 때 책상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것이 헌신이다.-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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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6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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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6 2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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