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프랑스, 빨간색에서 장밋빛으로 유행색 변동

프랑스에서 색깔을 간과한 거래상담은 성약 실패로 직결
2005년 5월, 프랑스는 온통 장밋빛이다. 이는 5월의 장미때문도 아니고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노래가 다시 유행하기 때문도 아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장밋빛이 마케팅의 주종 색깔로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프랑스에서는 빨간색이 유행하였으나 유행 경향이 장밋빛으로 바뀌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인은 파란색을 가장 좋아하나 2004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파리지엔느(파리여자)는 장밋빛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밋빛은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 모두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식료품에서 가전제품까지 적용 분야도 매우 광범위하다. 프랑스 고급 식료품 체인점 포숑(Fauchon)은 음식 포장 상자에 장미색과 검정색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게 내부와 외부를 장밋빛으로 장식하였다.

                    
                                <포숑(Fauchon) 상자>      

                        

                              <포숑(Fauchon) 포스터>

                           <포숑(Fauchon) 가게 전경>
 
가정용 세제를 생산하는 Lever Faberge사는 화장실 청소용 세제 Domestos 제품을 출시하면서 용기 전체에 장밋빛을 사용하였다. 일반적으로 화장실 청소용 세제 용기 색깔은 흰색, 푸른색, 녹색 계열이다. 동사 사장은 타사 제품과 차별화할 필요를 느껴 과감하게 장밋빛을 도입하였다고 밝혔다.
가전제품에서도 장밋빛이 등장하고 있다. 부엌용 가전제품 제조회사 Magimix는 전체가 장미빛인 믹서기를 최근 출시하였다. 전세계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장밋빛 믹서기는 프랑스와 벨기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생수회사 Contrex는 마크를 장미색으로 구성하고 생수용기의 일부분과 뚜껑에 장밋빛을 사용하였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www.contrex.fr)마저 장밋빛으로 칠해 놓았다.
                            
                                 < Magimix 믹서기>

                            
                                     < Contrex 마크>
 
장밋빛은 일반 공산품과 식료품만 아니라 IT 제품에까지 도입되고 있다. 프랑스 텔레콤의 인터넷 서비스 자회사 Wanadoo의 인터넷 모뎀 Live-Box는 전체가 완전 장밋빛이다.
심지어는 장밋빛을 사용한 인터넷 팝업 광고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장밋빛 계열의 색이 눈에 많이 띈다.

                  
                         < 장밋빛의 인터넷 팝업 광고>
 
장밋빛 유행은 실업률이 10%를 넘고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어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싶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봄이라는 시기와 어울려 크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의 기업은 현재 프랑스에서 유행하고 있는 색깔을 마케팅에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색깔은 제품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제품의 상징을 확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기업이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색깔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특히 수많은 동종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기업들은 규모를 불문하고 조금이라도 더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색깔을 찾고 있다. 특히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 제품과 차별화를 하기 위한 전략적으로 색깔을 이용하는 케이스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색깔에 민감한 국민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려 할 경우에는 색깔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 약국의 경우 눈에 잘 띄도록 노란색, 사과빛 녹색으로 약국을 칠하기도 한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음식에도 색깔 마케팅이 적용되고 있다. 보통 모짜렐라 치즈는 탁한 흰색인데 연보라빛의 모짜렐라 치즈가 등장했다. 장봉(jambon)이라고 불리는 햄도 마찬가지다. 바랜 듯한 붉은색 또는 분홍색이 일반적이나 푸른빛 도는 장봉도 있다.
제품 색깔을 정할 때 지역마다 특별한 의미를 나타내는 색이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검정색은 어떤 나라에서는 죽음을 의미한다. 보라색은 추기경을 나타나는 색이다. 스페인에서는 보라색을 금기시하지는 않지만 제품에 보라색을 사용할 경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프란 노란색은 불교를 상기시키는 색이다. 프랑스에서 핑크색은 여성 차별적인 색으로 여성 전용 제품에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색깔은 또한 용도에 따라 의미를 달리한다. 소비자에게 가장 강렬한 색으로 비쳐지는 붉은색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삶, 에너지, 심장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의미이지만 피, 폭력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이 이미지이다.
최근 색깔의 사용 목적 또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색깔의 상징성이 현재보다 약했고 천편일률적이었다. 그리고 색깔은 제품 자체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커피와 초코렛 포장은 밤색, 생수용기는 푸른색 등의 공식이 통용되었다. 그런데 이제 색깔은 제품을 설명하기보다 제품이 주고자 하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다.
흰색은 제품이 신선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푸른색은 정결함을 뜻한다. 녹색은 자연친화적인 제품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건강식품 분야에서는 주요 3개 기업이 거의 동시에 흰색, 초록색, 오렌지색, 녹색을 함께 사용해 용기를 디자인하고 있다. 흰색은 신선함, 초록색은 정결함, 녹색은 자연친화, 오렌지는 제품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다농(Danone)은 차별화를 위해 초록색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친화적인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IT 및 정보통신 제품은 최근 흰색을 많이 사용한다. 이는 애플의 iPod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금속성 흰색은 튀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첨단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전자제품의 검정색과 은색 주종에서 흰색으로 주류가 바뀌고 있다.
프랑스 생수 시장에서는 색깔을 과감히 도입해 성공한 케이스가 다수 있다. 생수는 일반수냐 탄산수냐를 제외하면 별로 할 얘기가 없는 제품이다. 생수업계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보다는 브랜드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데 생수업체 바두와(Badoit)는 최근  색깔 전략을 들고 나와 성공하였다. 전통의 생수업체 페리에(Perrier)는
일반수 용기는 푸른색을, 탄산수 용기는 초록색을 사용해 일반수와 탄산수를 구별해 왔다. 이것이 프랑스 사람들의 통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바두와(Badoit)는 페리에(Perrier)의 탄산수보다 조금 더 강한 탄산수를 출시하면서 과감하게 탄산수 용기 전체를 진한 빨간색으로 도배하였다. 과감한 색깔 도입은 인구에 회자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프랑스 기업은 용기 뚜껑 색깔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다. 크기에 알맞은 적절한 뚜껑 색깔은 고객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다. Contrex는 생수용기 뚜껑을 장밋빛으로 하고 있으며 Fructis사는 모발 제품 Hydra-Liss 뚜껑을 장미색과 오렌지색으로 칠했다.
프랑스인은 색감에 민감한 국민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색깔을 접하고 살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우리에게는 차이가 없어 보이는 색도 구별해 낸다. 프랑스인들은 흰색과 검정색을 수가지 색으로 분류한다. 녹색의 경우에도 사과색 녹색, 물빛 녹색 등으로 구별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명도, 순도의 민감한 차이를 구분해 낸다.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나타나는 프랑스인의 색감>

 
우리 기업은 색깔의 중요성을 간과하여 프랑스 바이어와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조 장신구의 예를 들면 우리 기업은 대부분 14K의 붉은 색이 도는 금색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붉은 색이 도는 금색은 “아프리칸 골드”로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금은 하얀빛이 도는 금색으로
11K와 18K를 사용해 만든 제품이다. 한국 기업은 프랑스 사람들이 아주 조그마한 색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붉은 색이 도는 14K의 금색을 샘플로 제시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색의 중요성이 가장 강조되는 분야는 텍스타일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 중 하나인 곤색에 있어서도 우리와 프랑스 사람들과의 개념은 분명 다르나 우리는 그 차이를 별로 인식하지 못한다. 곤색하면 우리는 푸른색에 가까운 곤색을 생각하나 프랑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곤색은 검정에 가까운 곤색이다. 검정색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붉은색 계통의 검정색을 많이 쓰나 여기 사람들은 블루 계통의 검정색을 주로 사용한다. 프랑스 바이어가 요구하는 색깔을 맞추지 못해 동일한 샘플을 10번 이상 새로 제작해야 했던 기업도 있다.
프랑스인의 색깔에 대한 관념을 알지 못해 거래 성사가 연기되는 사례도 있다. 노인여성 요실금 패드 및 노인용 턱받이의 경우가 그렇다. 한국기업은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 핑크색 제품을 팔고 있어 프랑스에서도 통하리라고 생각하고 핑크색 샘플을 바이어에게 보여 주었다. 이 샘플을 본 바이어는 기겁을 했다. 여성전용 제품의 경우 프랑스 사람들은 핑크색을 성차별적인 색으로 여기기 때문에 프랑스 시장에서는 절대 팔리지 않는다고 바이어는 설명했다. 바이어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하늘색으로 샘플을 다시 제작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핑크색은 현재 유행하는 색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색인 것이다.
상기 사례와 같이 색깔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고 또 어려운 일이다. 색깔이 중요시되는 제품의 경우 반드시 현지 조사를 통해 프랑스인의 색 기호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프랑스 바이어가 제품에 특정한 색깔을 넣어 줄 것을 주문하면 반드시 재삼 확인하고 바이어가 원하는 색깔로 만든 다른 제품을 요구하는 등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 보고자: 파리무역관 신철식 (paris@kotra.or.kr) >
출처기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http://www.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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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6-0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갠적으로 장미빛이 좀 촌스럽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