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세대’를 말한다
신세대 작가 김경욱 작국영이 죽었다고
‘
?’ 출간
70년대 태어나 홍콩 누아르영화 열광 “자기표현 제대로 못해 후천적 실어증”
▲ 인터넷과 영상 문화 세대의 내면 풍경을 경쾌하게 포착하는 소설가 김경욱씨/정경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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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태어난 저희 세대는 장국영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주윤발의 홍콩 느와르 영화에 열광했던 청소년으로, 90년대 대학에 가서는 장국영의 ‘아비정전’에 탐닉하면서 젊은날의 추억을 각자에게 새겨넣었지요.”
소설가 김경욱씨(34·울산대 문창과 교수)는 대뜸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하긴, 이번에 나온 새 소설집 제목이 ‘장국영이 죽었다고?’(문학과 지성사)다.
“저와 같은 30대는 386세대처럼 정치적 목소리가 큰 것도 아니고 요즘 10~20대에 비해 자기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런 후천적 실어증에 걸렸기 때문에 출연한 영화마다 ‘소외와 침묵’을 보여줬던 장국영을 공동의 문화 코드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2003년 4월 1일 갑작스런 자살로 충격을 줬던 홍콩 인기 배우 장국영은 거짓말처럼 만우절에 세상을 떴다. 김씨를 비롯해 장국영의 팬들은 이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의 물음표처럼 믿지 않으려고 했다. 만우절 농담이길 바랐지만, 장국영이 새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홍콩서 열린 추모집회에 한국 팬들이 대거 날아간 것이 이들 세대의 공통 문화 코드가 얼마나 짙은 연대감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 그는 단편 소설 9편을 담았다. 표제작인 ‘장국영이…’는 아내와 이혼한 뒤 피시(PC)방에서 일하는 화자 ‘나’를 내세워 장국영이란 문화코드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는 세대의 내면 풍경을 보여준다. ‘나’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혼녀라는 여성과 채팅을 하게 된다. 묘하게도 둘은 1990년 장국영 주연의 ‘아비정전’이 국내 개봉됐을 때 같은 날 같은 극장에서 그 영화를 봤고, 결혼기념일과 신혼 여행지도 같지만, 호텔 객실 번호만 달랐다. “둘은 ‘아비정전’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대사 (‘세상에는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날아나디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쉬지. 평생 단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야’)를 통해 밀도 높은 의사 소통을 체험하지요.”

▲ 장국영 | |
주인공들이 남의 언어를 통해 속마음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무척 시사적이다. 실생활에서는 자발적 소외를 택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관계 맺기에 턱없이 적극적인 인터넷 세대의 풍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여백과 침묵을 두려워하면서 모두 각자 얘기만 하기 급급한 표현 과잉의 시대에 소통이 어떻게 가능하고,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탐구하는 것이 제 소설의 본질입니다.”
그런 작가가 “인터넷 세대는 표현 과잉의 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흥미롭다. “인터넷에서 글과 사진, 동영상을 본다고 하지만 사실 그 모두 다 텍스트를 읽는 행위죠. 읽기의 욕망은 동전의 양면처럼 쓰기의 욕망을 담고 있습니다. 싸이월드가 바로 그런 예라고 봅니다.” 그는 “디카 사진이든 제 글이든 남의 글이든 뭔가로 채우려는 세대의 강박관념을 충족시키는 ‘싸이월드’ 파워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국영이…’는 KBS가 단막극으로 제작, 6월 11일 2TV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영상세대가 쓴 소설을 다시 영상이 재생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