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준 교육에 관한 '잠언'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의 죄가 아니다.

배우는 사람의 공부 가운데 심신을 닦는 것보다 절실한 일은 없다.

심신을 함부로 굴리지 말고, 제 잘난 체하지 말고 말은 함부로 하지 말라.

몸가짐을 공손히, 일을 맡으면 공경히, 남과의 사귐은 정성스레 하라.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어 동요하지 않음이 마음의 근본이다.

진리가 가까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은 참된 앎이 아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은 자포자기와 같다.

일상생활에서의 언동은 보편타당성이 있으면 잘못이 없다.

바른 것을 지키자니 어려움이 많고 무리를 따르자니 자신을 잃는다. 이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비록 귀한 손님이 와도 성찬으로 대접하지 않았으며. 낮고 어린 손님이라도 소홀히 대접하지 아니하였다.

나아갈 때 나아갈 수 있어야 진실로 의이고, 나아가서 안될 때 나아가지 않은 것 또한 의이다.

도의 큰 근본은 하늘에서 나왔으나 이는 사람의 마음속에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부부는 인륜의 시초며 만복의 근원이다. 비록 지극히 친밀한 사이지만 또한 지극히 바르고 삼가야 할 자리이다.

단 한번의 사특한 생각이 곧 소인의 성질로 이끌게 되는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

빼앗을 수 없는 뜻과, 꺾이지 않는 기상과 흐리지 않을 앎을 늘 지니도록 하라.

자기 힘으로 하되 사견을 고집하는 사람은 진리를 해치는 자와 같다.

언제나 도의심을 길러 선비를 키워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급선무이다.

의리가 무궁하기 때문에 학문의 길 또한 무궁하다. 인심은 악에 물들기 쉬우므로 반성하고 고치는 것이 급선무이다.

퇴계선생의 독서법

선생은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무척 좋아하여 신변에서 책을 멀리한 일이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아서 온갖 정성을 모두 기울였다.

아무리 피로해도 책을 누워서 읽거나 혹은 흐트러진 자세로 읽은 일이 한번도 없었다. 그처럼 근엄한 독서 자세는 어려서부터 70세에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조금도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퇴계는 책을 남달리 정독(精讀)하는 편이어서 무슨 책이나 읽기 시작하면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다시 읽어,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참된 뜻을 완전히 터득하기 전에는 그 책을 결코 놓치 않았다.

공자(孔子)는 주역(周易)을 삼천 번이나 읽느라고 가죽으로 묶은 끈이 세 번씩이나 끊어졌다는 고사(故事)가 있거니와 선생의 독서법도 바로 그와 같은 것이었다.

일찍이 선생은 서울에서 유학하는 중에 주자전서(朱子全書)를 처음으로 읽게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방문을 굳게 닫고 방안에 조용히 들어앉아 그 책을 읽기 시작하자, 하루에 세 번씩 끼니 때 이외에는 일체 외출을 안하고 그책 한질만을 수 없이 되풀이하여 읽었다.

때마침 그해 여름은 몹시 무더워서 보통 사람들은 독서는커녕 서늘한 나무 그늘을 찾아다니기에 바쁠 지경이었건만 선생은 그와 같은 폭서(暴署)도 아랑곳 없이 방문을 굳게 닫은채 줄곧 독서만 했던 것이다.

어느 친구가 선생의 건강을 걱정한 나머지 찾아 와서 "이 사람아! 독서가 아무리 중요하기로 건강도 생각해야 할 게 아닌가. 요새같은 무더위에 방문을 닫고 앉아 독서만 전념하다가는 반드시 건강을 해치게 될걸세. 독서는 생량(生凉) 후에 하기로 하고, 이 여름에는 산수 좋은 곳으로 척서(滌署)라도 다녀오도록 하세!" 하고 충고한 말이 있었다. 그러자 선생은 조용히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속에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듯한 깨달음이 느껴져서 더위를 모르게 되는데 무슨 병이 생기겠는가. 이 책에는 무한한 진리가 담겨져 있어서, 읽으면 읽을수록 정신이 상쾌해 지며 마음에 기쁨이 솟아 오를 뿐이네!" 그리고 선생은 이어서 이렇게도 말하였다. "이 책의 원주(原註)를 읽어보고 나는 학문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방법을 알고 나니 이 책을 읽는데 더욱 흥이 일어나네. 이 책을 충분히 터득하고 나서 사서(四書)를 다시 읽어보니 성현들의 한 말씀 한 말씀에 새로운 깨달음이 느껴져서 나는 이제야 학문하는 길을 제대로 알 게 된 것 같으이."

선생은 주자학(朱子學)에 그만큼 심취했었고, 주자학을 연구하므로써 새로운 경지를 크게 발전시켰다. 그리고 광범위하고 산만하기만 하던 주자학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키고 체계화하여 마침내는 '퇴계학(退溪學)'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수립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선생은 책을 읽는 방법에 있어서 남달리 정밀하게 읽었으니 그것은 선생 자신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느 제자 한 사람이 글을 올바르게 읽는 법을 물었더니. 선생은 즉석에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이란 정신을 차려서 수 업이 반복해 읽어야 하는 것이다. 한 두 번 읽어보고 뜻을 대충 알았다고 해서 그 책을 그냥 내 버리면 그것이 자기 몸에 충분히 배지 못해서 마음에 간직할 수가 없게 된다. 이미 알고 난 뒤에도 그것을 자기몸에 베도록 공부를 더해야만 비로소 마음속에 길이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문의 참된 뜻을 체험하여 마음에 흐뭇한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독서에 대해 이렇게도 말했다. "글을 읽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반드시 성현들의 말씀과 행동을 본받아서 그것을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경지에까지 도달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서둘러 읽어서 그냥 넘겨 버리면 그 책을 읽기는 했어도 별로 소득은 없게 되는 것이다."

실로 독서의 진수를 정확하게 지적한 금언(金言)이라 하겠다

 

출처: 작은 곰 자리 북 극 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