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내 맘대로 좋은 책을 갈무리 해 보았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내가 쓴 리뷰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책은 따로 있다. 바로 <약, 먹으면 안 된다>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내 맘대로 좋은 책엔 포함시키지 않은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전혀 유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 중 항생제의 남용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단연 우리나라다. 비록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라도 확실히 이 책은 경종을 울릴만 했고, 일본의 약 남용 실태는 크게 우리나라와 다르지도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내가 리뷰를 남겼을 때는 책 전체를 아우르는 방식이 아니었고, 특별히 책에서 항암제를 다룬 부분이 있어 그것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밝히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을즈음 나의 오빠가 암투병을 하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그만큼 나의 리뷰는 절절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내용은 항암제의 유해성에 대해 다루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아 주었다. 최근까지도 나는 댓글을 받곤 했는데, 그것으로 봐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항암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내맘대로 좋은 책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글쎄, 약의 심각성에 대해 각성시키기엔 좋은 책이긴 하지만 또 일각에선 이 책을 비판하는 소리도 들었고, 실상 나 자신도 새로운 것에 눈을 뜨는 개기가 되긴 했지만 아주 감동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모름지기 올해의 책은 감동이 다수 포함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책은 한마디로 약의 위험성을 각성시키기엔 좋긴 하지만, 형평성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를들면, 이 책은 진통제도 먹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는데, 물론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에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이 두통에 어쩌다 한 번 먹는 사람은 빨리 두통을 가라 앉히고 다음 일을 하는 것이 훌씬 낫지 않을까? 오늘 날 쏟아져 나오는 진통제는 어느 정도 안정성을 확보하고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런 것까지 규제를 한다면, 이 책은 좋고 나쁨을 떠나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씌여진 책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의 말대로 정부와 제약회사와 병원의 관계는 그들 당사자들만 아는 것이니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알 길이 없고, 이런 책이 전해주는 나름의 진실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나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엊그제도 어느 블로거가 최근 췌장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이런 책을 진작 읽을 걸 그랬다며 통한의 글을 남겼는데 마음이 짠했다. 물론 어머니를 잃은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꼭 의사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 가신 것은 아닐테고, 그 분은 담당의가 불친절 했던 것 또 그로인해 더 물어 볼 것도 물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 자신의 아쉬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어떨지 알 것 같지만 변변히 위로도 못해 주었다. 단지 위의 책 보단 <암에 걸린 채로 행복하게 사는 법>이란 책을 권해 주었다. 이 책은 내 맘대로 좋은 책 리스트에 포함시킨 책이라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이 책을 권하면서, 고인이 아픈 채로 곁에 오래 남아 있는 것 보다 저 세상에서 안식할 것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고인이 건강할 때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라고 했다. 물론 그 말이 지금 슬퍼하는 그분께 무슨 힘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슬픔도 상처도 아무는 법이니 나를 빗대어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잘 쓰지도 못한 리뷰가 많은 사람에게 작게나마 반향을 일으켜서 나름 보람도 있었다. 좋은 글이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고, 살릴 수도 있겠구나. 작은 희망 같은 것을 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댓글을 달아 준 이들 중엔 암에 대한 통계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는 세 명 중 한 명 꼴이 아니고,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이라고 상정할 때 백만 명, 그러니까 2% 즉 50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50명 중 한 명 꼴이라면 3명 중 한 명 꼴 보다는 확실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50명 중 한 명도 과히 낫은 비율은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뉴스에도 10년 사이 암환자는 2배로 들어났고, 그에 못지 않게 치료율도 높아졌다고는 하는데, 확실히 이제 이 병은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고의 병'은 아닌가 싶다.      

 

 

* 요즘엔 왜 이렇게 글만 썼다하면 긴 글이 되는지 모르겠다.ㅠ

한 가지 더 알릴 것이 있다면, 오늘부터 나의 옛 닉네임인 스텔라를 다시 회복한다. 왜 많은 분들이 나의 옛 이름을 더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도 그 이름이 싫은 것은 아니다. 이름은 그 뜻도 좋아야겠지만, 무엇보다 남이 부를 때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많은 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나의 서재를 스텔라로 하기로 했다. 착오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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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글이 되는 건 매우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글을 쓰려면 할 말이 많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축하드려요.

스텔라 님으로 돌아오신 것도 축하합니다. 2014년은 스텔라, 라는 이름으로 출발하네요.
추카추카추카추카추카추카..........................앞으로 백 번임. ㅋㅋ

stella.K 2014-01-03 12:05   좋아요 0 | URL
ㅎㅎ 진작 고칠 걸 그랬나요? 언니가 이렇게 반가워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