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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기대지 않고 사는 법 - 일본 최고의 명의가 알려주는
아쓰미 가즈히코 지음, 이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문득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
병원 신세 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병원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는 거지, 의사에게 기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저자도 주치의 말고도 서드 오피니언을 두라고 권하고 있지 않은가?
사람을 원하는 것도 끌림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요에 의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게 된 세월이 거의 15년을 헤아리는데, 그동안 이상 없이 쓰지는 않았다. 어떤 경우 먹통이 되기도 했고, 어떤 경우는 와이파이가 안 돼서 애를 먹기도 한다. 그때마다 해결사는 나의 동생이었다. 그쪽 방면으론 좀 바싹하니까. 기계치인 나는 그때마다 이런 동생이 있음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만일 동생이 없었더라면 컴퓨터가 이상징후를 보일 때마다 어떻게 했을까? 인터넷을 거의 하루도 하지 않는 날이 없는 이 시대에 말이다. 하지만 동생을 끌려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이상한 거지. 거기에 의사가 있다면 금상첨화지 않을까?
나이가 들으니 집안에 의사 한 명쯤 있는 사람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다 어찌될지 모르니 다급할 땐 손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의사에게 기대지 않고 사는 게 좋긴 하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으니 기댈만한 의사가 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인간은 역시 homohospital(병원에 다니는 인간)일까? 평생 병원에 다니지 않게 되길 바랬지만 그 바람은 내 인생 10살이 채 되기 전부터 깨지고 말았다. 그나마 장기 입원이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내 인생 최장 입원기록은 그 10살 되던 해, 한 달간 입원한 기록이다. 그것도 그렇게 말해주니까 그런 줄 알지, 병원에 있으면 시간이 세로로 가는지 거꾸로 가는지 모른다. 내 느낌엔 한 석 달 입원한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그때 난 병원에 안 갈려고 무척 발버둥을 쳤던 것 같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주사놓고 아플 거라는 생각에 그런 거였는데, 막상 있어보니 생각 보다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의 인식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가 보다. 어렸을 적 입원 경험도 있으니 성인이 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한데 그러지 못했다. 십몇 년 전 병원에 심한 두통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분명 응급 상황이었는데도 나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버티다 버티다 결국 구급차를 타고 갔던 것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두통이 일반적이지 않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가급적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빨리 가 보는 것이 좋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병원엘 가는 것을 지옥에 가는 것만큼이나 싫어한다. 살아오는 동안 병원 신세 한 번 안 졌다는 사람이 있다면 무슨 계급장처럼 부럽다. 자꾸 마음은 병원에서 멀어지고 싶은데, 몸은 병원과 가까워져야 할 운명이 되어가고 있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좀 더 솔직해지자. 내가 정말 무조건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물론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무조건은 아니다.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무조건 안 갈 수는 없지 않는가? 요즘 병원은 옛날 병원과 달라서 인테리어가 잘 돼 있고, 사람들도 친절해 딱딱하다는 인상도 없다. 문제는 적재적소란 말이 있듯이, 언제 가야하고, 언제 가지 말아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더란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꼭 병원에 갔어야만 했다. 두 경우 다 의사는 조금만 늦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으니까. 물론 긴 세월을 두고 있긴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두 번 들으니 그것도 의사들이 자신의 위신을 좋게하기 위해 의례껏 하는 소리 같아 별로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두 번 다 응급상황이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그렇지 않은 것이, 작년 이맘 때 나는 갑자기 몸이 안 좋아 졌었다. 그래서 정말 또 다시 병원에 실려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다못해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닌지 겁 먹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두통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그때 의사는 앞으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런 증세가 더 빨리 자주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경고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의 두통을 또 다시 겪게 되는 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웬걸, 나는 그때를 정점으로 다행히도 서서히 회복을 보이고 있었고, 지금은 생활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책은,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얘기하면서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낫게되는 병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저자만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치유를 연구하고 믿는 의사들 하나 같이 하는 얘기다. 그 말이 맞다면 작년에 나는 그렇게 몸이 안 좋아졌을 때 무턱대고 병원에 갔으면 얼마나 억울할 뻔 했을까. 하다못해 지금까지 내 인생 두 번의 병원 신세도 자연치유력을 믿는다면 굳이 안 가도 되는 걸 갔던 것은 아닐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내가 의사였거나, 집안에 누가 의사였다면 몸의 갑작스런 반응에 그렇게 많이 당황했을 것 같지 않은데,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몸의 상태와 성급한 마음이 조건반사처럼 병원을 생각하게 된다. 하다못해 나는 웬만해서 안 갈 것을 남에겐 너무나 쉽게 병원에 가 보라고 권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젠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무조건 겁부터 먹을 나이는 아니라고 본다.
책 역시 딱히 언제 병원에 가 보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굳이 가야한다면 '액년' 그러니까 운수가 나쁜 해에 가 보라고 충고한다. 남자의 경우 25세, 42세, 61세고, 여자는 19세, 33세, 37세 전후다. 물론 이 액년에 나쁜 일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는 없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 40세 전후한 액년에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다(139p). 나의 경우도 저자가 제시한 해에 특별히 몸의 이상징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있다고 해도 그 나이를 비껴가고 있다. 하지만 40세 전후해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말은 일리는 있어 보인다. 내 몸 40년이면, 자축하고 위로하는 의미에서라도 건강검진을 받아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올해 유난히도 이 책을 비롯해 건강 서적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일본 의사의 저작물을 많이 읽게 됐는데, 그들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병원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것이다. 약 또한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TV에 출연하는 의사마다 병원에 오라고 거의 홍보 수준으로 말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특히 암을 다룰 때 항암제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고, 민간요법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병원에 오라고 하는 것이다. 글쎄, 내가 그런 책만 읽어서 그런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매스컴이 병원을 맹신하도록 조장하고 있어서일까? 아무튼 확실히 일본과 한국은 뭔가 많이 달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이 겉표지에 실린 저자의 사진이 확실히 인생을 통달한 편안한 느낌의 할아버지다. 심장 전공의라기 보단 꼭 한의학을 전공했을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책도 거의 놀라우리만치 간결하고 깔끔하단 느낌마져 든다. 내용도 거의 특별할 것도 없어보인다. 그냥 건강 서적을 유의해서 읽어 온 사람이라면 한 번 요점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의사 생활을 오래 한 경험 때문일까? 매 글 말미에 의사의 사명 내지는 인간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이런 의사가 요즘엔 맞지 않으니 이런 말을 했겠지 싶다. 과연 이런 자본주의 세상에서 인술을 펼치는 의사가 그렇게도 없는 것일까?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