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영미시 봄산책] <16> 사랑의 증세

사랑은 ‘행복한 病’
장영희·서강대교수·영문학
 


▲ 로버트 그레이브스/시인
SYMPTOMS OF LOVE


(Robert Graves (1895~1985))

Love is a universal migraine,


A bright stain on the vision


Blotting out reason.


Symptoms of true love


Are leanness, jealousy,


Laggard dawns;


Are omens and nightmares,


Listening for a knock,


Waiting for a sign;


For a touch of her fingers


In a darkened room,


For a searching look.


Take courage, lover!


Could you endure such grief


At any hand but hers?


사랑의 증세

(로버트 그레이브스


사랑은 온몸으로 퍼지는 편두통

이성을 흐리게 하며

시야를 가리는 찬란한 얼룩.

진정한 사랑의 증세는

몸이 여위고, 질투를 하고,

늦은 새벽을 맞이하는 것.

예감과 악몽 또한 사랑의 증상,

노크소리에 귀 기울이고

무언가 징표를 기다리는.

어두워진 방에서

그녀 손가락의 감촉과

탐색의 눈길을 기다리는 것.

용기를 가져라, 사랑에 빠진 이여!

그녀의 손이 아니라면

너 어찌 그 비통함을 견딜 수 있으랴?

사랑도 일종의 병인가요. 시인은 사랑의 ‘증세’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의 템포가 빠르고 쉼표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 특유의 초조함과 설렘을 나타냅니다. 몸이 여위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악몽을 꾸고, 그녀의 몸짓 하나 눈짓 하나에 민감해지는 사랑의 증세는 차라리 고통입니다. 하지만 말미에 시는 반전하여 ‘그녀의 손이 아니라면 너 어찌 그 비통함을 견딜 수 있으랴?’라고 묻습니다.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권리요, 사랑의 고뇌도 그녀 없이는 맛볼 수 없는 행복이라는 역설이 깔려 있으니, 앞으로도 ‘사랑의 증세’는 계속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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