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힌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저자의 책들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뭔가 문학계에서는 굵직한 작가일 것 같지만, 그동안 나와는 인연이 없다가 이번에 이 책으로 인연을 맺었다. 

 

글쎄, 날씨가 더워서일까? 아니면 책이 주는 장중함 때문일까? 난 사실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하긴, 그 책을 말하는데 있어서 꼭 그 책을 다 읽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 좋겠지만, 피에르 바야르(그의 저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들어)처럼 책은 꼭 다 읽지 않았다고 해서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가급적 다 읽고 얘기하는 것이 좋기는 할 것이다. 그것이 독자로서 저자에게나, 번역자에게나 심지어는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 대한 예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붙들고 앉아 이 책에 대한 찬사를 지연시킬 것인가? 이 책에 대한 찬사를 읽는 중에는 하지 말아야할 이유나 법은 없다. 물론 책 중에는 나름 잘 나가다가 맨 마지막에 김이 빠지는 그런 책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산문집이다.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저자의 사유를 전하는 책이기 때문에 읽다기 김이 빠지는 반전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었다. 그것은 글 하나 하나에 대한 제목이 동사형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도 독특했지만, 그에 대한 사유의 깊이 또한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사실 젊었을 때는 산문집에 그다지 마음이 없었다. 개인의 생각(그것이 아무리 유명한 작가여도)을 '산문'이란 이름하에 '짓꺼리는' 정도인데 뭐 그리 대단할까 싶어 그리 마음을 두지 않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산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왜 산문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나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나는 여타 작가들의 산문집을 읽으면 생각이 맑아지고, 감염된 듯 생각이 깊어지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작가에 대해 일종의 쾌감 내지는 동감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종종 산문집을 읽는다.

 

하지만 이츠키 히로유키의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읽는 산문집과는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작가 개인의 산문을 누구와 비교한다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불가하지만, 이런 산문이 전에도 있었는가 싶게 깊이가 있다. 물론 또 그만큼 책이 쉽게 읽히는 건 아니다. 산문을 이 더운 여름 날 이렇게 어렵게(?) 읽어야 하다니 한심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에 내가 읽었던 산문들은 이 정도의 깊이를 요하지는 않았거든. 한마디로 된통 당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어찌보면 산문이라기 보단 '인생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책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작가는 인생론을 쓰는 것을 꺼려한다고 했다. 그래서 대신 '삶의 힌트'란 다소 은유적으로 비껴 간 것일까? 

 

읽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저자의 어법이 있다. '...한 것은 아닐까요?'라며 우리의 지금까지의 고정관념 같은 생각에 도전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침묵은 금이라 했는데 과연 침묵이 금 맞느냐고, 누구는 오히려 많은 말을 하라고 했다며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는 글들이 각 장마다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설득과 논리가 때론 작가의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와 유장한 느낌마저도 든다. 그러면서 왜 나는 지금까지 저자의 책을 읽을 기회를 유보해 온 것일까? 급후회가 들 정도다. 아무리 문학계의 아이돌을 우논하며 젊은 작가들의 문체의 독특함과 새로움을 띄우는 경향이 있다지만, 오래된 작가의 문장의 유려함과 깊이를 과연 그들이 따라 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문학은 인간의 삶과 비례에서 발달해 온 산물이기 때문에. 

 

지금은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잠 못 드는 열대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정도 밤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면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을 생각이다. 그리고 올해 나의 완독리스트에 이 책을 꼭 올릴 것이다. 그리고 기회있을 때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 볼 생각이다. 이 책, 한 마디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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