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물었다. 직장생활에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드냐고? 대답은 ?인간관계?였다. 인터넷채용정보사이트 파워잡이 2002년 9월 직장인 6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가 ?직장내 인간관계?를 최고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적은 보수와 불만족스런 보상제도?(17%), ?회사생활의 불투명한 비전?(16%), ?경영진의 자질?(8%) 차례였다.

직장인들이 퇴사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도 회사내의 힘든 인간관계였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 잡링크가 2002년 4월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퇴사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라는 질문에 '직장내 힘든 인간관계'라고 답한 직장인이 33.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내 위치에 대한 회의'(24.6%), '너무 지쳐서 쉬고 싶다'(20.4%)등의 순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처럼 인간관계를 힘들어한다. 직장인만이 아니라 사업하는 사람들도 종업원과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 거래처와의 관계등을 어떻게 해야할까로 매일 노심초사한다. 또 직장에 다니든 사업을 하든 집에 오면 부모와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로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도 있는데 현실은 왜 이렇게 각박한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물질적, 정신적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익이 별다른 갈등없이 얻어질 수 있을 때에는 인간관계는 축복이 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는 나누어야 할 이익 자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항상 갈등과 긴장의 요소를 갖는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배반하는 경우도 있고 역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쓰라린 배반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는 특히 관계를 맺는 사람들 개개인이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 A라는 사람에게 맞다고 생각된 인간관계의 해법이 B라는 사람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고, 동일한 사람의 경우에도 상황과 기분에 따라 대응양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누구나가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세상살이중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들은 아예 이 복잡하기만 한 인간관계 자체를 피하려고 한다.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맺어놓고 나머지는 자신만의 세계에 칩거하여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또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바람직한 인간관계의 구축에 필요한 관심과 투자를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여 마음과 감정이 시키는대로 인간관계를 꾸려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해법일 수는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신경써야 할 비용에 비해 결과가 그리 신통치 않다면 굳이 투입비용을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축소지향적 내지 주먹구구식 인간관계로는 생존조차 보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격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 인력의 삭감이 필요할 때 그 대상이 누구로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원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능력이나 생산성이 낮은 사람이 해고되는게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진행되는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연줄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인사관리가 비교적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미국에서조차 해고는 능력이나 생산성과는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미국에서 대량해고가 일어났던 시절의 <뉴욕타임스> 기사의 일부이다.

스탠더드 차터드 뱅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던 임원이던 알렌 씨는 토론토 지사에 근무하는 세 사람의 외환 딜러 중에 한 사람을 감원해야 했다. 사내의 분위기에 따라 여성 직원이 감원 대상으로 선택되었다. 남들보다 훨씬 탁월한 업무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연줄이 가장 약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녀가 최고라는 것은 알고 있소. 그러나 그녀는 네트워크가 없었어요. 해고당할거라는 소식도 내가 직접 전달했죠. 그녀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날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하지만 찰리 그래도 당신은 사리가 분명한 사람이잖아요’. 그녀가 내게 했던 말과 그날 날 쳐다보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목마르기 전에 우물을 파라』 라는 책을 쓴 하비 맥케이는 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1. 오늘날의 경제상황에서 재능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2. 훈련과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자기계발 방법만으로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정부는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4. 자신감이나 헌신, 충성, 교육이나 훈련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5.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문제부터 삶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문제까지 포함하는 바로 자신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네트워크는 역할 모델을 제시해주고 충고와 위안, 금전적인 도움과 지적, 사회적 자원과 기쁨을 주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일자리를 준다.

사업에서도 어떤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사업에서 실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실패했다고 대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5%의 사람들은 인간 관계를 잘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대답했다. 카네기 재단의 인사기록부 10만 명의 분석결과에서도 성공요인의 15%는 기술적 요인, 나머지 85%는 성품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을 위해서도, 성공을 위해서도 이토록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고 있는가? 한번쯤 자문해볼 일이다.

 

출처:징기스칸(koo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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