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중 식이요법 '식료찬요'
감기에는 끓인 파… 위장병은 순무가 좋아
정력보강엔 참새고기 … 기침·천식엔 잉어회
피부미용엔 굴구이 … 숙취해소엔 배춧국
김홍수기자 hongsu@chosun.com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음식과 약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 먹는 것이 바르지 못하면 병이 생기고, 식(食)을 바르게 하면 병이 낫는다는 이른바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원리다.

조선시대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가 세조의 명을 받아 편찬한 ‘식료찬요(食療纂要)’는 중풍·감기·천식·술병·부인병 등 45종류의 병증을 증상에 따라 수백 개로 세분한 뒤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 재료를 활용한 치료법을 소개한 본격적인 ‘식이요법서’다(본지 2005년 1월 26일자 보도).

식료찬요의 처방 중 현대인들도 활용 가능한 처방을 요약, 소개한다. 식료찬요의 한글번역본은

농촌진흥청 도서관 홈페이지 (http://lib.rda.go.kr)를 통해 볼 수 있다.

■중풍=중풍에 걸려 말을 하지 못할 때는 대두(콩)를 삶은 다음, 그 즙을 엿같이 달여 먹거나, 부추를 갈아 즙을 내어 복용한다. 중풍에 걸려 얼굴이 부었을 때는 파를 잘게 잘라 달여 먹거나 국이나 죽을 만들어 먹는다. 풍기(風氣) 치료에는 가물치를 회로 만들어 먹는다. 중풍을 예방하려면 검은 참깨를 볶아서 먹는다. 풍을 앓던 사람도 검은 참깨를 볶아 매일 먹으면 보행이 단정하고 말이 어눌하지 않게 된다.


■감기=감기에 걸려 오한이 날 때는 파를 잘게 썰어 탕으로 끓여 먹거나 국·죽으로 만들어 먹는다. 감기로 인해 열병에 목이 마를 때는 수박과 배를 먹으면 갈증이 그치고 여열을 없애준다.

■위장병=숙식(宿食·음식물이 소화되지 않고 위장에 머물러 있는 것)을 소화시키려면 홍합을 삶아 나오는 즙을 먹는다. 오장을 이롭게 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려면 순무를 임의대로 먹는다.

■정력 보강=양력을 더욱 세게 하고 기력을 북돋아 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려면 참새고기를 임의대로 먹는다. 성생활을 도와주며 혈맥을 보하고 장위를 든든하게 하려면 양념을 넣은 개고기를 삶아 익힌 다음 공복에 먹는다. 단, 마늘과 같이 먹어서는 안 된다.


▲ 화제를 모았던 TV드라마 '대장금'의 스토리 구성도 철저히 '약식동원'의 원리를 토대로 하고 있다. '식료찬요'의 저자 전순의는 어의로선 드물게 판서급에 오른 인물로, 세종 27년 '의방유취'를 편찬하기도 했다.
■피부미용=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하려면 방금 채취한 굴을 불 위에 놓고 끓도록 구운 다음 껍데기를 제거하고 먹는다.

■숙취해소=술을 먹고 난 후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치료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려면 굴에 생강과 식초를 넣어 날로 먹는다. 주갈(술을 마시고 난 뒤의 갈증)을 풀어주려면 배추 2근을 삶아 국을 만들어 마신다. 술에 취해 깨어나지 않을 때 배추씨 2홉을 잘게 갈은 다음 정화수(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 1잔에 타서 2번 나누어 먹는다.

■기침·천식=기침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천식 증세가 있을 때 치료하는 방법은 잉어 1마리를 회로 만들어 생강과 식초를 넣어 먹는다. 마늘에 버무려 먹어도 좋다.

■요통=요통을 다스리고 남녀 간의 성생활을 원활하게 하려면 홍합을 불에 구워 나오는 즙을 먹는다. 허리와 신장을 올바르게 하고 남성의 생식능력을 일으키게 하려면 황구(누런 개)의 살코기를 적당히 찌거나 삶아 자주 먹으면 좋다.

■음식에 체했을 때=음식물이 소화되지 않고 위장에 머물러 있는 숙체(宿滯)를 소화시키며 뱃속의 냉기를 제거하려면 홍합을 불에 삶아 즙이 끓어 나오면 먹는다.

■눈이 침침할 때=간장 풍허(風虛)로 인하여 눈이 침침한 것을 치료하려면 오골계의 간 1개를 잘게 절단하고 된장국물에 쌀과 같이 넣고 국이나 죽으로 만들어 먹는다.

■생선뼈가 걸렸을 때=생선뼈가 걸리거나 입안과 혀가 허는 것을 치료하려면 사탕 한 덩어리를 입에 물고 있으면 녹아서 즉시 낫는다.


■황달=황달로 피부와 눈이 황금색이고 소변이 붉은 것을 치료하려면 밀을 찧어 그 즙을 먹는다. 황달을 다스리고 갈증을 그치게 하려면 잉어를 먹는다. 또 황달을 치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려면 순무를 먹는다.

■변비=산앵두씨 6푼을 갈아 즙을 내고 율무 3홉을 좁쌀같이 찧고 삶아 묽은 죽을 만들어 공복에 먹는다. 장을 매끄럽게 하려면 흰 참깨를 먹는다. 대장과 소장이 잘 나가게 하려면 고수 나물을 임의대로 먹는다.

■잦은 소변=밤에 자다가 참지 못하고 소변을 보는 것을 치료하려면 호두를 약한 불에 통째로 익힌 다음 잠자리에 들 때 따뜻한 술과 함께 씹어 먹는다. 또 밤에 소변을 많게는 하룻밤에 10여 차례나 보는 것을 치료하려면 인절미 한 개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구워서 부드럽게 익혀 먹고 나서 따뜻한 술을 마신다.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은 물을 마신다.

■치질=치질로 인한 하혈이 그치지 않고 항문과 창자가 아픈 것을 치료하려면 붕어로 회나 국을 만들어 먹는다.

■젖이 안 나올 때=부인의 젖이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소 코로 국을 만들어 공복에 3~4번 복용한다. 또 노루 고기로 고깃국을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부인이 이를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입덧=모과 큰 것 1개를 썰고 꿀 1량을 준비하여 물에 같이 넣고 모과가 문드러지게 삶는다. 사기그릇에 넣어 잘게 갈고 밀가루 3량을 넣어 잘 반죽하고 얇게 펴서 장기알 크기로 자른다. 매일 공복에 오랫동안 끓인 맹물에 넣고 삶아 반잔으로 만들고 그 즙을 담백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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