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에 대한 예의 / 복효근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대가리 쥐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출처: 들꽃피는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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