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사서 만들어 먹기 전에는 잘 저장해야 마땅하고, 그 저장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동안에는 영양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똥이 되어 나올 때까지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먹은 음식이 뱃속 어디를 통과하고 있는지, 지금 뭐로 변해있는지 알 턱도 없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음식이 똥으로 나오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먹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무엇을 목적으로 먹든 이번 기회에 음식을 저장해서 항문으로 나와 똥이 되기까지 일어나는 음식의 궁금증들을 풀어보려 한다. 음식에 관한 여러 가지 주변 사항들을 알아보자.

글·김민정 기자 min@mediland.co.kr
저장하기 나름이에요
음식은 세균·효소·곰팡이 등의 성장과 공기·빛·산소 등의 자연작용에 의해 부패된다. 음식의 저장기간을 보면 하루, 21。C를 기준으로 생선·닭고기·어육·채소는 2일, 과일은 7일, 곡류·건조 과일류는 1년 정도로 음식마다 저장하는 기간이 다르다. 음식은 저장하는 방법과 기간에 따라 변질되는 속도와 맛 그리고 영양상태가 달라진다. 지금부터는 음식을 저장하는 방법과 음식의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자.
음식과 미생물의 관계 미생물은 동물과 식물이 살아있는 한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손상되거나 죽어 저항력이 약해지면 서서히 접근하는 미생물.

예를 들어 건강한 젖소 뱃속에 들어있는 우유는 무균 상태지만 우유를 짜는 순간부터 미생물에 오염된다. 쇠고기는 도살되는 순간부터, 과일·채소·곡류는 껍질을 벗기거나 칼로 자르는 순간부터 오염된다. 달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닭이 알을 낳을 때 달걀껍질은 오물에 묻어 많은 세균에 오염된다. 하지만 달걀껍질이 오염된 것이지 달걀 속이 오염된 것이 아니니 씻어서 저장할 필요는 없다. 달걀을 물에 씻어 저장하면 얇은 막이 벗겨져 금새 부패되고 만다. 왜냐면 달걀 껍질의 얇은 막은 숨쉬는 구멍을 덮어 수분과 탄산가스 등이 밖으로 나가거나, 세균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만드는 음식의 냄새 미생물은 음식의 색깔과 맛을 변하게 하는 동시에 냄새를 변화시킨다. 단백질과 질소 화합물을 분해해 불쾌한 냄새를 만들고, 지방질과 인지질을 분해해 비린내를 일으킨다. 그러나 미생물이 무조건 구역질나는 냄새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과일과 채소의 달콤한 향을 만드는 일, 우유의 독특한 맛을 내게 하는 일 등을 하는 것이 미생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양가도 높여주고, 복잡한 화합물을 분해해 주기도 하니 무조건 미생물을 미워할 수만은 없지 않는가.

가열은 미생물을 없앤다 음식을 만들 때 가열하는 것은 음식의 맛을 부드럽고 맛있게 하는 것 이외에 미생물과 효소를 파괴하고, 저장기간을 연장해 주는 특징이 있다. 음식을 밀봉 가열해서 저장하면 미생물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8세기 프랑스가 전쟁을 하고 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중에 이곳저곳을 옮겨 다녀야만 했던 나폴레옹 군대는 부패된 고기와 맛없는 음식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때 나폴레옹은 음식의 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을 말하는 사람에게 포상을 하기로 했다. 이때 '니콜라 아뻬르'라는 군인이 음식을 용기에 담아 밀봉하여 가열하면 저장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통조림의 시초라 하겠다.

육류와 가열의 상관관계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요리할 때 가열을 하면 고기의 색소성분 중 단백질 성분이 없어지거나 고기의 색깔이 변한다. 돼지고기를 먹을 때는 꼭 가열을 해서 먹도록 해야한다. 왜냐면 아무거나 막 먹는 돼지의 식성 때문에 '선충'이라는 기생충이 내장에 침투해 살기 때문이다. 이 기생충은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올 때까지 사라지지 않아 날로 먹는 사람들까지 감염시켜 버린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튀기든, 끓이든, 볶든 간에 가열의 단계만 거치면 선충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아니면 돼지에게 삶은 음식찌꺼기를 먹이던지…. 고기를 삶거나 구우면 근 섬유는 수축하고 질겨진다. 그러나 지방을 녹이면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어져 고기가 전체적으로 연해진다.

음식의 맛, 저장의 맛 냉장고가 등장하기 전 우리는 그저 햇빛 없는 그늘이나 시원한 물 속에 저장하는 것만이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냉장고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음식의 저장기간이 늘어났고 맛의 신선함을 살릴 수 있었다. 모든 음식은 온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온도에 따라서 음식 성분이 달라지거나 색깔과 모양이 변하기도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이 변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옥수수는 저장기간이 오래 될 수록 단맛이 감소한다. 또한 감자의 경우는 냉장저장 할 때와 실온저장 할 때의 성분이 달라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저장방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 즉 감자를 냉장 저장하면 전분이 당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감자를 이용한 단 음식을 할 경우엔 냉장 저장이 좋다. 그러나 튀김 종류의 색깔이 변하면 안 되는 요리를 할 때는 감자를 실온 저장해야 한다. 왜냐면 당이 갈변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며, 당 성분이 전분으로 합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과와 배도 전분이 감소하고 당이 증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버터와 우유는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해주는 특성이 있어 냉장 저장하면 좋다.

장기 저장을 하려면 육류를 장기 저장하려면 플라스틱 용기로 포장을 하거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방습성 포장을 해주는 것이 좋다. 장기 저장으로 대표적인 버터, 마가린, 마요네즈, 케첩 등은 확실히 밀봉하여 수분의 건조와 미생물의 오염을 막는다. 또한 달걀은 식물성기름을 사용하여 껍질의 숨쉬는 구멍을 막아 변질을 막아주자. 하지만 달걀은 그때그때 먹는 것이 좋으니 장기 저장을 해야하는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빨리빨리 먹는 것이 신선함을 즐기기에 좋다.

냉장 저장의 단점 과일과 채소를 냉장저장 하면 불용성 단백질이 감소하는 대신 수용성 단백질이 점차적으로 부드럽고 물렁물렁하게 만드니 너무 오래 보관하는 것은 좋질 않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또한 바나나와 토마토를 냉장 저장하면 천연 숙성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빛깔을 탁하게 만든다. 빵은 실온 저장보다 더 빨리 눅눅해져 냉장 저장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동의 피해 과일과 채소를 얼렸다가 녹이면 조직이 파괴된다. 이때 파손된 껍질은 미생물의 침입으로 손상된다. 만약에 우유를 얼리면 '에멀젼'이라는 성분이 파괴되어 지방이 분리된다. 동결 또한 우유의 단백질을 변성시킨다. 동결된 제품을 저장할 때 반복해서 해동하면 제품에 큰 손상을 준다. 천천히 해동할수록 음식에게는 더더욱 치명타다.
나 소화 다 됐어요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을 생각해 본 일은 없다. 그저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이상한 모양에 색깔과 냄새로 바뀌는 것 밖에는. 또한 소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행위들도 왜 일어나는지 잘 모른다. 그건 음식과 자신의 몸에 대한 배반이다. 오늘도 밥을 몸으로 넣을 예정이라면 한 번 쯤은 궁금해하자. 그리고 자신의 몸 속에서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과 모든 신체적인 반응들에 귀 기울여 보자.
음식이 들어간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소화는 시작된다. 입안의 혀와 볼 근육은 타액을 만들고, 치아는 그 타액과 음식을 함께 분해한다. 타액에 들어있는 수분과 점액은 음식물을 적시고, 윤활유를 형성해 목구멍 속으로 부드럽게 들어가도록 한다. 음식으로 칭하는 모든 것들은 이들에 의해 무참히 작아지고, 씹힌다.

위는 예민하다 음식, 특히 단백질이 위에 도착하는 순간 위장은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때 염산, 소화 효소, 점액이 들어있는 위액의 분비를 자극해 음식을 반갑게 맞이한다. 입에서 분해된 것보다 더 잘게 분해한다. 참고로 위액 분비량은 적어도 1.2∼1.6ℓ이며, 음식물이 위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3∼4시간이다.

위는 여성스럽다. 성격이 민감하고 까다로워서 유쾌한 기분으로 식사를 하면 위액의 분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만 신경 쓰고, 우울한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위 근육 운동이 저하되어 위액 분비가 줄어든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 또는 흥분해 있는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위의 수축이 격렬해지고 위액 분비가 3배까지 증가한다. 이런 위산 과다 분비에 의해 점막이 헌 상태인 위염과 점막하층에까지 상처가 깊으면 생기는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소장의 소화를 돕는 것은 소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일부 소화된 음식물의 일부가 소장에 들어오면 위에서 산성화된 음식물을 중화시키는 중탄산염이 분비된다. 또한 소장의 표면적을 융모와 소융모가 넓혀 줌으로써 소장벽을 통하여 영양소의 흡수를 쉽게 해준다. 참고로 소장의 소화흡수 면적은 300㎡, 소장의 길이 6∼8m, 직경 4cm, 장액 분비량이 2.4ℓ에 이른다. 소장으로 분비되는 효소는 췌장효소와 장액소화효소로 나뉜다. 췌장효소는 단백질 소화효소, 탄수화물 소화효소, 지방 소화효소이며, 장액 소화효소는 단백질 소화효소, 탄수화물 소화효소 등이다. 소화효소라는 것은 소장에서 흡수되는 영양소를 말한다.

할 일 많은 췌장 위의 안쪽과 척추의 앞쪽 사이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있고, 길이는 15㎝, 무게는 100g이나 되는 췌장.. 하루에 1ℓ 정도의 소화액을 만들어 췌관을 통해서 십이지장에 20여 가지의 소화효소를 분비한다. 약알칼리성인 췌장액은 위에서 산성으로 변한 음식물을 중화시켜 영양소 흡수를 담당하는 소장벽이 상하지 않도록 한다. 췌장의 또 다른 중요 기능은 체내의 혈당 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생산, 분비하는 것이다.

소화의 마지막 단계 대장의 길이가 1.5m이며, 맹장, 결장, 그리고 직장으로 구분된다. 장벽에는 융모가 없어 소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장에는 100여 종에 이르는 미생물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 대장균이 가장 많다. 이들 미생물에 의해 소장에서 소화와 흡수가 안 된 음식물이 발효되어 휘발성 지방산과 수소, 탄산가스 등을 생성한다. 소화되지 않은 단백질도 역시 이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똥 냄새 나는 물질로 바뀐다. 음식물이 대장까지 이르는 시간은 평균 18시간 정도이며, 음식물 섭취 후 배변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약 30∼120시간 정도가 걸린다.

음식은 꼭꼭 씹어먹자 길을 가다가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해도 뇌에서 식욕중추가 작용해 소화액을 분비시킨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도는데 이것은 떡볶이가 들어오기도 전에 위에서 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다가 떡볶이가 내 눈앞에 보이면 위는 더욱 적극적으로 위액을 내보내 떡볶이를 유혹한다. 유혹에 못 이겨 떡볶이를 먹기라도 한다면 이때는 정말 꼭꼭 씹어먹어야 한다. 왜냐면 위가 떡볶이를 너무 강하게 끌어들여 덜 씹고 위로 내려보내면 갑자기 큰 것이 들어와 위가 놀라기 때문이다. 배가 고플수록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라는 소리가 다 위를 놀라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체했다 싶으면 음식이 소화되는 길이 막히면 흔히들 체했다고 말을 한다. 한방적으로는 체했을 때 신체의 끝, 다시 말해 기(氣)가 끝나고 시작되는 손과 발의 말단을 바늘로 따주면 정체됐던 혈액이 정상적으로 다시 운행되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손을 따면 검은 피가 나오는 것은 기(氣)의 체함과 피(血)의 체함이 서로 상호 작용을 일으키면서 죽은피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체했을 때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무를 씹어 먹는 경우가 있는데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트림효과가 있기 때문이고, 무를 먹는 것은 체한 상태로 위에서 썩은 음식물이 내는 열을 차가운 무의 성질이 식혀주는 작용을 해서 그렇다. 하지만 찬 것을 먹는다고 체한 데 모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등을 때리는 식의 자극을 주는 것도 체한 데는 도움이 된다. 약한 자극을 받고 있는데 거기에 강한 자극을 주면 약한 자극이 사라지기에.

소화가 잘 안 되면 꺼∼억 식사를 하고 난 후 습관적으로 트림을 하는 사람은 만성소화불량에 걸린 사람이다. 트림이 나오는 것은 내려가야 할 음식이 정체되어 다시 위로 역류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트림은 소화가 잘 됐다는 증거가 아니라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트림이 계속 습관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음식이 정체되지 않도록 한약을 먹거나 나오는 트림을 참음으로써 습관을 고치는 수밖에 없다. 트림을 참는다고 해서 소화에 문제 될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배부르고 졸리다 음식이 들어가면 소화기능이 작동해 혈류량의 일정부분과 장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배 쪽으로 집중이 돼 머리로 가야 할 혈류량이 적어진다. 때문에 뇌는 산소가 모자라게 되고 졸음은 몰려오는 것이다. 식사를 많이 할수록 식곤증은 더해만 간다. 만약 오후에 중요한 일이 있다면 점심식사를 조금만 하자.
졸음이 몰려올 때 물구나무를 서 배에 몰렸던 혈류량을 머리로 가게 하거나, 시원한 바람을 쐬 뇌에 산소를 넣어주면 순간적인 졸음을 쫓아 버릴 수 있다. 또한 졸릴 때 입을 쫙 벌려 하는 하품도 순간적으로 뇌에 바람이 들어가 기 때문에 잠을 잊은 그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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