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4의 아침 편지 **                                                                                                                 

       

                ..Essence of Snow                                     

 

                                                                                                   

  

     "창조(創造)란.. 또하나의 ..."

 

       
     
  왜 창조적이어야 하는가?
내가 생각해낸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 이유는 바로 변화이다.
세상이 변화하고 새로운 정보가
자꾸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어제의 해법'으로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번째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창조적 사고가 '정신적 섹스'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생각이라는 자손을
임신할 방법이 필요하다.
창조적인 사고가 바로 그 방법이다.

 

- 로저 본 외흐의《생각의 혁명》중에서 -

  

Apollo and Daphne,1908 / John William Waterhouse 

                                                           michel님 jpg  


 

  "앞으로도 한 1주일 집에 들어가지 못할 생각하고 다시 한번 

보충해서 기사 만들어 봅시다. 강경식 부총리의 증언은 아무래도...."

 

 동경에서 돌아와서 얼마 안되어, 특파원-정치-경제부등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긴글'을 쓸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윗선의 판단에 따라  '월간조선'에 지원가서 일을 할 때의 일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매일 매일 기사 한줄로 승부를 거는 일간지와는 달리,

한달에 한번 있는 '긴글 몇편'의 마감이 훨씬 쉬울 것으로 생각

되지만, 그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지금 워싱턴에 가있는 강인선 특파원과도 이때 월간에서 꼬박 2 년동안 같이

앞뒤 책상에서 마주보고 일을 한, 전우(戰友)같은 선후배사이 입니다만

강 특파원이 최근까지 아뒤를 '데드라인(마감 시간) 인생'이라고 한 것도 저로서는 또 달리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답니다.      

 

  간기사는 근본적으로 '일간 기사'와 많이 다릅니다. 

꼭 두괄식 역삼각형이어야 한다는 일간지 스트레이트 기사의 형식을

따를 필요도 없고, 비교적 양의 구애를 받지 않아, 200자 원고지 60매,혹은 100매 짜리 일은 보통입니다. 

 이러다보니 통상 밖에서는, 월간 기사에 대해 그동안 알려지거나 보도된 일간지 내용이나 주간지 내용등을 편집하고 보충 취재 조금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그러나 여기에 소위 '상식'의 함정이 있습니다.

 허기사 저도 편집국에만 있을때는 10년 넘게 월간 기사가 그렇게 만들어지는줄

알았고 지금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전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IMF가 터진 다음이던 1997년  당시..

하버드에서 막 돌아와 있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과 같이

제 아이디어로 강경식 부총리, 김인호 경제수석, 이경식 한은 총재 이하 

재경원, 청와대, 한은 간부들을 일일히 찾아 다니며

'IMF의 진실'에 대해 선진국형의 '추적 기사'작업에 들어갔는데

막상 일을 벌여 놓고 보니 이것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일간(日刊) 기자야 사실 발표와 브리핑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날' 캐리하고 나면, 좀 여유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라 들어먹었다고 불명예 제대한 것으로 되어 있던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 이하 YS정권 실세들의 '숨겨진 이야기'

그것도 각종 형사 소송에 기소되어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민감한

일이었죠. 도통 입을 안여는 것을 발굴 자료 들이대며 검찰식으로

취재해 나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인터뷰 하고 자료 발굴하고 퇴고 하기를 준비기간까지 합쳐

약 1달 반여. 겨우 월간 다음판 마감때를 맞추어 나름대로 '정치 -경제-

특파원 시절의 총력'을 기울여 며칠밤을 새며 만든 1백여장이 넘는

'대작의 기사'를 '자랑스럽게' 조 당시 부국장에게 들고 갔습니다. 

 

 

 

 런데 기사를 본 조 부국장의 첫마디... 

"취재 부족이네. 이거 다시 씁시다"

 "예?  아니 그것이 아니고...사람들이 오프만 남발하고 대체 증언을 해주어야 말이죠. 이게 최선인데요. 이 대목은 의혹 정도로 제기하고 증언해준 코멘트 옆에 붙이는 것 이외에는 방도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자 그럼 만난 사람들 증언부터 한줄씩 다시한번 체크해 봅시다"

"한줄씩요? "

 

  시 낮에는 취재하느라 돌아다니고 밤에는 기사를 '한줄씩' 녹음 풀어가면서

'사실 모자이크' 짜는 작업이 2주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전혀 집에는 못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참다 못한 저는 조편집장에게 다시 찾아갔습니다.

  

기자 "편집장님 이거 이번달에는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기사 앞부분만 먼저 

이번달은 넘기고 저도 하루 이틀은 집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조편집장 " 그건 그거고. 강부총리의 증언에는 이런 부분에서 ....

내 기사라면 마 그렇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경제부출신  전문가잖아요?

내가 쓰나? ... "

 

기자 " ..... --; "

   

떻게 되었냐구요. 결국 무려 3주를 '단 하루'도

당시 강동구쪽에 있던 집에 못들어가고 꼬박 밤을 새가며 작업을 한뒤 

겨우 기사를 탈고했습니다.  

 

그것이 'IMF의 진실- 대통령은 없었다'는 

연작 시리즈의 시작이었고,

결국 이 시리즈는

미국 씨티(citi)은행이 주는 세계 최우수 언론인상(1999 수상기준)을 

월간 기사로는 처음으로 수상했습니다.

통상 일간지 경제부 기자들이나

경제지 전문기자들이 받는 이 상을 월간 기사로

받은 것도 처음이었고, 아직까지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세계보도부문 사진전 수상작 2004                    [본효님 블로그 펌]

수상부분 1st Prize Singles - Sports Action
작 가 명 Tim Clayton
소 속 명 Australia, the Sydney Morning Herald
작품소개 프랑스와 뉴질랜드 경기 중 스크럼 속에서 프랑스 팀 주장 Yannick Bru.

 

 

국 뉴욕에서 직접 상을 받게 되어 

출발하기 전날.

조촐하게 한국에서 가진 기념 리셉션에서 

수상자 연설을 하는 자리...'할말'(?)은 많았지만 연단에 올라가니

다른 것은 하얗게 생각이 나질 않고.....

 

"저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정치부 경제부 특파원등

엘리트 코스를 다녀보았고, 특종도 낚는등

참 다양한 경험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10년 넘게 어깨 넘어 배운 것보다

더한 것을 지난 1년동안 저는 이분에게서 배웠습니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기사'가 어떤 것인지를 말입니다..

 

제 기사였지만, 오늘 영예로운 언론상을 수상하게된 이 기사는

제가 쓴 것이라기 보다, 이분이 쓰신 겁니다.

이분께 이 상을 바칩니다"

 

그분이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시든

그것과는 관계없이

저에게는 '창조적인 기사(記事)'가 무엇인지

선진국식 심층 추적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

무엇인지 가르쳐주신 은사요 스승이십니다.  

 

 험과 기교, 연륜과 젊음이

' 지양 (aufheben) 점'에서 만날때....

 

 그것이 곧 '완성(完成)'으로 가는 길입니다.

  

   

                                                 1004 생각

한티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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