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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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은 그다지 높지 않다. 누구는 아예 대놓고 무식하고, 꼴통이란 소리를 한다. 기자가 쓴 책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책을 받아들고 제목을 몇번씩 음미해 보았다. 처음엔 '정통시사활극'이라고 했을 때 감은 벌써 왔다. 엄청 '까데는' 이야기겠구만. 솔직히 나는 점잖은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하긴 요즘 내가 하는 짓을 보면 별로 점잖은 것도 아니다. 알만한 사람만 알지어다.ㅋ) 들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의 정치적 성향을 굳이 말하자면 진보 보단 보수에 가깝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고백하자면 난 정치나 시사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그냥 무턱대고, 보수가 뭐? 이명박이 뭐 어땠는데? 하는 식이다. 그건 뭘 알아서라기 보단 하도 욕을 먹으니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다고 진보에서 '까데는' 것을 보면 보수가 잘하는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이럴 때 취하게 되는 건, 하느 한쪽을 지지하거나, 양쪽을 잘한다고 하기 보다, 양쪽이 다 못한다는 양비론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태도를 취하는 나름의 치사한 이유는 있다. 욕 먹기 싫은 것이다. 양쪽 어느 진영으로 든지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말할 가치가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이건 또 얼마나 비열한 태도일까?

 

어쨌든 '정통시사활극'이란 제목도 나에겐 그다지 흥미롭다기 보단 약간의 반감이 있었다. 좀 구라적이지 않나? 근데 보면 볼수록 저자의 이름과 직업이 정말 잘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든다. '주기자' 이건 저자의 직업인 동시에 '죽이자'의 소리음이다. 그래. 이왕이면 기자로써 죽을 각오를 하고, 이왕이면 죽이는 이야기를 하고, 이왕이면 거짓을 죽여버릴 각오를 하고 뛰어 다니면 좋겠지. 무엇을 위하여? 진실을 위하여! 그게 어찌하다 보니 보수를 겨냥했다는 것 뿐이지 사실은 주진우 기자의 마음속엔 진실과 의를 향한 갈망이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앞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나의 정치적 성향 보수쪽에 가까울 것이라는 건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김대중을 싫어하셨고, 조선일보를 오래도록 구독했으며, 오랜 세월 강남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겠는데, 우리가 김대중 대통령에 원한 산적이없고, 강남에 뿌리 내리고 살았다고 떵떵거리며 잘 살지 않으며, 내가 조선일보를 보는 지면은 딱 정해져 있는데 문화면과 방송 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에 가깝다고 하는 건, 강남은 비교적 들끓는 동네가 아니고, 조용하고 점잖은 편이며 그러다 보니 야당쪽에서 하는 말 보단 여당쪽에서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렇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쪽에 기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내가 이책의 저자가 언급한 동네 이를테면, 14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익산이나, 대추리 또는 용산, 제주 해군기지나 봉하 마을과 인접한 곳에서 살았다면 나의 성향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람이 자기 사는 곳을 무시 못한다는데 내가 딱 그짝이다 싶기도 하다. 아니면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강남에 살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의 그런 성향 때문에 난 요즘 이런 정치를 평하는 책들을 읽는 것이 조금은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닌 것을 알게 되거나 보게되면 혼란스럽고, 내가 뭘할 수가 있지 하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읽었다. 그것도 아주 재밌게. 이 상황에서 재밌다란 말이 좀 안 어울리기도 하지만, 내가 몰랐던 것 또는 대충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서 그런 의미에서 재밌다란 표현을 쓴다.

 

그런데 주진우 기자의 인물됨됨이가 참 좋아 보인다. 그는 자신을 17세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뭐 정신연령을 규정하는 것이라기 보단 17세의 감수성 즉 순수함, 열정, 들끊음, 반항 그런 것으로 대비될 수 있음은 아닐까. 그게 종종 정신연령으로 뭉뚱그려지거나 꼴통으로 불려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겁없는 짱돌처럼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말한다. 어렸을 때 소위 불량 소년이 할 짓은 한번씩 다해봤고, 소년원이나 교도소 언저리를 배회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하면 쌍욕도 하고, 전화통 붙들고 연기 아닌 연기도 한다. 그는 사는데 겁이 없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고 있으면 있는대로 산다. 이쯤되면 나로선 상당히 부러워진다. 난 뭐가 그렇게 두려움이 많아 세상을 범생이처럼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건 또 그렇다 치자. 사람은 자기가 자신을 느끼는 것과 남이 자신을 보는 것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진가가 들어나는 법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적 1호 기자가 바로 너다." 청와대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나는 참여정부에서도 사고를 가장 많이 친 기자였다. 문재인 수석은 "주기자 때문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을 지낸 이호철 씨는 "주기자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229p)  

 

 소위 기자라면 이런 소리쯤 들어야 하지 않나? 갑자기 저자에 호감도가 확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 신출귀몰하다던 조선의 홍길동이나 어사 박문수 같은 캐릭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특별히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나는 역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7장의 '친일파와 빨갱이'를 읽으면서 내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번도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웠다. 이것은 또 자연스럽게 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물론 책의 순서상 저자는 7장에 앞서 6장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담았는데, 이 두 개의 장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심히 궁금해졌다.

 

솔직히 나 개인적으론 보수가 나라를 맡던 진보가 나라를 맡던 큰 이변이 없는 한 국가 발전에 있어서 특별한 차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꼭 그놈이 그놈이라는 정치 냉소로만 일관하지는 않는다. 어느 쪽이 맡아도 그만큼은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국이래 보수가 집권해 온 형국이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가까운 일본이나 미국만 하더라도 한번은 보수가 맡고 한번은 진보가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진보가 맡으면 나라를 말아 먹는 줄 안다. 보수가 나라를 갉아 먹는 것은 얼만데. 그나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다는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법치국가요 민주주의의 꼬락서니다. 우린 북한의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비판하지만 우리가 북한 보다 나은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보수의 그늘이 이리도 깊은데. 그런데 보수가 조금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는 그 배후에 친일파가 아직도 건제하기 때문이라는데 새삼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뭘 모르고서야 어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저자가 종교를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마피아(3장)'으로 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거란 생각이 든다. 저자의 눈은 틀리지 않다. 그리고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는 원래 기독교가 발을 붙이기엔 너무나 어려운 나라였다. 때문에 순교의 피의 댓가로 교회가 세워졌다. 내가 얼마 전부터 알게된 손양원 목사만 해도 진짜 빨갱이에 의해 두 아들을 잃고도 그 아들을 죽인 사람을 양아들로 삼았고, 그 스스로도 순교의 길을 갔던 분이다. 그런 분이 오늘 날의 한국교회가 마피아 조직과 다를바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 돌아 올 일 아닌가. 그분의 순교의 피를 헛되게 만드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33인 중 적지 않은 수가 기독교인이고,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 역시 기독교인이 많았다. 어떻게 그들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일을 오늘날의 교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는 것인가. 이것에 대해 정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바라기는 저자가 지목한 문제의 교회가 있다고 해서 싸잡아 한국의 모든 교회가 그렇다고 보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남이 알아주던 못 알아주던 건강한 복음을 전하고 좋은 일 많이하는 교회도 찾아 보면 많다.  

 

지난 주 아는 지인과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무슨 말 끝에, 경찰이나 검찰을 유일하게 무서워 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그건 우리나라란 말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깔깔대고 웃었다(경검만이겠는가, 우리나라는 미국도 무서워 하지 않고, 일본도 무서워 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통령도 우습게 본다. 한마디로 간땡이가 부었다 ㅋ).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고, 경찰마저 오히려 조폭을 풀어 국민(철거민)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국민이 안락하게 살 권리를 지켜주고, 조폭들의 횡포에서 지켜 줘야할 경찰이 그러고 있는데 경찰을 우습게 보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8장 '우리는 모두 약자다')? 그뿐인가? 우리의 딸들이 성폭력으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데도 경찰이건, 학교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건 나몰라라 한다. 그러니 어떻게 국민이 경찰을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학교를 신뢰하고 그 지역의 권력자들을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국민은 예전의 국민이 아니다. 예전 박정희, 전두환, 심지어 이병박의 국민이 아니란 말이다. 앞으로 이책을 비롯해 이런 책을 읽을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배를 두들겼던 기득권자들 그들이 언제까지 칼자루를 휘두르며 배를 두들길 수 있을지 이제부터 지켜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책은 재밌긴 하지만 읽고나면 좀 우울하다. 그렇다면 이 나라엔 정의는 하나도 없고 다 썩었단 말인가? 한숨이 나온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나라 어딘가엔 정의가 꽃피는 곳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다. 정의가 없다고 우울해 하지 말고 이책을 읽는 내가 희망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책을 읽혔으면 좋겠다. 우리의 아이들 중엔 국회에 들어가고, 기업체에 들어가고, 경찰도 되고, 판검사도 될 텐데 제 밥벌이 하자고 이런 책 한권쯤 안 읽고 그런 사람이 되면 이 나라의 장래는 여전히 어두울 것이다. 제발 내 아이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 더 알게 하려고 악다구니 좀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그것 배워서 어디서 써 먹어야 할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목적도 의미도 없이 그 일을 한다는 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인가.

 

이책 뒤에 보면 딸자식을 성폭력에서 구해주지 못한 아버지가 저자를 만난 것이 애비노릇 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운 마음에 쌀 한 가마니와 돈봉투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때 저자는 자신이 기자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딸은 우리나라 유수의 여자대학을 다닌다고 했다. 성폭력을 당했다고 다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는 것 같다. 그렇다. 한때 불행한 일을 당해도 사람과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해 줄 것이냐에 따라 그들은 그 수렁에서 나올 수도 있고 방치된 채 세상을 원망할 수도 있다. 저자처럼 서로 힘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저자는 그다지 잘 생긴 사람은 아니다. 책표지 사진을 보라. 잔뜩 찡그린게 한 눈에 봐도 호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참 매력적인 사람임엔 틀림없다. 지난 주 어느 서점에서 사인회를 가졌던 것 같은데 책을 들고 나갈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들만큼. 가서 힘내라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 같고 이 지면으로 대신한다. 주진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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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4-3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도 파이팅. 저는 사소한 것에도 버거워 하고 있습니다.
밑줄긋기 ;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다. 정의가 없다고 우울해 하지 말고 이책을 읽는 내가 희망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stella.K 2012-05-01 13:04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도 파이팅!!
이렇게 오셔서 댓글 달아주시니 그저 반가울 다름입니다.
제가 가끔 쓸모있는 말도 하는가 봅니다.ㅋㅋ

페크(pek0501) 2012-05-0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텔라님 파이팅!!!!!!!!! 꾸준한 독서에 경의를 표합니다. ㅋ

저도 마립간 님을 따라해 보는 밑줄긋기 : "한때 불행한 일을 당해도 사람과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해 줄 것이냐에 따라 그들은 그 수렁에서 나올 수도 있고 방치된 채 세상을 원망할 수도 있다." -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stella.K 2012-05-01 13:18   좋아요 0 | URL
에고, 요즘엔 게을러져서 많이 못 읽습니다.
지난 알라딘 평가단 때 받은 책도 아직 못 읽었어요.ㅜ
다시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읽어야죠.ㅋ
페크 언니도 파이팅!!이어요.^^
제가 저런 말을 하다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