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비판이 아니라 사실을 찍는다"

FACT 1 집단체조 北어린이와 가족
FACT 2 식사때 강냉이죽 반그릇씩 생일맞은 딸만 겨우 한그릇
FACT 3 끌 수 없는 라디오… 채널 1개
부산=장준성기자 peace@chosun.com
 


 


▲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든 영국 대니얼 고든 감독.
(김용우기자 yw-kim@chosun.com)
북한 다룬 다큐로 부산영화제서 주목 대니얼 고든 감독

“내 다큐멘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견해(Opinion)도 없습니다. 사실(Fact)을 보여줄 뿐이지요.”

영국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대니얼 고든(32·Daniel Gordon)은 15일 막 내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 가장 주목받은 감독 중 하나다. 그가 내놓은 ‘어떤 나라’(A State of Mind)는 북한의 전체주의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선군 집단체조’(매스 게임)를 소재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영화제 개막 전에 3회 상영의 관람권이 완전 매진될 정도로 큰 주목을 끌었다.

정작 본인은 이런 인기에 대해 어리둥절해했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what it was) 보고, 찍고, 얘기했을 뿐인데요. 그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고든이 본 북한의 ‘있는 그대로’는 다른 북한 관련 영상물에서 접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많다. 그의 영화는 북한 선군 집단체조 선발자인 주인공 박현순(여·13)과 김송연(여·11), 그리고 그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주민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 이방인의 눈에 비친 기계적 매스 게임 장면은 어떤 느낌일까, 영화 '어떤나라' 의 한 장면

첫째딸 생일에 강냉이 죽을 끓여서 온 식구가 반그릇씩 먹고 딸에게만 한 그릇을 줬다고 말하는 현순의 어머니, 북한 가정에 비치된 라디오는 채널이 하나뿐인데 소리를 줄일 수는 있어도 끌 수는 없다는 해설자의 목소리, ‘김정일 장군님’의 집단체조 참관을 기대하며 연일 체조 연습에 임하는 두 소녀의 움직임이 교차한다. 고든 감독은 영화 서두에 “세상에서 가장 고립되고, 비밀스럽고 폐쇄된 나라 북한 이야기”라는 해설을 달았다. 이것이 그에게는 비판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다.

고든 감독이 북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인연의 중심에는 축구가 있다. “어떤 것도 축구와 바꿀 수 없다”는 열정을 가진 그는 안정환 선수의 골 세러모니를 흉내낼 정도로 ‘축구광’. 2년 전 그는 1966년 런던 월드컵 당시 강팀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던 북한 축구팀 이야기를 소재로 다큐멘터리 ‘일생일대의 승부’(The Game of Their Lives)를 만들었다.

“하나밖에 없는 북한 TV 채널에서 내 작품이 무려 10번이나 방영됐어요. 사실 ‘김일성’이라는 이름도 모르고 갔는데도 거의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뒤 이번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다시 북한을 찾은 그는 “북한 당국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명함에는 다큐멘터리 속에 등장하는 ‘선군 집단체조’ 포스터가 찍혀 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 그림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영화 홍보용”이라고 웃는 그는 영화제를 마치고 서울에 와서 비무장지대(DMZ) 관광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슴에 붙은 김일성 부자 배지만 떼면 북한 주민들도 보통 사람인데, 중립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다음 계획은 2002년 월드컵 당시 4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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