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아빠는 유학 중
옥성호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는 효자다. 저자의 아버지가 병원에서 마지막 삶의 불꽃을 태우고 있을 때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려고 이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그 아버지는 다름아닌 고 옥한흠 목사님이고 저자는 바로 그분의 장남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책이 미처 탈고되기 전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책을 보여드릴 수 없었다고 밝혀 마음이 짠했다. 

하긴 목사님이 살아계셔서어도 그분의 성정에 아들이 이런 책을 냈다고 어디 내색하실 정도로 반기셨을까? 그건 또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에게 이책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긴 하다. 이책은 옥한흠 목사님이 젊은 시절 가족들을 두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그 유학 3년 동안 아들인 저자가 어떻게 지냈는지 아버지는 모르실테니 바로 그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글을 썼다고 했다. 그러니 어찌보면 아들로서는 부친의 전생애를 볼 때 유학하느라 몰랐을 가족사의 마지막 퍼즐 한조각을 맞혀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썼을 것이다. 

 

사실 저자의 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는 옥한흠 목사님 타계 직후 그가 쓴 <아버지, 옥한흠>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은 저자의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나의 영적인 아버지(난 그분의 교회를 오랫동안 다닌 관계로 그렇게 부르고 싶다)인 관계로 그책을 읽는 감회가 남달랐다. 바로 그책을 읽음으로 해서 사랑의 교회가 어떻게 세워지고 영적인 계보가 어떻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는지 아는 단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책은 솔직히 전작만한 감흥은 없었다. 의미가 있다면 옥한흠 목사님 가문의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정도랄까? 물론 저자가 그것을 거창하게 바라봐주길 바라면서 썼을리는 없을리는 없을 것이다. 단지 이왕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해 알려질 것 같으면(사람은 살아생전 보다 사후에 알려지는 것이 더 많을 것임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부터) 알려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아들과 아버지. 이처럼 가까운 사이가 또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이책은 저자 자신의 자전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어린 시절을 중심으로 한. 그래도 아버지를 의식해 썼고, 아버지에 대해 (전작을 포함해)이만큼 쓸 수 있는 거라면 옥한흠 목사님은 상당히 존경 받을만한 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폐일언하고 이책은 상당히 재밌다. 작가는 자신의 유전자가 모계를 닮지 않고 부계를 닮았다고 했는데, 작가의 어린 시절을 복원해 내는데 그 글솜씨가 상당히 유려하다.

저자는 그렇게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진영읍에 있는 외가에서 살아야했던 3년 간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매 에피소드마다 어린 아이의 심경을 그리도 잘 포착해 내는지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고 웃음짓게 만들었다. 특히 키우던 개를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딱총으로 눈을 맞히고 무척 미안했음에도 어느 날 솥안에 있는 것을 보고 별로 미안해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특히 동생이 그것을 먹으면서 사라진 개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맛있다고 말하는 그게 참 많이 웃음이 났다. 또한 무엇이든지 만지기만 하면 고장을 잘내는 저자가 동생을 100원에 매수하여 전기밥솥이 고장난 책임을 지도록 만들고, 어머니에게 혼이 나면서도 당당한 동생의 모습속에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대비시키는 것도 재밌었다. 또한 그토록 보기원하는 만화 영화를 자는 척하며 잠꼬대를 읊어 막상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지만 곧바로 허무함을 경험하게 됐다는 이야야 등. 정말 우리도 돌이켜 보면 이런 추억하나쯤은 있지 않나, 그야말로 추억은 방울방울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아이의 마음은 단순하다. 보이지 않는 것 보다 보는 것에 더 목이 마르고 그것으로 사람을 가늠하고 세상을 판단하기 좋아한다. 공부 잘하면 인정 받을 줄 알았는데 그것 위에 주먹 센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소년이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보내 온 사진속 링컨 컨티낸탈을 탄 아버지를 보면서 무조건 아버지가 미국에서 출세한 줄 알고 친구들에게 들떠 자랑하는 소년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차의 출처를 알게되고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아주 작은 진실의 한 조각임을 저자는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가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남달라서 정말 어린 아이에게 외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복인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친할머니 댁에 가는 것 보다 외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더 좋아했다. 분명 친할머니의 집이 외할머니의 집 보다 좀 더 나았는데도 난 굳이 불편한 외할머니 댁을 더 좋아했다. 음식도 입에 맞기는 친할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이 더 맞았는데도, 조미료를 쓸 줄 모르고 짜기만 했던 외할머니 음식을 좋아서 온 이상 입에 맞지 않는다고 투정할 수가 없었다. 그럴만큼 외가가 더 좋았던 것이다. 그것이 생각이나서 책을 읽으면서 정말 동감이 되었다.

더구나 아버지가 귀국하고 너른 마당이 있는 외가를 떠나 서울의 좁은 셋방에 살아야 했을 때 소년은 얼마나 외가가 그리웠을까? 그뿐인가? 외가가 있는 진영의 교회는 번듯했는데 아버지가 개척한 교회는 그야말로 상가내 교회였다. 말이 되는가? 모름지기 교회라면 교회다운 외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어야지 상가내 교회라니.

 

그건 정말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친구 따라 나온 교회가 상가내 교회라 나는 다시는 교회 안 나가고 성당 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시작은 그렇게 했을지 몰라도 진짜 신앙을 키운 건 기독교로 옮기고 나서부터였다. 그러니 보이는 건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아닌 것이다. 나중에 소년의 아버지는 정말 아기자기하고 멋진 교회를 짓지 않았는가. 내가 사랑의 교회를 처음 나가던 날 정말 미국의 어느 교회가 이렇지 않을까?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훗날 아버지가 그런 교회를 세울 줄 소년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이책을 읽으면서 남자들 처가집 말뚝만 봐도 절을 해야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렇게 당신의 자재들을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장모가 안 계셨더라면 옥한흠 목사님이 어떻게 그렇게 유학을 다녀오실 수 있겠으며, 오늘 날 우리나라 기독교사에 길이 남을 목회를 하실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바램이 하나 생겼다. 언제고 이 글을 저자가 볼런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옥한흠 목사님의 유학 3년 동안의 일기와 사모님과 주고 받았던 편지를 꼭 책으로 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진영에서의 3년 퍼즐이 맞을 것 같다.

또한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문득 브래드 피트가 나왔던 <흐르는 강물처럼>이 생각이 났다. 물론 본지 오래되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것도 한 목사의 가정에서 2대에 걸친 유장한 가족사를 그린 작품으로 기억한다. 이제 고 옥한흠 목사님 이야기에서 빠진 건 그분의 세 아들이 어떻게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는가인데 그것까지 볼 수만 있다면 신앙의 모범을 사셨던 목사님 가정의 한편의 수채화를 볼 것 같다. 감히 저자에게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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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2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의 얘기가 무척 재밌네요. 누구나, 아무리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우리의 일상 속엔 보석 같은 숨은 이야기들이 많지요. 그 보석이 빛을 내기 위해선 그것을 발견하는 눈이 있어야 할 듯해요. 잘 읽고 갑니다. ㅋ

stella.K 2012-02-26 13:15   좋아요 0 | URL
이책 정말 재밌어요.
교회 안 다니는 사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어요.
정말 아련한 어린 시절 추억에 빠질 수 있는 그런 책이죠.
기회되시면 한번 읽어 보세요.^^

이진 2012-02-2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옥한흠 목사님의 교회를 다니셨군요. 부럽습니다.
어쨌든 스텔라님은 요새 이런 책에 푹 빠지셨군요. ㅠㅠ
저는 요새 책에는 손을 도저히 대질 못하고 있습니다.
인강이 이제 이틀 남았는데 강의가 수두룩하게 밀려버렸어요 ㅠㅠ
그걸 듣느라... 하 그래도 꾸준히 자기전에 송경동 시인의 작품은 읽고는 있는데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는거 있죠.
이제서야, 아니 전부터 느껴왔지만 에세이 신간평가단 초반에 알라디너 분들의 염려섞인 한 마디들을 이해하겠습니다. 저의 수준이 낮은 걸까요 ㅠㅠ 오늘은 한진중공업에 관련된 모든 실태를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야 책이 좀 더 재미있게 읽힐 것 같아요...

stella.K 2012-02-26 20:05   좋아요 0 | URL
뭐야? 스텔라님? 이모라고 부르랬더니.>.<;;
그래서 요즘 잘 안 보였구나.
입학도 하기 전에 이렇게 공부할게 많아 어쩌누.
입학하면 너 보기 더 어려워지겠지?ㅠㅠ

글쎄, 너한텐 에세이 분야가 어렵나?
난 비교적 어느 분야 보다 만족도가 높은데.
물론 나 역시 평가단의 책이 다 좋은 건 아니야.
하지만 전에 지원했던 예술 분야쪽 보단 좀 좋은 것 같아.
인문분야는 아예 처다보지도 않고.
아무래도 네가 공부에 바빠 마음의 여유가 없는가 보다.
근데 왜 또 평가단 책 선정 및 발송을 안하는 걸까?
또 3월이 되야하려나 보다. 이번 담당자 누군지 모르지만
쫌 마음에 안 들을려고 해.ㅠ

옥한흠 목사님 설교는 인터넷 들어가면 들을 수 있어.
아직도 그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ㅠ

이진 2012-02-26 20:2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모.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ㅋㅋㅋ
뭐,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공부랄것도 없지만 후후

제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하지만 칼과 황홀도 그렇고, 술술 읽히지는 않네요.
특히 미셸 투르니에였나, 그 분의 에세이는 특히 다가가기 어려웠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손을 못대겠어요.
지루하다고 해야할까?
이미 2월에서야 배송된 몸. 이제는 한달씩 늦추려나 봅니다.
저야 이번이 처음이니 싫고 말고 할 것도 없고, 늦춰지니 좋지요..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