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갈대 > 정신분열병에 대한 지식 - 가족을 위한 정보 -

정신질환에는 많은 종류들이 있는데 입원환자의 과반수는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의 특징은 젊어서 발병하여 만성적인 경과를 밟으면서 서서히 인격의 황폐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만일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사람구실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기침, 콧물,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기는데 정신분열병에서도 마찬가지로 병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보통사람에서 잘 볼 수 없고 환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양성증상, 보통사람에서는 잘 볼 수 있는데 환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것을 음성증상이라고 합니다.

양성증상에는 망상과 환청, 와해된 언어, 왜곡되고 기이한 행동이 있습니다. 망상이란 잘못된 믿음으로 근거 없는 사실을 혼자서는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입니다. 망상의 내용에 따라 자신이 남들보다 대단한 존재라는 과대망상, 남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 등이 있습니다. 환청이란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환자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사람의 말소리와 똑같이 들립니다. 환청이 심각한 점은 때때로 환자들이 환청에서 시키는 대로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입니다.

음성증상으로는 현저하게 빈약한 언어 또는 내용이 없는 언어, 감정표현 능력의 감소, 무기력감, 무표정, 의욕저하 등이 있고 환자가 아무 것도 하기 싫어하고 꼼짝도 안하려고 하고 잘 먹지도, 잘 씻지도 않는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보통 대부분의 정신분열병은 이런 음성증상으로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 가족들이 환자의 모습을 보고 병으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환자가 망상이 생기고 환청이 생겨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환자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병의 원인은 잘 모릅니다. 다만 여러 가지 원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원인적 요인에는 유전적 소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증가, 대뇌기능의 이상 등 생물학적인 요인과 초기 가족 관계 등에 대한 발달적 및 심리학적 요인들이 있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병식이 있다'고 말하는데,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처럼 스스로 병원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가족들에 의하여 반강제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정확한 평가, 일관성 있는 약물치료, 환자의 자해 및 타인에 대한 난폭한 행동으로부터의 보호, 기본적인 생활 욕구에 대한 제공 때문입니다.

보통 신체질환에 걸린 경우는 입원하고 나서 병을 다 낫게 한 다음에 퇴원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맹장염일 경우 맹장수술을 하고나서 회복한 후 퇴원하면 그걸로 치료가 끝입니다. 더 이상 병원에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열병은 다릅니다. 어느 정도 좋아지면 퇴원하여 '외래통원치료'가 시작됩니다. 보통 보호자들이 '퇴원해도 외래치료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병의 뿌리를 뽑고 완전히 다 나을 때까지 절대로 퇴원시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가끔 봅니다.

다른 어떤 병보다 정신분열병의 치료에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병이 만성적인 경과를 밟게 마련이고, 격리차원의 장기입원이 아니라면 결국은 환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입원시키고 나면 자주 면회를 오고, 담당의사도 자주 만나서 정신분열병에 대하여 많이 알려고 노력을 하여야 하며, 그렇게 되면 결국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가족치료라고 합니다.

환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약물치료입니다. 환자들이 먹는 약을 항 정신병 약물이라고 합니다. 항 정신병 약물에는 많은 종류가 있으며 이 중에서 각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골라서 쓰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양성증상이 특히 약물치료에 잘 듣는데, 최근에는 음성증상에도 잘 듣는다는 약들이 속속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든 다른 약들과 마찬가지로 항 정신병 약물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눈이 올라가거나 목이 돌아가는 것, 발음이 불분명해지고 침이 흐르는 것, 한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불안 초조해 지는 것, 입마름, 변비,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것, 졸리움 등이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은 대부분이 해소되므로 크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흔히 '정신과 약이 독하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는 등의 잘못된 믿음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약을 잘 먹으면서 치료가 잘되고 있던 환자가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고 약을 끊어 재발하게 되는 경우를 볼 때가 있습니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밖의 치료로는 개인정신치료, 집단치료, 사회기술훈련을 포함하는 행동치료, 재활치료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정신분열병의 경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예후에 대한 것은, 일반적으로 1/3은 심하게 아픈 상태로 있고 1/3은 호전되나 아직도 아픈 상태로 있다는 것입니다. 병식이 있는 환자가 보호자의 꾸준한 관심 속에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받을 때 정신분열병의 재발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병을 이기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점점 더 병이 나빠지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정신분열병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동수원병원 정신과장. 정신과 전문의 이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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