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재범을 좋아할지 말지 나 자신 구분이 안 간다.
어떤 땐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이 사람은 뭔가모를 역마살, 신비주의 뭐 그런 게 있어서 만만하게 좋아할 수 없을 것도 같다.
임재범을 처음 본 것은 올 봄 무렵이다. 나가수 보다 먼저 나온 건 김정은의 초콜릿이었을 것이다. 머리를 길게 늘어 뜨리고 한 손엔 마이크를, 나머지 한 손은 뻘쭘했을테니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넣고 노래를 부르는데 꽤 멋져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나 역시 필요에 의해서 바깥에선 한쪽 손을 주머니 깊숙히 넣고 다니는 편인데, 그 옛날 주일학교 교사를 했을 때 제자 녀석 몇명이, 선생님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는 폼이 꽤 건방져 보인다고 한 적이 있었다. 진짜 건방졌으면 녀석들이 그렇게 대놓고 말할 리는 없고, 걔내들깐엔 (다소)멋있어 보인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싫지 않은 표현이긴 하지만 나로선 그러고 싶어 그런 건 아니니 못들은 척했다. 그러다 그때 임재범을 보고 묘하게 나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건방져 보인다는 게 저 정도는 되어 보인다는 건가? 저 모습도 나쁘지 않은 걸?ㅋ'
하지만 임재범은 그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거친 매력과 자유분방함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것까지는 나도 좋기는한데 그는 기가 세 보인다. 난 바로 그것이 그를 좋아하기엔 다소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것은 또 지난 날 나의 사부님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역시 공통점은 마초는 내가 별로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제 임재범이 승승장구에 또 나왔다.
물론 그래봐야 편집을 길게해서 1,2부로 나눈 것에 불과하지만.
난 이 남자를 아주 많이 좋아할 수 없어 지난 주엔 보다가 잤고, 어제는 중간부터 봐서 끝까지 보았다.
보면서 느낀 건 그는 확실히 남자였구나 하는 것이다. 
나가수에 나와서 '여러분'을 부를 때 유난히 극을 매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그게 감동을 자아내는 뭔가가 있어 '모름지기 가수라면 저렇게 뽑아내는 뭔가가 있어야 해'로 몰아갔는데 어제 후일담을 들으니 그때 몸이 굉장히 안 좋았다고 한다. 이른바 맹장이 터진 상태. 하긴 그때 그의 나가수 하차 이유가 맹장이 터져서 그렇다고 했는데, 그 무대가 워낙 인상이 깊어서였을까? 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것 같으니까 꼼수를 부려보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혹을 가졌더랬다. 그런데 어제 얘기를 들으니 사실이구나 싶다.
그가 천상 남자구나 싶었던 건, 그런 일이 있기 바로 직전엔 손가락 두 개가 금이간 상태이기도 했단다. 벽이 센가, 내가 센가 하다가. 그걸 치료도 안하고 있었는데 맹장수술 후 내친김에 손가락 깁스까지 한 것. 그런데 그 깁스를 이틀인가, 삼일만에 풀었단다. 이유인즉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서. 깁스한 것이 걸려서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더라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그가 남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그는 남자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그는 가수다란 생각을 했다.
그가 가수가 아니면 무엇이 됐을까? 역마살이 확실히 느껴지기는 한데 안 됐으면, 도사나 박수가 되지 않았을까? 한이 많은 사람 같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을 평생 끌어안고 살았던 것. 얘기를 얼마나 시원시원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을 잘 하는지. 나름 꽤 똑똑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자신을 그만큼 털어놔 보여줬는데도 역시 난 그를 팬으로서 성큼 좋아하기엔 뭔가의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도 그는 매력적인 사람임엔 틀림없다.
나중에 영화배우 이대근 흉내를 내면서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하는데 정말 이대근이 몹시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우연일까? 조금 아까 알라딘에서 임재범의 리메이크 앨범이 나왔다고 문자가 왔는데 그게 이건지 알 수가 없다.
대충 훑어보니 좋을 것 같긴한데 음반 모으는 것에 별 흥미가 없어 사게될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그가 앞으로도 승승장구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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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2-08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래서 아니다, 타고난 것 같아요. 이 분의 노래하는 목소리는. 좋았고 좋은데 요즘처럼 언론에 오르내리니까 관심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작가는 글로,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표현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11-12-08 11:59   좋아요 0 | URL
요즘 뭐 그런 사람이 한 둘 이어야 말이죠.
나도 아이님과 같은 생각인데 타고난 사람들은 또
자기 자리를 지켜가더라구요.
이 사람은 이러다가도 확 안 나타날 수도 있어요.
워낙에 기인에 가까운지라.ㅋ

페크pek0501 2011-12-0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재범이 승승장구에 나온 것, 저도 중간부터 봤어요.

확실한 건, 우리가 모든 인간 개개인을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독해불가의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돼요. 특이한 사람도 많고...

stella.K 2011-12-10 10:49   좋아요 0 | URL
카리스마 짱이죠.
사람을 즐겁게 하면서도 가장 힘들게 할 사람은 아닌가
싶기도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