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댓 드라마티스트 -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16인의 드라마 작가 올댓시리즈 2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 지음 / 이야기공작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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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작가의 삶 또는 작가가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 관한 책을 즐겨 읽게 됐다. 아무래도 글쓰는 것에 관심을 갖다보니 그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도 소설가에 집중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 작가가 소설가만있겠는가? 시인도 있고, 시나리오 작가도 있으며, 드라마 작가도 있다.  그래도 작가를 다룸에 있어 소설가들이 단연 많이 다루어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 드라마 작가 16인을 다루고 있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은근히 재밌다. 그리고 이책은 대표 작가 16인의 개인적 고백을 담은 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따로 있어서 이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

닥치고 드라마...이 책은 꼭 그러려고 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비교적 원로급들을 앞에 배치해 놓았다.  원로이면서 현역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드라마 작가로는 김수현 작가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난 70년 대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녀의 작품 한 두 작품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두 드라마는 너무나 유명해서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대면 수돗물 사용량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내가 그녀의 작품에 매료되기 시작한 작품이 있다면, TBC가 문을 닫기 전 방송했던 <아롱이 다롱이>가 아니었나 싶다. 어찌나 드라마가 재밌고 웃기던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그녀의 작품을 보지 않게 됐다. 그것은 그녀의 드라마가 싫어서라기 보단 사춘기의 여파여서인지 모든 것에 시니컬해졌다. 그래서 TV드라마도 시큰둥해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오랜만에 그녀의 드라마를 봤는데, 배우들의 대사가 엄청 많아졌고 속사포처럼 쏘아대는데 그만 질려버렸다.  그게 어찌나 거슬리던지, 가득이나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내가 역시 나는 드라마를 보지 말았어야 했어. 하며 여전히 다른 모든 드라마도 보지 않았다. 모름지기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김수현의 드라마는 과연 일상에서도 저런 대사를 쓸까 의문이 들 정도로 대사가 많고 경직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대사가 적어 한풀이라도 하듯, 지문조차도 구어체로 살려 배우들로 하여금 읊조리게 만들어 놨으니 얼마나 거북한가.
지금도 그런 선입견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를 말할 때 김수현을 빼놓고 말하기는 어렵다. 원래 소설이나 드라마나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데까지 몰고 가야한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을 다루더라도 어떤 작가는 그걸 막장으로 몰고 가지만, 김수현 드라마는 '명품'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다.
특히 몇년 전에 방송됐던 <내 남자의 여자>를 보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적이 있다. 그건, 친구의 남편을 사랑하는 어찌보면 막장 드라마적 요소들이 많다. 장면도 간혹 파격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느 새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속사포적 대사는 마치 연극에서 보암직한 대사로 바뀌어 있었고, 고도로 등장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막장적 요소들을 거둬내고 보는 내내 정말 괜찮은 연극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과연 '김수현이다!'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모르긴 해도 그녀는 훗날 한국 드라마사(史)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작가중의 한 사람이고, 한 술 더 뜨자면 '현대의 (한국의)셰익스피어'쯤으로도 추앙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그렇게 그 작품을 통해 김수현 작가에 대한 재발견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은 늘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그래서 그 이후 몇 개의 작품이 더 나왔지만 건너 뛰었다. 그리고 마침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이 되었다.  정말이지 몇 년만에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엔 작가가 김수현이라서라기 보다는, 수애라는 여배우가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지만. 

책에 보면 그녀는 굉장히 쉽게 글을 쓴다고 나와 있다. 작가라면 머리를 쮜어 뜯어가며 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그녀의 머리속에선 어떻게 써야할지를 다 그려놓고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또 오래 전에 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과 비슷하다. 그는 이미 머리속에 자신이 만들 작품을 그려놓고 나머지 쓸데없는 부분을 깍아내는 것처럼 작업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기까지 김수현 작가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공부해 놓은 분량은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배우들이 쏟아 놓는 대사과잉이 이해가 갈 것도 같다. 그녀는 또한 쪽대본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데, 작가들의 쪽대본이 드라마의 질을 얼마나 저해하는지를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드라마는 명품 드라마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드라마를 볼 것 같으면 입 닥치고 볼 일이다.   

취재력... 소설을 쓰는 작가든 드라마를 쓰는 작가든 취재력은 거의 제1의 조건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를 빼놓고라면 말이다. 책은 비교적 초두에 김운경 작가 편을 실었다. 김운경 작가의 대표작이라면 <서울 뚝배기>나 <서울의 달>이 있고, 이것 역시 누구든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드라마가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놀라운 현장감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다 그의 발빠른 취재와 꼼꼼한 관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재밌는 건, 그가 드라마 <형>을 집필할 때 그는 실제로 거지 소굴에 들어가 봤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실제로 걸신(乞神)의 실체를 보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거지는 그냥 가난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귀신이 들려야 하는데 그게 걸리면 잘 차려진 깔끔한 (얻어 먹는) 음식 보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더러운 음식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런 더러운 음식을 먹어도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걸신도 한번 그 육체를 떠나면 더 이상 더러운 음식을 먹을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 병에 걸리면 세상을 뜬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캬~!"하고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김운경 작가가 아니면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는 이렇게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 고급 취향이 아니다.
그의 관심은 항상 거리와 시장에 있다. 노숙자의 이야기를 하려면 서울역으로 가서 노숙자들과 보름은 같이 뒹굴어해 한다고 말한다. 과연 작가는 그냥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이렇게 김운경 작가가 서민적이거나 밑바닥의 삶에서 취재를 한다면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발군의 취재력을 자랑하는 작가가 있다면 <종합병원>을 쓴 최완규 작가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는 그 작품을 쓸 때 아예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느 의사는 취재에 몰두한 저를 '짐승처럼 산다'고까지 표현했으니까. 뭔가 인생의 변화를 꿈꾸다면 어느 순간은 미친 듯이 살아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제 노하우는, 아니 저뿐만 아니라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의 노하우는 '취재'라고 말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말하지만, 더 많은 작가들이 자기 감각만 믿고 쓰지요."(124p)

그건 정말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지 그를 두고 '취재 짐승'이라 했을 정도라니 알만도 하다. 하지만 나중에 그도 고백하지만, 때론 지나치게 많은 취재가 작품을 쓰는데 방해가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작품에서의 취재는 빙산의 일각으로 표현하란 말이 있다. 좀 억울할 법도 할 것이다. 취재는 잔뜩인데 드러나는 건 아주 적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학적,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작가들이 결국 전체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으니(130p) 그것은 작가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김도우 작가는 여성 작가였다...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것은, 우리가 그렇게도 재밌게 봤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가 여자였다는 것이다. 난 이름이 그래서 남성 작가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이 없었다.  그리고 남자면서 이렇게 지극히(!) 여성적인 작품을 쓰다니. 나름 한 번 지켜봐야할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성 작가라니. 깜빡 속은 느낌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방송엔 여성 작가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엔 매체의 발달로 인해 그 드라마에 누가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썼느냐도 중요해졌다. 이건 묘하게도 영화는 감독이 누구냐가 (배우 보다 더)중요하지만 드라마에선 연출 보다 작가가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여성 작가들이 포진해 있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드라마의 절대 다수가 여성 시청자들이라는 점과, 여성의 감성, 여성의 어휘력 등이 주 강점으로 떠오르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드라마의 구성이 주로 사랑 아니면 가족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은 역시 남자 보단 여자가 더 강하다. 그러니 여성 작가가 중요해질 수 밖에. 
그래서 그럴까, 난 그다지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 작가의 작품이 시작한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 작가가 있다. 그것은 노희경과 흔히 홍자매라고 일컬어지는 홍진아, 홍자람의 작품이다.
노희경은 초기에 우리나라 하루의 방송이 마쳐지면 애국가가 나오는데 그것의 시청률 보다 못한 시청률을 가지고 있다는 오명이 있다. 사실 나도 노희경을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고, 그런 작가가 있는 줄도 몰랐다. 지금도 그녀는 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하지 못하는 작가다. 소위 말하는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작가란 말이다. 하지만 최근 그 매니아층이 점점 두꺼워지고 다소 넓어지기도 했다. 잘된 일이다. 그녀의 작품은 상당히 감성적이고, 시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면을 바라본다는 것에서 어떤 점에선 김수현을 닮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배종옥과 서로 목을 졸라가며 싸우고, 표민수 감독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니 정말 놀랍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하다. 원래 감독과 작가는 견원지간이라 할만큼 사이가 안 좋다고도 하는데, 하긴 사람이 좋고 싫은 것에 무슨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니 꼭 나쁘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와 배우가 서로 목을 졸라가며 싸우는 것이 지금도 방송가에서 회자되고 있다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그때 노희경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소리를 질렀단다. "연기를 제대로 하란 말이야!" 이것이 배종옥이 <거짓말>을 했을 때라고 한다. 역시 요즘 작가는 배포도 있어야 하는가 보다. 옛날엔 어둠속의 좀비같기도 하고, 대인기피증에 걸린 고독한 한마리의 늑대 같지 않았던가? 오래 전, 작가 김수현이 연출에도 관여를 한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배우와 싸우는 작가도 있고, 방송가는 정말 요지경속인가 보다.
그렇지 않아도 노희경이 표민수 작가에게 한 말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적응 안 되는 게 세 가지가 있는데 사랑과 뱀, 배종옥이라고(166p). 그 부분 읽고 그저 웃는 수 밖에. 크크. 원래 여자는 싸우면 싸울수록 멀어진다고 하는데, 확실히 작가의 유전자와 배우의 유전자는 좀 특이한데가 있는지 배종옥과 노희경은 같은 여자인데도 지금 잘 지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노희경 작품에 배종옥이 거의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드라마의 미래... 내가 홍자매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것은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고 나서인데 그것이 눈에 들어왔을 때 좀 지난 작품이긴 하지만 <태능선수촌> 늦게나마 챙겨 보았다. 그것은 다른 작가들이 사랑 타령, 불륜, 막장 드라마를 쓰고 있을 때, 그녀들은 소재의 독특함으로 승부수를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소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그렇게 소재의 다양성은 있어서 좋은데 아직도 그 주제면에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항상 사랑과 배신 아니면 주인공의 탄생 비화. 뭐 이런 것들이 주다. 그래도 이것에 변화를 주시하게 만들었던 것이 이기원 작가의 <하얀거탑>이라고 생각한다. 메디컬 드라마를 우리가 못 봤나? 그래도 항상 거기엔 청춘의 낭만과 고민, 사랑만이 있어왔을 뿐이다. 하다못해 취재 짐승이라던 최완규의 <종합병원>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소재는 다양해졌어도 주제가 그렇고 그러니 그 밥에 그나물이란 말이 나온다. 참, 내가 드라마를 안 보게된 결정적인 계기도 내가 꼭 시니컬해서만도 아니다. 그래. 그 밥의 그 나물이어서 안 본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기원 작가는 흔히 다룰 법한 이야기를 벗어나고 있었다. 인간이 갖는 욕망, 인간의 생명의 유한성 등을 가장 극적으로 잘 보여줬다. 물론 이 작품은 원작에 힘입은 바 크지만 작가가 어떻게 각색을 하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건 달라질 수가 있다. 그때 그걸 보고 얼마나 열광했던지.  
물론 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드라마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바라기는 그렇게 취재 짐승이란 말을 듣고, 고생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적어도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말은 듣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좀 더 그 부분에서 노력을 해 주었으면 한다. 

                                                               *           *           *  

사실 소설이나 드라마나 스토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에 드라마 작가들이 고민은 소설가들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조언하는 건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나 비슷하다.  하지만 워낙 이 방면의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다. 더구나 소설가는 혼자하는 작업이지만, 드라마 작가는 직접 부딪혀 가면서 해야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고민은 조금 더 치열해 보인다. 그것은 최순식 작가의 말처럼, 드라마 작가는 그냥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다루어야 하는 작가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몇년 전, 겉멋이 들어 시나리오를 잠시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얼떨결에 시나리오 한편을 쓰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다시는 시나리오 작가를 함부로 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것처럼, 같은 비주얼 스토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드라마 작가 역시 함부로 뭐라고 일이 아니다.  
작가들 사이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란 말이 있다고 한다. 즉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좋은 작품을 쓰고 싶은 열망은 시청자 보다 작가들이 더할 것이다. 그러니 가능성 있는 작가라면 좀 더 인내를 가지고 묵묵히 지켜봐 줄 일이다. 한국의 셰익스피어라 불릴만한 김수현도 매번 성공적인 작품만 써왔던 것은 아니다.  그렇잖아도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드라마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드라마는 더 많이 발전할 것이다. 그러니 시청자로서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뭐라고 하는 건 우리 드라마를 대하는 태도는 아니다. 어차피 어설프게 만든 드라마는 도태되기 마련이니까.   

나는 이 책이 다룬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분량이 작다고 생각했다. 고작 271p 정도를 쓰고 있으니. 하지만 글쓴이들이 군더더기없이 자기가 다룬 작가에 대해 잘 썼다고 봐진다. 작가지망생은 물론이고 작가들의 이면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잘 읽혀지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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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11-0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 작의 <내 남자의 여자>를 보고 좀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 작가는 주인공 여자가 잘못을 저지른 남자를 상대로 복수하는 장면을 즐겨 쓴 것 같았고,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확실했어요. 선악의 구도도 확실하고... 마치 남자들을 못마땅해하듯...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승자가 없는 것, 그러니까 배종옥도 그의 남편의 사랑을 차지한 김희애도 승자가 되지 않고 패자가 되어버리죠. 남편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존재가 되고...작가가 김희애마저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게 느껴져요. 다시 말해 악을 저지른 자도 연민의 대상으로 볼 줄 아는 넓은 아량이 김수현 작가에게 생겼다고 할까요? 그건 작가가 나이 들어서가 아닐까 싶었어요.

우린 남의 남편을 빼앗은 사람은 늘 행복하고 승자의 위치에 있는 걸로 알기 쉽지만, 사실은 완전히 빼앗는 건 불가능해서 더 고독하고 더 비참하다는 것을 김희애의 모습에서 알게 되죠. 알고 보면 그녀도 불쌍한 존재라는 것... 사랑의 노예일 뿐이라는 것...

이 책, 재미있겠는데요. 저도 한때 노희경 작가를 좋아했어요. 대사가 외우고 싶을 정도로 끝내줘서요.

잘 읽고 갑니다. 제가 첫 추천일 것 같은데요. ㅋㅋ

stella.K 2011-11-06 20:05   좋아요 0 | URL
오, 고맙습니다.
저는 쓰기는 열심히 쓰는데 추천은 많이 못 받아요.
왜 그럴까요? 어떤 땐 과외 받고 싶더라니까요.ㅋㅋ

맞아요. 그 드라마는 그랬죠.
무조건 김희애를 옹호하지도 않고.
결국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는 건 말하기 위함이었을까요?
아무튼 그 드라마 정말 세 사람만 나오는 고도의 심리극을 보는 것
같아서 정말 인상 깊게 봤어요.
지금하는 '천일의 약속'은 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맛은
그닥없는 것 같지만, 수애가 연기를 정말 잘하더군요.
그에 비해 김래원은 쫌...ㅋ

아이리시스 2011-11-0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일의 약속]은 첫 회가 정말 좋았어요. 이 책은 16인의 드라마 작가에 대해 하나하나 해부하는 거예요? 저는 드라마를 좋아하니까 재밌을 것 같아요.^^

stella.K 2011-11-07 18:20   좋아요 0 | URL
첫회가 어땠죠?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원...ㅠ
그런데 이 드라마 지켜보고 싶어요.
수애 때문에라도.ㅋ
전 재밌게 읽었어요.
아이리시스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11-08 00:09   좋아요 0 | URL
음, 첫장면부터 "서연아, 나는 어떻게 하면 덜 나쁜 놈이 되면서 널 안을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야."

"어쩔 땐 내가 그 욕심만으로 다인 것 같아."
등등.

그리구요, 베드씬 뒤에 나오는 만나서 싸우다가 키스하고 약혼날짜 잡혔다는 얘기 듣는 그 씬 전부요. 그러니까 헤어지기 전까지. 뒤로가야 할 구성이 앞에 오고 회상씬이 진행되어서 신선한 구성이라고 생각됐어요. 하지만 지금도 좋아요. 스토리는 확실히 [내 남자의 여자] 때보다는 허전한 느낌이에요. 저한테만 그런가.ㅜㅜ

stella.K 2011-11-08 13:01   좋아요 0 | URL
햐아~그걸 기억하고 있다닛!
대단해요. 그러고 보니까 생각나네요. 맞아요!
그 첫회 정말 독특했어요.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요.
그런데 아이리시스님 말씀이 맞아요.
내 남자의 여자는 정말 빈틈이 없고, 찰진 맛이 나는데
이건 수애가 나오는 장면이나 대사가 아니면 어딘가 빈틈이 느껴져요.
특히 김래원은 영 적응이 안되더만요.
어제 기사 보니까 수애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며
이 드라마에 대해 힘들다고 징징대더만, 영 좀 보기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