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릎팍도사 유홍준 편을 마저 보았다. 그는 정말 달변가다. 

그를 있게 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처음 나왔을 때 하도 매스컴에서 떠들어대서 나도 얼떨결에 사서 본 기억이 있다. 뭐 나름 교양 쌓기엔 좋은 것 같은데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땐 내가 너무 교양이 없어 뭔가 좋고 나쁜지에 대한 개념이 없었나 보다. 지금쯤 읽으면 감동하지 않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건축에 있어 중국, 일본, 우리나라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 건축이 단연 뛰어 나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중국은 그 위용만 자랑할 줄 알고, 일본은 실용성을 앞세우고 정원만 아기자기하게 꾸밀 줄 알았지 대단히 뛰어난 것은 없단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축은 인간과 자연이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어졌단다. 과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은 맞는 말이다(어떤 이는 이말 가지고도 시비를 걸기도 하는가 본데, 인정할 건 인정하자. 또 아니면 어떤가? 다른 나라도 자국의 것이 세계적이라고 떠들고 살 것이다. 그만한 자긍심없이 어떻게 그 나라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말은 괴테가 처음 한 말이란다.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아무튼 그의 말을 들으니 지난 달에 읽었던 <안도 다다오의 도시의 방황>을 생각나게 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앞으로 건축은 자연을 이기는 건축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리뷰를 썼었다. 물론 이건 당연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해서 쓴 건 아니고,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썼던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선 그런 우리의 건축을 보러 한국을 다녀갔다는 말은 없다. 그렇다면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런 훌륭한 멘트를 나를 생각을 했던 일까? 어쨌든 안도 다다오가 그것을 깨달았다면 그건 그 자신이 처음 깨달았던 것마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난 운이 좋아 이 책도 읽었는데, 이 책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긴 한데 생각만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래도 한국의 건축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어제 유홍준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우리 유산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때 국빈은 창경궁에서 만찬을 베풀었다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그건 확실히 나도 좀 의문이긴 했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베르사이유 궁에서 국빈만찬을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인가? 정말 '무릎팍도사' 같은 국민 프로가 아니었으면 이건 전대미문의 미스터리로 남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웬 사대주의냐?  

그뿐인가? 우리나라 옛 건물이 거의 목조 건물이 많은데 그것의 특징은 사람의 손과 기를 받아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을 문화재 보존이란 명목하에 접근을 금지시킨 건 정말 넌센스란 생각이 든다. 그것을 유홍준 교수가 깨닫도록 했으니 그것도 적지않은 공일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의 문화재청장 재임시 가장 회한이 남았던 건 숭례문 화재 사건일 것이다. 그때 그는 프랑스에서 귀국길에 있었고, 불을 잡으려면 지붕을 해체해야 하는데 그것을 허락해야 하는 그가 공석중에 있어 일이 더 커진 거란다. 지붕 해체 없이는 불길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 해체한 소방관은 검찰에 불려 다녔다니 할 말이 없다. 그건 그의 회한이기 전에 우리가 우리 문화재에 대해 너무 무지한 탓이다. 한마디로 우린 문화재가 거기 있는 것만을 알뿐 어떻게 가꾸고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감상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그런 회한을 안고 퇴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나라의 일을 맡으면서 잘한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이보다 더 끔찍한 만행을 하고도 치맨지, 나는 나라를 위해 잘한 것 밖에 없다고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다니는 이 나라의 어느 지도자님(들) 보다 훨씬 나은 일이다. 그만한 회한이 있어야 나라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더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라 돌아가는 꼴 보면 열 받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유홍준 교수 같은 분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몰랐던 부분들을 알아 나가면 우리나라도 그리 형편없는 나라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자긍심 없이 이 조그만 땅덩어리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나라의 자긍심을 높였던 사람은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었다. 사니 못 사니해도 자기 일에 묵묵히 해나갔던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래도 배 곪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우리 옛 조상들은 재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서까래를 세우고, 돌에 정을 쪼았을 것이다. 우리의 몫은 그분들이 세우고 만든 것을 지키며 다시금 되새기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다시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 시리즈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가 그리도 찬양해 마지않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서서>도 읽고 싶어졌다.   

유홍준 교수는 현재 부안에 휴휴당이란 집을 짓고 사는데, 이름이 말해주듯 쉬기 위해 지은 집인데 정작 쉬지 못하고 있다고 엄살이다. 오죽하면 부인이 쉬는 것을 쉬게 만든 집이라고 했을까? 캬~! 정말 부창부수라더니 부인 역시 못지 않은 달변인가 보다. 그의 최종 꿈은 빨리 책 쓰는 걸 마무리하고 쉬는 것답게 쉬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꿈은 아마 별로 이루어지지 않을 듯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우리의 무릎팍도사 항상 그렇지만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보다 더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의뢰인이 청년을 벗어나고 싶다는데 오히려 삿갓 쓰고 만년 청년으로 살란다.그것도 모자라 유세윤 촉새 같이 유삿갓 노래도 불러준다.한마디로 웃기고, 잘하는 짓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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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9-0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홍준 님이 출연한 무릎팍 도사는 재방송으로라도 꼭 보고 싶어요.
그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서 받은 그 감동을 아직도 기억해요. 제가 당시 그 영향으로 문화답사모임에까지 들어가지고는 방방곡곡 답사도 다녔다는 것 아닙니까 ㅋㅋ

stella.K 2011-09-02 09:46   좋아요 0 | URL
오, 그런 모임이 있었습니까?
잘하셨네요. 저도 알았으면...?ㅋㅋ
재방송 꼭 챙겨 보십시오.
어제 혹시 내가 전편 방송분을 얼마나 빼먹었나 했더니
거의 다 봤더라구요. 그런데 지난 수요일 방송분이 더 재밌었습니다.
달변인 사람 약간 부러워요.ㅎ

2011-09-02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9-02 18:32   좋아요 0 | URL
글쵸? 얼마나 달변이던지...!
재방송 꼭 찾아 보세요.
울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