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트 러쉬 - August Rus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커스틴 셰리단
주연 : 프레디 하이모어,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여간해서 볼 기회가 없다가 이제서야 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지면, 잔뜩 기대했는데 영 별로였던 영화다. 관객이나 평론가나 음악 영화라면 덮어놓고 관대해지는 것. 그거 이제 좀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은근히 부아가 난다.  물론 내가 미국 영화에 대해 녹녹치 않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좋은 영화한테까지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미국 영화는 한마디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그건 어느 나라 영화를 보든 당연한 말씀!). 

그런데 이 영화 참 허술하게 만들었다. 첫 눈에 반한 남녀가 어느 건물 옥상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거야 있을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게 아기를 만들만큼 진지한 사랑이었나? 영화는 여전히 한눈에 반한 사랑이 진실한 사랑일 수 있다는 로망을 관객들에게 주입시킨다. 설마 이 영화 오늘 날의 세대가 순결과 진지함의 세대라고 보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그렇지 않으니까 이상을 담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복고 정신도 발휘해 주시고. 옛날엔 정말 눈만 마주치고, 손만 잡아도 그것을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아주 없으라는 법은 없는데 그건 천만 분의 일이다. 그 확률을 영화는 보여주는 것인데 아름답고 이상적이라기 보단 작위적이란 느낌 밖엔 들지 않는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맹점은, 여자의 아버지의 농간으로 평민의 피가 흐르는 아이를 손자로 받아들일 수가 없어, 마침 딸이 교통사고로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 버린다. 뭐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할)아버지를 봤나! 뭐 그것까지는 있을 수도 있다고 치자. 음악의 위대성은 알겠는데,  결국 음악이 한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이거 너무 만화적이란 생각 안드나? 물론 영화에 로빈 윌리암스가 나오는 걸 보면 이건 필시 어린 아이들을 위해 만든 영화거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로빈 윌리암스가 언제 그런 영화를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그건 그의 필모 그래피가 증명한다.  

영화는 흡사 올리버 트위스트의 모티프를 딴 느낌이다. 그나마 로빈 윌리엄스가 악덕업자로 나와 소년을 탐내는 것은 제법 사실적이다. 하지만 로빈의 즉흥성은 확실히 아무데서나 발휘가 되는가 보다. 지나가는 트럭에 어거스트 러쉬가 씌어진 것을 보고 소년에게 예명으로 하라고 ,무슨 사과나무에서 사과 서리하듯 뚝 던져 주는 것을 보면. 이건 또 어찌보면 나의 취향을 반영한 신경질적 평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이 영화가 겁도없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은, 어거스트 러쉬의 천재성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절대 청각, 절대 음감은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즉흥적으로 오르간을 치고, 하루 반나절도 안되 악보 보는 법을 깨치며, 나중엔 그 유명한 줄리어드 음대 강의실에 앉아 있다. 말이 되는가? 뭐 이걸 끝까지 만화 영화라고 본다면 그도 봐 줄만은 하다고 치자. 하지만 확실히 천재의 이야기는 구미가 확 떨어지는 것마는 사실이다. 평범하지 않거든. 신은 나에게 조금 부족한 환경과 (천재보다 떨어지는) 재능을 주셨지만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게 보통 사람의 바람이다. 그런데 이것을 무참히 깨게 만드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상위 1%의 천재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불편하고 미운가? 평범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 잡을 수 없는 부류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평소 격리되어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거리를 활보한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를 보면서 어거스트 러쉬를 질투하는 비슷한 또래의 흑인 소년에게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확 됐다. 솔직히 그 아이도 노래는 잘 부르던데. 

그런데 이 영화 또 가만 뜯어보면 백인우월주의 영화고, 영웅주의 영화다. 흑인이 만들었으면 모를까 미국 영화에 이게 밑바탕에 깔리지 않는 영화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 이런 거 꼬집는 것도 촌스러운 일이 될만도 하다. 그냥 입 닥치고 보든가, 보기 싫으면 다른 거 보면 그만이다. 볼거 다 보고 이러고 있으니 나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음악에 마음을 뺐겨 이런 저의를 모른 채 무조건 좋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거스트 러쉬 역의 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는 가히 볼만하다. 하지만 그의 웃는 얼굴은 별로였다.  웃는 얼굴 안 예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한데, 가끔 웃는 얼굴이 웃지 않는 얼굴 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러면 왠지 민망스러워 진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내가 그런 거 아닐까, 의심스러워 혼자 거울보고 빙그레 웃어 본다. '나 지금 뭐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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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08-2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리뷰는 써 본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예요. 주인공 이름도 기억 못하겠고(이건 찾아보면 되겠지만) 스토리 전개의 순서도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라 쓸 수가 없어서요. 그런데 stella09님은 잘 쓰시네요.

어제 극장에서 <세 얼간이>를 봤는데 참 재밌었어요. 제목만 보면 시시한 코미디물 같은데, 아주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매력 있는 영화였어요. 청소년이 보면 제법 교훈적이기도 하고요. 메시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것, 그래야 성공도 따른다는 것. 이 간단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그 영화 리뷰를 stella09님이 쓰신다면 어떤 글이 될지 궁금해지네요. ㅋ

stella.K 2011-08-29 18:58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알라딘에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ㅎㅎ
사실 별 두 개짜리 쓸 것 같으면 안 쓰는 게 나을 법도 한데
그러기엔 씹히는 것도 있고해서 써 본 거랍니다.
저의 날짜 채우기도 있고.
좀 독설이 있었죠?

기대 안한 영화가 의외로 좋게 다가오면 마치 횡재한 느낌이예요.
이 영화 기회 있으면 한번 볼게요.
글치 않아도 평이 좋더라구요.^^

아이리시스 2011-08-2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도 저는 이 영화 너무 사랑해요. 저한테는 별 네 개인데, 이후에 생각해봤는데 확실히 스토리가 빛나는 작품은 아니더라구요. OST에 푹 빠져서 음악도 엄청 들었고 여운이 있기도 했는데 다시 보라 그러면 싫어요.ㅎㅎㅎㅎㅎ

stella.K 2011-08-30 13:2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니까요. 음악만 살짝 덧발라서 괜찮은 영화인 양 하는 게
얼마나 우스워요.
음악은 정말 좋긴해요.
꼬마의 연주 실력도 짱이구요(물론 조작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