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상식·효용 알게하려는 내용담겨
질병의 관리 방법·치료법도 알 수 있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광고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의약품 광고는 규제가 엄격하다. 광고에 현혹돼 약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대중 상업광고는 철저히 금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문의약품도 상업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 광고에는 약물의 효용을 한눈에 강조하려는 제약사와 광고 제작자들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기 마련이고, 거기서 질병 관리의 ‘키(Key) 메시지’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의사·약사들이 보는 의료전문지 등에서만 이들 광고를 접할 수 있다.


▲ 1.마른 사람도 콜레스테롤치가 높을 수 있다고 강조한 고지혈증 치료제 광고.
■1 ‘외모에 속고 있다’. 제약사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광고 카피다. 광고는 미모의 날씬한 여성과 비만 남성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총 콜레스테롤치는 250으로 같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날씬한 여성은 콜레스테롤치가 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광고는 이 같은 잘못된 상식을 뒤집고 있다. 체질에 따라 빼빼 마른 사람도 콜레스테롤치가 높을 수 있으며, 총 콜레스테롤치가 250 이상인 경우는 약물 치료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자신의 콜레스테롤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한편 대한순환기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2.9%에 불과하다.


■2
제약사 노바티스의 고혈압 약 광고에는 이종격투기를 하는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혈압을 정상으로 떨어뜨리면 과격한 운동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환자들이 적정 혈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 자릿수’ 이상의 혈압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아직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몸에 붉은 색 혈관을 새겨 넣어 ‘고혈압 치료=심혈관 보호’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3 밥 돌 미국 전 상원의원과 축구 황제 펠레.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발기부전 질환 대중 캠페인 광고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치료제 비아그라는 환자의 10분의 1만이 의사와 상담하고 치료법을 찾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명인사를 등장시켜 ‘발기부전’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를 계기로 나이 들면 으레 오는 현상쯤으로 여겨왔던 발기부전에 대해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시켰고, 많은 환자들에게 용기를 줬다. 또한 발기부전 환자는 고혈압·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발기부전=심혈관질환’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4 새로이 개발되는 항암제의 특징은 암세포만 공격하는 이른바 ‘타깃’ 치료제다.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이레사 광고는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도미노를 등장시켰다. 줄줄이 쓰러지는 도미노에서 중간에 한 개만 막아주면 나머지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 이레사가 폐암이 자라는 과정에 꼭 필요한 특정 효소를 억제해, 전체 폐암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는 의미를 설명했다.

■5 비스테로이드성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광고는 매번 보습제를 바르는 아이를 보여주면서 이들이 약물 부작용 우려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보습제에 의존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또 광고는 온 가족이 아토피 환자 아빠를 긁어주는 장면을 통해, 아토피가 성인에게도 흔한 질환임을 표현하고 있다.

■6 과민성 장증후군 치료제 젤막 TV 캠페인 광고에는 ‘변비, 복부 불쾌감/복통, 팽만감, 변비’라는 글자를 배에 써놓은 ‘배꼽 티 여성’이 등장한다. 이는 과민성 장증후군의 3대 증상으로, 특히 젊은 여성에게 이 병이 많다는 것을 표현한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캠페인으로 이 병에 대한 인지도가 32%로 증가, 그 전에 비해 2배 올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