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랑 - Never Forev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김진아
주연 : 하정우, 베라 파미가(2007)

영화의 분위기가 매우 이국적이다. 그렇다고 배경이 꼭 미국이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한국 사람(아마도 한국계 미국인이 아닐까?)인 것 같지만, 이 작품 외에 이렇다할 필모그래피가 없다. 또한 스텝진들이 다 미국 사람들이다. 특히 이 영화는 촬영 감독의 덕을 톡톡히 본 영화는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 또 이 독특한 영화적 분위기 때문에 영화를 끊어보지 않고 한번에 볼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만큼 몰입도가 좋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 보고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겹쳐 약간은 혼란스러워졌다. 감독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무리 미국에 뿌리를 박고 사는 한국 이민자라도 깊이 뿌리 박힌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것과 핏줄에 대한 집착만큼은 어쩌질 못하겠는가 보다. 아마도 감독은 그것을 고발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불임부부인 경우 우리는 전통적으로 남자 보단 무의식적으로 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은 아무리 불임의 문제가 여자에게 있지 않고 남자에게 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또 하나의 독특한 설정은 여자가 미국 본토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외국인인 경우 우리나라의 이 기묘한 사고방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 여자가 문제가 있는 경우 시댁식구들의 냉대를 받아내거나(이혼할 의사가 없는 경우) 그것을 거부(이혼을 불사하고라도)하면 그만이지만, 남자가 문제가 있는 경우 그 문제의 양상을 달라진다. 남자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사가 없다. 오히려 회피하므로 여자를 또 다른 국면에서 옥죄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남아선호사상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 영화는 말해주는 듯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댁에서는 대놓고 며느리를 구박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소피(베라 파미가 분)는 한국 시어머니로부터  50일 금식기도 후에 하나님이 응답하셔서 너의 남편을 갖게 된 거라며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듣지만 확실히 이건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시어머니가 50일 금식 기도를 했으니 자신도 50일 금식을 해 보라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한데, 당신이 그렇다고 해서 남의 집 귀한 딸까지 그래야 한다는 정당성은 없다. 시어머니는 시어머니 나름의 삶이 있는 것처럼, 며느리는 며느리 나름의 삶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아이를 낳고 못 낳고의 그것으로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때 또 시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은 이 파란 눈의 며느리 소피에겐 얼마나 낯선 하나님인가?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그냥 아이없이 그냥 살자던 남편 앤드류가 어느 날 자실을 시도한다. 거기엔 이렇다할 이유가 확실히 나와있지 않다. 삶이 무료하고 지쳤던 것인지, 우울증 때문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제3의 뭔가의 원인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소피의 짐작으론 남편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그것 때문에 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이 아이에 집착 한다.  

그런데,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질 것이라고, 소피는 자신이 임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중 병원 불임클리닉에서 우연히 불법이민자 김지하(하정우 분)를 만나 거래를 만난다. 하정우는 정자를 팔아 돈을 모르려 하지만 불법이민자의 정자는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소피는 이에 의도적으로 지하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아이를 갖게만 해 준다면 얼마의 현금을 주겠다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거래는 성립이 된다.    

              

결국 여기서 묻고 싶은 건, 과연 인간에게 아무런 감정을 갖지 않는 섹스란 가능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돈은 있지만 감정은 없다.  이것이 전형적인 남창의 화대는 아니라고는 해도 어찌보면 짐승의 교미 보다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지하가 깨닫는데는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하는 자신의 정자를 소피에게 제공하고 매번 그녀로부터 돈을 받지만 그도 사람이다. 아무런 느낌도 없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자신의 정자를 제공한다는 것이 하면 갈수록 허탈한 공복감으로 다가왔었나 보다. 그래서 그는 섹스 후에 소피에게 밥을 좀 먹겠다고 했는가 보다. 그런데 비해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려고만 하는 소피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긴,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는 게 또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그것을 지하는 알까? 결국 그런 그 두 사람의 감정적 괴리는 충돌을 빚게 된다. 또 그것은  아무리 비지니적 관계여도 최소한의 인격적 관계는 되야되지 않겠냐는 지하의 바람이 담긴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싸움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보이는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들이 하는 일은 비지니스적 관계가 아닌 좀 더 의미있고 조금은 편안한 감정을 교류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던 중 마침 소피는 임신을 을 하게되고 감정이 더 발전하기 전에 이들의 관계를 마무리 할 수 있게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소피의 임신으로인해 남편도 생기를 되찾고 다시 행복이 찾아 온 것만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다. 만나고 있을 땐 덤덤하던 관계가 이제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게 되고보니 격정적인 그리움으로 이들을 지하와 소피를 강하게 묶어놓다. 그 과정에서 남편 앤드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되고, 지하가 불법이민자라는 점을 들어 두 사람의 관계를 끊어 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소피에게는 아이를 지우면 이제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소피는 뱃속의 아이를 지우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버틴다.  

여기서 감독은 초두에 말했던 남아선호사상을 꼬집는 것을 넘어 결혼의 허구를 꼬집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임신을 하려고 했던 소피는 이제 아기를 지키기 위해 가정을 버리는 쪽으로 바뀐다. 그것은 또 새로운 가정을 만들겠다는 의미도 된다. 결국 여자에게 있어서 가정은 자신의 2세를 안전하게 지켜내고 키워내기 위한 둥지와 같다. 그러므로 이제 가정은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자신을 위한 성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것은 몰라도 가정만큼은 여성의 성(城)이며 여자는 그 안에 사는 군주다. 아무리 한국의 가정이 가부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가부장을 움직이는 것은 여성인 것이다. 단지 소피는 이것을 지금까지 깨닫지 못해 혼란스러워 했던 것이다.  또 그것은 여자는 남자에게서 자신의 존재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는 것을 통해 여성의 존재가 완성된다는 것을 가장 불온하게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한다.    

 하정우를 나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하정우 보단 베라 파미가의 연기가 더 돋보였던 여성 영화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을 맡은 베라 파미가는,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불행과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그리고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복잡한 자아를 사실적으로 잘 보여준 배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녀는 <오펀:천사의 비밀>(2009)이나 최근 <소스코드>에도 나왔던 누구라면 알만한 배우였다. 가히 <소피의 선택>의 메릴 스트립을 떠올릴만 하다. 그런 배우를 난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영화를 좀 더 열심히 봐야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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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앤피스 2011-07-3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베라 파미가에 주목한 영화리뷰는 처음인데요.. 소스코드와 오펀에 나왔던 배우라니... 전 하정우에 좀 이입해서 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영화는 잘 모르지만요. 글 잘 보았습니다.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세요.

stella.K 2011-08-01 11:56   좋아요 0 | URL
이 배우를 아시는군요.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pjy 2011-08-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영화는 아니지만 듣기는 많이 들었죠~
다들 하정우에 대해서만 말들이 많았지 실질적인 영화내용이나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네요
이런 관점의 리뷰는 낯설면서도 참, 좋네요^^

stella.K 2011-08-01 15:43   좋아요 0 | URL
헉, 하정우에 대해서만 얘기하던가요?
뭐 하정우가 나름 비중있게 나온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소피가 주인공이고,여성 영환데...
어쨌든 pjy님의 귀중한 추천 한표는 정말 고맙습니다.흐흑~

2011-08-01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1-08-0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리뷰였어요. 잘 읽었어요. 하정우에게 어울리는 영화 같아요^^

stella.K 2011-08-04 14:04   좋아요 0 | URL
오, 오랫만에 들어왔네. 읽을만 했어?
하정우 나온다고 해서 혹해서 봤는데 하정우 보단 여자 주인공이
더 많이 보이더군. 나름 괜찮았어? 그럼 추천 좀 하지 그래.ㅋ
책은 잘 나가는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