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사는 사람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어요"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 박종호'풍월당' 대표
정신과 의사에서 클래식 전문 음반 가게 ‘풍월당’(서울 강남구 신사동) 대표로 변신한 박종호(44)씨는 “고단한 삶을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은 이들, 바쁜 일상에서 문화적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친구 대하듯 좋은 음악을 안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부전공(음악)’에 대해 쓴 첫 책 ‘내가 사랑하는…’은 그의 말마따나 고리타분한 음악 해설서, 명반 가이드가 아닌 ‘30년 음악 편력’을 담아 선율의 세계에 친근하게 다가서도록 돕는 순수 매니아의 음악 ‘이야기’다.

“서로 관련된 음악·연주가·작품·음반·일화·여행기를 엮은 이야기 꼭지 34가지를 사계(四季)라는 큰 주제로 구성해 6개월 걸려 썼습니다.” 박 대표는 중학교 때 부산에서 열린 ‘광복 3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백건우의 피아노 연주를 접하며 느낀 진한 감회로부터 얘기를 건넨다. 라벨·무소르그스키 등 여러 유파(流派)를 두루 섭렵한 ‘건반 위의 순례자’ 백건우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쇼팽 곡 연주 음반’으로 재출발했던 사실을 서술하면서 어느덧 쇼팽의 음악 생애를 오버랩한다. 스무 살 때인 1830년 고국(폴란드)에서 고별 콘서트를 벌이고 반생(半生)을 파리에서 살면서도 고향을 그렸던 쇼팽처럼 백건우가 쇼팽으로 재등정을 시작하며 ‘타향에서 고국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리곤 자신의 음반 가게에서 사인회를 열 당시 진지하고 다감한 백건우의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이탈리아라는 동일한 공간적 배경으로 차이코프스키·괴테·브람스를 연결하기도 한다. 책에는 손수 촬영했거나 수집한 사진과 그림도 곁들였다.

 

박 대표는 유럽·미국·일본 등 외국에서 본 콘서트·오페라만 500편이 넘는다고 했다. 음악 감상과 잘츠부르크·밀라노·뮌헨·취리히 등 음악 도시 기행에 푹 빠져 부산과 구리에 열었던 정신과 병원을 1년 전 그만두었고, ‘풍월당’과 클래식 전문 감상실 ‘뮤지크바움’을 서울 신사동에 열어 ‘취미’를 생업으로 삼게 됐다. 그는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해설을 하고 일간지·음악 잡지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대부분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충전은 못하고 방전만 하는 느낌이 들었고, ‘사회적 성공이 전부는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죠. ‘돌았다’고 말하는 지인들도 많고 수입도 적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만족합니다.”

그는 책 말미에 ‘나만의 추천 음악’을 실었다. 판에 박힌 고전 명반이 아니라 좋아진 세상(음악 기술)에서 감상의 묘미를 더할 ‘애청 음반’ 위주로 소개했다고 한다.

“음악에 푹 젖어 산 지금의 경험이 훗날 환자를 다시 대할 때 좋은 약이 될 것 같아요.” 박 대표는 “오페라 얘기는 따로 쓰려고 이번엔 아껴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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