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장샤오쑹 외 지음, 김선자 옮김, 루셴이 외 사진 / 안티쿠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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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요즘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의 눈물 시리즈와 비슷해 보인다. 이를테면, '북극의 눈물'이니, '아마존의 눈물'이니 하는 것 말이다.  새삼 매스컴의 위력은 이런데서 발휘되지 않는가 싶다. 이런 방송이 아니면 결코 알리 없는 소수민족의 삶을 이렇게 앉아서 볼 수 있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작년에 짬짬이 보았던 '아마존의 눈물'은 확실히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책 제목도 그렇고, M 본부의 눈물 시리즈도 그렇고 왜 제목을 그렇게 정했을까? 나는 그다지 이런 제목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물론 그들이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약소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 나름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괜히 '눈물'이란 제목을 붙여 저들이 마치 침략이라도 당해 운둔이라도 하는 양 동정표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 편치가 않다. 그건 확실히 그들을 모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역사는 늘 강대국만을 기억해 왔다. 강대국은 늘 약소국을 집어 삼킬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본 반에 의하면 별로 그런 정치구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흔이 보이지 않는 이상 '눈물'이란 표현은 좀 과한듯 싶다. 그냥 이대로만 지켜질수만 있다면, 그들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중국의 7개의 소수부족들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은둔의 부족인 셈이다. 사랑의 부족이라 할 수 있는 지눠족. 영혼을 조상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다바족. 사냥꾼들의 마을이라는 바사 먀오족. 사람이 죽으면 소를 잡아 조상의 땅으로 돌려보낸다는 쟈치먀오족. 아득한 옛날부터 자신들이 만든 약으로 생육을 조절했다는 잔리족. 다부다처제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나시족. 그리고 여인들의 재주가 뛰어나며 일찍 연애를 시작한다는 장각먀오 사람들까지. 어찌보면 흥미롭고, 어찌보면 으시시하기도 한 부족들이 중국내에 살고 있다. 

그중 아름답기로는 이 책 첫번째 나오는 지눠족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들이 아름다운 건, 사랑을 이뤄서라기 보단 이룰 수 없어서 아름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들은 통혼을 금지하고 있고, 그렇다고 타마을 사람과도 결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확실히 시나 노래는 행복할 때보단, 불행할 때 많이 나오나 보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전승되어져 온 노래들은 하나 같이 애절하다. 

다바족은 죽은 사람을 조상에게로 보낸다는 자부심으로 이어 온 부족인데, 그것도 공부를 상당히 많이해야 한단다. 최근엔 그 전통이 힘을 잃고 있어 명맥을 잇지 못해 자신이 죽으면 어떻게 조상을 뵐 수가 있냐며 걱정과 신음이 깊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마을도 문명의 바람이 들어온 것을 보면 자식들은 어떻게 하면 도시로 나가 돈을 많이 벌고 살까를 궁리중이란다. 아버지와 자식의 바람이 이렇게 다르니 이 전통의 맥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가장 호탕하고, 호전적이며 나름의 행복을 구가하며 사는 족속은 바사 먀오족은 아닐까? 특별히 이 민족은 남자 아이의 경우 머리카락을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찌보면 성경의 삼손의 부족인 나실인과도 흡사해 보였다. 그렇긴 하지만 이들은 변발도 한다. 이들은 결혼 전까지는 자유롭고 거침없이 연애를 한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건강하고 멋져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해 쟈치 먀오족은 죽은 사람을 위해 소를 잡는 다는 것이 샤머니즘적이면서도 좀 으시시하다. 그래도 좀 재밌는 건, 조상께 바친 소의 입에서 혀를 끄집어내어 날카로운 대나무 꼬챙이로 찌르는데, 그것은 그 소가 조상에게 가서 자신을 죽인 사람을 고자질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란다.(181P)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소가 무슨 죄일까. 무엇보다 책 표지에 나온 저 배우 안성기를 닮은 저 아저씨가 쟈치 먀오족이란다. 특이한 건, 저 아저씨가 머리에 쓴 것이 전통 모자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굴비 같은 말린 생선을 엮어 만든 것이다.  

뭐니 뭐나해도 신기한 건 잔리족은 아닐까 싶다. 생육을 조절하다니. 중국같이 산아제한을 하는 나라에서 뭐든 예외는 있는 법인가 보다. 무엇보다 태속에서 성을 바꾸기도 한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과연 신비스럽다 못해 영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다부다처제를 한다는 나시족은 일전에 보았던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조에족'가 일견 닮아 보이기도 하다. 그들은 혼외정사를 해도 그것이 별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아무튼 이렇게 읽어가다 보면, 그들의 문화란 우리의 기준과 관점에서 볼 때 다분히 미신적이며, 성적 방탕이 섞여 있다. 그래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도 지극히 문화적이며, 윤리와 도덕을 존중하는 나라만이 강대국을 이루며 산다는 지극한 상식에 확실히 놀랍고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무조건 비판의 눈으로 보기 보단, 그들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부터 그들을 알아 나가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인상적인 화보와 편안한 글도 읽을만 하다.  한번쯤 일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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