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공병호씨는“처음 독서계획을 세울 때는 분야를 정하기보다 몇 권을 읽겠다는 수량을 목표로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황정은기자 fortis@chosun.com
책을 읽으려면 견뎌야 할 유혹이 너무 많은 시대이다. 심심해서 책을 읽는다고 하면 즉흥적인 재미로 무장한 TV와 핸드폰, 인터넷이 코웃음을 칠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심심하지도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느라 도저히 한가하게 책을 읽을 틈이 없다. 독서광으로 소문난 공병호(44·공병호 경연연구소장)씨의 독서 환경 진단은 이렇게 암울하다.

“TV와 인터넷은 사람에게서 생각하는 힘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그걸 깨닫고 책을 읽으려 하며 이번에는 너무 바쁜 일상이 독서를 방해하죠.”

공 소장은 1년에 10권이 넘는 책을 쓰고 300회 이상의 기업 강연을 나가면서도 하루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다는 소문난 책벌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면 누구나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강연을 나가면 의외로 독서요령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전통적 독서관부터 버리라”고 주문했다. “바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독서를 위해 따로 시간을 배려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제 독서시간은 ‘연속적인’ 시간에서 ‘자투리’ 시간으로 넘어갔습니다. 세상은 변했는데, 옛날 선비들이 읽던 방식으로 책을 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의 독서 모토는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anytime anywhere)’이다. “신문을 보면서 의관을 정제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먼저 흥미롭고 가벼운 책을 골라 1분이든 5분이든 틈나는 대로 읽겠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책을 읽는 요령도 정독보다는 발췌독 방법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책날개의 저자소개와 서문,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은 대강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저자들은 서문에 공을 들이므로 이 부분을 꼭 읽는다. 책의 본문을 읽을 때는 첫 부분과 결론을 반드시 읽어야 하지만 본문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읽는다는 여유를 갖고 접근한다. 공 소장은 “대충 읽어도 중요한 부분은 눈에 띄게 되어 있다”며 “죽 훑어가다 자연스레 눈에 띄는 부분을 읽으면 된다”고 말했다.

바쁜 현대인들은 독서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읽겠다’는 내용목표보다는 ‘올 해 몇 권을 읽겠다’는 식의 수량목표를 세워 책과 친해지라고 권한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관심 분야가 생기고 자연히 깊이를 아우르는 독서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

공 소장은 이전에도 ‘독서노트’ 시리즈를 통해 독서론을 설파한 바 있다. ‘미래편’ ‘창의력편’ ‘미국편’ ‘창업자편’ ‘경영법칙편’ 등 5권으로 된 이 시리즈가 ‘공병호가 권하는 필독서 리스트’적 성격이었던 반면, 이번 책은 순수하게 독서의 기술 쪽에 무게를 뒀다.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책은 한 번에 한 권만 읽는다”는 미덕도 버리라고 한다. 감동이나 재미를 위해 읽는 소설과 달리 실용서를 택했다면 이런 독서법을 나무랄 이유가 전혀 없다. 항상 몇 권의 책을 대기시켜 둔다.

직장인이 발전하기 위해서도 독서는 필수다. “직장 생활 10년을 넘어가면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가운데 문제의식이나 호기심과 긴장감을 잃는 이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공 소장은 ‘내 분야의 전문가’라는 오만과 자만심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를 앗아간다고 분석했다. 책을 읽을 때도 배우겠다는 자세보다는 자기 경험과 빗대가며 자꾸 비판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 직장인에게는 직업적 경험과 선입견이 독서의 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책을 읽은 뒤에는 꼭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는 이를 통해 새로운 독서의 자극을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