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주는 걸까… 받는 걸까


▲ 키스의 재발견
애드리언 블루 지음
이영아 옮김 | 예담
272쪽 | 1만2000원
“갑자기 뇌의 운동신경 중추의 정교한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입술과 혀의 적절한 이동을 지시해야 하고 동시에 손과 손가락이 가야 할 곳을 지정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허파의 헐떡임을 적시에 조종하고 심장의 박동에는 단계적인 가속을 준다. 침샘은 봇물 터진 듯 내보내면서도 순간순간 들어오는 촉감과 짓누름의 메시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분석 판별하여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야릇함을 기대하며 이 책을 집어든 독자의 작은 흥분마저 가라앉히고 싶었는지 저자는 키스의 생리학, 즉 본능으로서의 키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유를 먹는 아기는 젖꼭지의 밑부분을 잇몸으로 씹는다. 그러면 그 압력으로 젖이 입 속으로 빨려 들어온다. 우유를 먹는 아기는 빠는 데 역점을 둔다. 키스하는 방법을 보면 그 사람이 모유를 먹고 컸는지 우유를 먹고 컸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키스는 욕망이다.’ 그것도 육욕(肉慾), 성욕이다. 이제 키스는 성의 전단계가 된다. 여기서 저자는 섹스와 키스의 차이를 놓치지 않는다. “키스는 섹스와 달리 남녀가 똑같은 신체기관으로 하는 행위이다. 키스는 육욕의 동등함, 상호성을 보여준다.” 물론 한쪽이 들어오면 다른 쪽도 들어간다는 전제하에서다.

이어 과거 역사와 문학 속의 키스를 정리한 저자는 현대문명의 총아 ‘영화’ 속의 키스이야기로 들어간다. “무성영화시대의 주연 여배우 클래러 보의 입술은 활 모양이었다. 그레타 가르보의 입술은 얇아서 보고 있자면 키스하고 싶은 욕구가 절로 생긴다. 마릴린 먼로의 입술은 믹 재거의 특이한 입술과 그리 다르지 않게 크고 두툼하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영미의 주요 언론에 기고하는 문화저널리스트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은 책에서도 빛난다. “줄리아 로버츠의 두툼한 입술은 값싼 콜라겐 주입만 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 지난 1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키스 대회 참가 연인들. 4000여쌍이 10초 이상 키스에 도전했다.

키스가 없었다면 영화는? 적어도 지금만큼은 대중화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게다가 1930년대 중반 할리우드에는 ‘과도하고 음탕한 키스’의 상영을 금하는 헤이스규약이 제정되었다. 누워서 하는 키스도 안되고, 부부도 침대를 따로 써야 했고, 남녀 두 사람이 침대 위에 있을 때는 적어도 한 사람은 발 하나라도 바닥에 대야 했다.

헤이스규약의 키스장면 시간제한 때문에 명장면이 탄생하기도 했다. 1946년 앨프리드 히치콕의 작품 ‘오명(Notorious)’에서 잉그리드 버그만과 캐리 그랜트가 발코니에서 시작해 전화를 받으러 가면서 코를 비벼대고 전화를 받고서도 키스와 통화를 반복하게 된 것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히치콕이 내린 지시, “말하고 키스하고 말하고 키스해” 때문이었다.

헤이스규약보다 더 무서운 룰도 있다. 이것은 최근까지도 영상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키스의 법칙이다. “영화에서 여자가 키스를 하고 남자가 키스를 받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요부가 남자를 홀리는 악행의 순간이거나 아니면 희극적인 순간.”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키스에 대한 총체적 보고서인 동시에 키스를 통한 남녀평등을 주창하는 페미니즘 책?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김여흔 2004-05-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스는 주는 받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