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술은 毒일까 藥일까

세치혀가 백만군사보다 강하다 | 리이위 엮음 | 장연 옮김 | 김영사


원서의 제목은 ‘縱橫舌辯101策’. 동서고금을 종횡으로 누비며 수집한 500여 가지의 화술에 얽힌 일화들을 101개의 고사성어 범주로 정리했다. 공맹이 나오고 이솝, 링컨, 처칠의 사례도 등장한다.

자사생합(字詞省合), 글자를 해체하거나 조합해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책략이다.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는 어려서부터 말재주로 유명했다.

나이든 두 명의 시인이 시험 삼아 그를 찾아왔다. 한 사람이 홰나무(槐) 위에 올라가 물었다. “내가 무슨 나무 위에 있는가?” 가도는 “소나무입니다”라고 답했다. “왜 그런가”라는 질문에 가도는 “어르신께서는 나이가 많으시니 할아버지(公)입니다. 공(公)자 옆에 나무가 있으니 소나무(松)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자 다른 시인이 같은 나무에 올라가 물었다. “이 나무도 소나무이니 나도 할아버지가 되겠구나?” 가도는 “그 나무는 홰나무입니다”라고 답했다. “왜 전과 다르게 말하느냐?” 이에 대해 가도는 “이전과 다르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귀신(鬼)이 나무 위에 있으니 홰나무(槐)가 맞습니다”. 두 시인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극강(以柔克剛), 부드러움으로 견고함을 이기는 책략이다. ‘부와 지위의 상징인 더글러스와 대선에서 맞붙게 된 링컨. “저는 링컨이라는 시골뜨기에게 귀족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더글러스에 맞서 링컨은 유세 때 이렇게 말했다. “더글러스는 체신장관, 토지장관, 내무장관 등을 역임한 큰 인물입니다. 반면에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의 재산이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저에게는 아내와 아들 하나밖에 없지만, 그들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입니다. 게다가 저는 의지할 데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오직 여러분들뿐입니다.” 더글러스의 자랑은 부메랑이 되어 약자를 멸시하는 행위로 비치게 되었다.’

일부러 어리석은 척하는 가치부전(假痴不顚), 제가 놓은 덫에 걸리게 하는 청군입옹(請君入瓮), 괴이한 물음에는 괴이하게 답하는 괴문괴답(怪問怪答), 잘못한 김에 계속 잘못을 저지르는 장착취착(將錯就錯). 장착취착이라니.

1930년대 중국의 군벌 장작림(張作霖)이 한 일본인 실력자로부터 글을 부탁받았다. 글을 잘 모르는 장작림을 공개망신주려는 의도였다. 장작림은 글을 쓴 다음 ‘장작림 수흑(手黑)’이라고 낙관을 썼다. 깜짝 놀란 비서가 “원수님, 밑에 흙 토(土)자가 빠졌습니다.”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장작림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네 놈이 뭘 안다고 그래. 내가 묵(墨)이랑 흑(黑)도 구분하지 못하는 줄 아느냐. 이건 일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니 ‘한 치의 땅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토(土)를 뺀 것이야.”

이 책을 읽는 데 조심해야 할 것은, 변론술이나 논쟁술, 화술 등이 한데 얽혀 있다는 점이다. 상대를 이기는 데만 힘을 쏟는 변론술의 맹점은 진실의 누락이다. 인인시언(因人施言), 사람에 따라 달리 말하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으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가? 저자의 생각은 그렇다이다. 그는 병불염사(兵不厭詐), 병법에서는 적을 기만해도 좋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사려깊게 가려 읽을 수밖에 없다. 말뿐만 아니라 책도 약이 될 수 있고 독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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