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학의 뮤즈 탐구서 '흰 비너스 검은 비너스'
그녀의 향기…감미로운 구원인가, 무자비한 고문인가


▲ 시인 보들레르가 데생한 애인 잔 뒤발
사랑은 인간을, 흔들면서 지배한다. 그중 가장 크게 흔들리는 인간이 예술가들이다. 불문학자이자 시인인 이가림 인하대 교수는 ‘흰 비너스 검은 비너스-프랑스 문학 속의 매혹의 여인들’(문학수첩·262쪽·8000원)에서 프랑스 문학사를 훑어 내리며 시인·작가들의 넋을 송두리째 빼앗은 매혹의 뮤즈들을 탐구한다.

이가림이 꼽은 대표적 프랑스 작가는 낭만주의의 거장들인 라마르틴 네르발 뮈세에서 시작해서 상징주의의 대명사인 보들레르 베를렌을 거쳐, 새로운 에스프리의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를 각각 대표하는 아폴리네르 엘뤼아르 같은 일곱 문호에 이른다.

그들을 흔들고 지나갔던 사랑의 여인들은 피부색을 뛰어넘는다.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미인, 아름다움의 극치로 이상화된 ‘흰 비너스’들만이 불멸의 여인상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가림이 대표적으로 꼽은 ‘검은 비너스’는 보들레르(1821~1867)의 여인이었던 잔 뒤발(식민지 태생의 흑백혼혈녀). 보들레르 자신이 ‘검은 비너스’라고 불렀던 이 여인은 “위험한 향기의 꽃”이다. 엘뤼아르(1895~1952)에게는 ‘오렌지처럼 푸른 대지’에 비유될 정도로 “신선하고 투명한 육체를 지닌” 갈라(러시아 여성) 같은 초현실주의적 꿈의 화신도 있었다.


▲ 보들레르

이가림은 이 여인들이 시인의 영혼에 어떻게 다가와, 어떻게 충돌했으며, 그 결과는 어떤 문학적 형상화로 남겨졌는지를 생생한 현장담을 통해 추적한다. 수년 동안 프랑스에 살았던 이가림은 “그들의 고향, 생가, 연애 장소, 무덤 등을 찾아다녔다”면서 “불멸의 뮤즈로서 살아 숨쉬는 현존성과 체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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