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와 데스데모나,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 심리학, 삶의 거울 희곡에서 자기치유의 길을 찾다
전현태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선택했던 건 옛 추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조금 과장해서) 한때 미치도록 심리학을  좋아했었고, 한때 희곡을 끄적여 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는 그것과 아무런 관련없이 살아도 옛 추억은 또 무엇을 선택함에 있어서 전혀 주저함이 없게 만든다. 게다가 이런 책은 얼마나 유용한가?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닌가? 심리학도 읽고, 희곡도 보고.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의대를 다닐 때부터 연극 동아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저자가 연극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자기 전공에 연극을 접목시켜 이런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물론 심리학의 이런 비슷한 시도는 있어왔다. 가장 쉬운 접목은 영화일 것이다. 그래서 누구는 영화와 심리학을 접목시켜 심리학의 대중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런데 희곡과 심리학의 만남은 근래에 보기드문 일인 것 같아 반가웠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작업을 했을까? 저자는, 의사가 되어 정신과를 전공하게 된 것도 연극이 미친 영향이 컸다. 몇 번이고 희곡을 읽으면서도 미처 풀리지 않던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 탐구하고 싶었다. <햄릿>의 우유부단과 이중적인 행동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클로디어스에게 복수할 절호의 기회 앞에서는 그를 살려줬으면서 왕비와의 대화를 엿듣던 폴로니어스를 클로디어스로 착각하고 찔러죽일 때는 왜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을까? 복잡하게 얽힌 그의 내면을 정신의학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7p) 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책의 미덕은 기존의 알려진 희곡을 심리학적 견지에서 의심하고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즉 과연 이럴 수 밖에 없는 건가? 다르게 볼 수는 없는 것일까?에 대한 희곡에 대한 의문이 이 책을 있게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하게 대별될 수 있는 '자아', '소통', '사랑', '인생'이란 큰 주제를 다루면서, 그에 맞는 희곡을 설명하고 그것을 심리학이란 프리즘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저자는 1장 '자아'에서는 막심고리끼의 <밤주막>과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입센의 <인형의 집>과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를.  2장 '소통'에서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이근삼의 <원고지>와 마샤 노먼의 <잘 자요, 엄마>를 살펴보고 있다. 3장은 '사랑'을 다루면서 <오셀로>와 <클로저>, <세 자매>, <한 여름 밤의 꿈>을.  4장 '인생'에서는 <구름>과 <수전노>, <일케스티스>,<세일즈맨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정말 듣기만해도 명작들이다. 

이 책이 특이할만한 점은, 각장에서 다루는 희곡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갖는 성격과 상황들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심리학적인 문제들을 고찰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등장인물과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희곡 대사처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3장에서 사랑에 관해 말하면서,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세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소개하면서, 정말'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사랑했을까?를 묻고 있다. 즉 '질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알겠지만 <오셀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을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오해하면서 이를 투사하고 결국 비극적인 파멸을 보여주고 있다. 처녀가 애를 베도 할 말은 있다는데 오셀로는 오셀로대로, 데스데모나는 데스데모나대로 그런 비극을 맞기까지 할 말이 없겠는가? 저자는 바로 죽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를 상상속에서 살려내 저자의 상담실로 불러내 대화케하므로 부부문제의 해결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그러면 이제 두 분 사이에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시는지 각자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데스데모나: 남편은 내 마음을 너무 몰라줘요. 그 사람 하나 믿고 낯설고 위험한 이곳까지 나왔는데...요즘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요. 나에 대한 사랑이 변해버린 것 같아요. 

오셀로: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달라진 건 아내이니까요. 그토록 정숙하고 단정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눈이 맞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 

정신과 의사: ......이런저런 내용이 있겠지만 결국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의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자기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개호조차 단절되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찬찬히 따져볼 기회도 없으셨구요. 맞습니까?   (229~230p)           

그러면서 저자는 이후 이에 맞는 오늘 날 알려진 부부문제 상담 기법을 소개하고, 이것을 만일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에게 적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연극에 대한 관심이 새록새록 생겨나고 아울러 현대 심리학의 경향도 볼 수 있어 나름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무엇보다도 읽어가면서 저자의 연극 사랑이 얼마만함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저렇게 크게 4장으로 나눠 인간을 보여주고 있지만 묘하게도 읽다보면 인간의 복잡하고도 연약한 모습과 마주하게되 약간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심리학은 오늘 날과 같이 산업화되고 도시화된 현대인의 삶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예전엔 무지해서일까? 그땐 이런 거 없이도 잘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심리학에 관한 책은 예외없이 혀를 끌끌차며 보게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약간의 아쉬움은, 이 책은 심리학 일반. 즉 희곡을 빌어 오늘 날의 심리학의 경향을 개론서격으로 보여주고 있어 크게 기대를 하고 볼 것은 아닌 듯 싶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희곡을 이해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희곡만큼 삶의 어느 순간을 기승전결로 강렬하게 풀어내는 장르는 없을 것이고, 희곡 역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는 결코 읽히지도 쓸 수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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