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를 난 왜 이제야 보는 걸까?
미드 아니 더 정확히는 영드인데, 미드건 영드건 난 그쪽 드라마는 끝까지 봐준 작품이 별로 없다. 다 보다가 땡친다. 정서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우연히 IP TV 채널 돌리다 보게된 건데 정말 재밌다. 이를테면 특급호텔 호텔리어들의 삶과 호텔 투숙객들의 인간군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각본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과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과장이라면 서민적이 않다는 것이랄까?
어찌보면 통속적이란 느낌도 드는데 그속에서 보여주는 삶의 은유가 또 만만치가 않다. 그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지닌 2007년도에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난 못 봤을까? 알았으면 신나게 봤을 텐데. 하긴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미드는 내 취향이 아니다. 이 작품도 운이 좋아 뒤늦게 나한테 걸렸지 안 그랬으면 어림도 없다. 시즌3 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2,3은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추노>를 만들었던 곽정환 감독과 천성일 작가가 다시 뭉쳤다고 해서 보고 있긴 하다. 특히 '추노'는 대한민국방송 대상 먹은 작품 아니던가? 그런 작품을 만든 사람이 만든 것이니 '추노' 보는데는 실패했어도 이건 끝까지 보리라 다짐하고 있긴 한데 역시 쉽지는 않다.
<추노>나 <도망자>나 우선 그 문법이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르다. 상당히 세련된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두 드라마 모두 마초적이다. 특히 도망자가 보여주는 화려하고도 디테일한 액션신, 과학 장비의 동원을 보면 꼭 무슨 007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더구나 캐스팅이 정말 화려하지 않은가? 정지훈, 이나영, 특히 내가 좋아하는 다니엘 헤니.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완벽한 드라마다. 그런데도 보기가 쉽지 않은 건 왜 일까? 내가 그런 첩보 액션물을 싫어해서 일까? 그냥 국적불명의 다국적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추노 때도 그랬는데 뭔가 정서가 빠졌다는 느낌이다. 대사도 일어에 영어로 대답하거나, 영어에 한국말로 대답하고 뒤죽박죽 섞여있는 것도 석연찮고.
어제 야구 중계방송 때문에 KBS 2에서 <도망자>를 늦게 하는 바람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다. 제목이 좀 거시기 하다. 왜 대물이라 했을까? <성균관 스캔들>의 윤회가 생각나게.
고현정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난 명백히 '호'다. 그녀는 연기를 정말 실감나게 한다. 어제 죽은 남편 때문에 슬퍼하고, 울고불고 하는 그녀의 연기가 좋았다. 또한 청소부복 입고 권상우 가지고 놀려대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정치 드라마가 다 거기서 거기지 싶어 기대를 안 했는데 그래도 이건 기존의 그것과 달리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는 설정 아닌가? 예전에, 지나 데이비스가 미국 여성대통령으로 나온 미드 정말 재밌게 봤는데 과연 그 정도로 재밌을지 모르겠다.
모 기자는 고현정이 선덕여왕에서의 미실 끝난지 얼마 안되서 이런 드라마 맡았다고 걱정하던데, 그 드라마 끝난 게 언젠데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미실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것 이상을 보여준다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라고 보고, 미실만큼만 보여줘도 성공한 것 아닌가?
이 드라마를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극작가가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불안하다) 나는 일단 <도망자>보단 친근감 있어 좋다. 끝 마무리가 좋은 드라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