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 에릭 드루커의 다른만화 시리즈 4
에릭 드루커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예술은 항상 아름다움만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진실을 말하기도 하고, 시대를 깨우려 하기도 하며, 나아가 예언이나 묵시까지 담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대예술로 넘어오면 좀 더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바로 나에겐 이 책이 그랬다. 

너무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해서 처음엔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확실히 본 작품은 내가 익숙히 봐온 것들이 아니다. 거칠고 음산하기까지 하다. 또한 흑백톤을 주로 사용해 어찌보면 판화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목판화도 공부를 했으며, 더 정확히는 스크래치보드 작업이란다. 그것은, 판에 잉크를 바른 뒤에 그것을 면도칼로 긁어내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는, 이 책에 소개된 3개의 독립된 만화(딱히 만화라고 하기에도 좀 뭐하다)를 통해 인간 소외와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직시하려 하는 것 같다.제일 첫번째 소개된 <집>은, 서서히 고통스럽게 부랑자가 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 남자를 통해, 세상에소 쫓겨난 사람들 개인의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또한, 두번째로 소개된 <L>은, 지하철 승강장이 원시의 춤판으로 변하고, 한동안 키스 헤링과 그라피티 기법을 보는 것 같은 표현이 이어지다, 현실로 돌아오면 경찰견과 경찰이 나오고 뭉둥이를 휘두르며 과잉진압의 형태를 보여준다. 그것은 아무런 방어 수단도 없는 군중들을 덮친 경찰관의 지배와 무능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심심찮게 경찰의 무능함과 태만함이 도마에 오르곤 하는데, 그것은 어찌보면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코스모폴리탄의 나라로 대표되는 미국이 이 정도라면 여타의 다른 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또 어찌보면 이 작품은 어찌보면 인간을 획일적으로 지배하려고 하는 전체주의와 그 모순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개인이 존중받지 못하고 사회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홍수>는 얼핏 성경의 노아시대를 작품속에 투영하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성경의 대홍수의 작가 나름의 재해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전쟁과 폭력, 정서적 고립과 소통의 부재 등을 다루려 했던 것 같다. 사실 원래 성경에 나온 대홍수는 하나님 대해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으며, 인간의 좋을대로 사는 것에 대한 심판이다. 그 시대라고 왜 착하게 사는 사람이 없었을까? 그러나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물로서 심판하셨다고 하면 그건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노아가 방주를 지어 대홍수로부터 보호받은 건 그가 착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하나님을 알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홍수로 부터 보호를 받은 것이다. 여기서 노아가 하나님을 알았다는 건,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예언에 늘 귀를 기울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즉 미래를 내다보는 눈과 마음에 관심이 많았다는 말이다. 그런 그를 오늘 날에 대입을 시켜보면, 오늘 날의 세대는 예언이 없는 그저 물질적이고 찰라적인 것에 만족하는 것을 개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상업주의가 결국 인간 소외와 문제를 낳았다고만 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려진 노아와 성경의 노아는 조금 다르게 보여지기도 한다. 그냥 그 대상이 무엇됐든 이제 물질적이고 탐욕적인 것에서 마음을 돌이켜 영적인 것에 눈을 뜨라는 것만이 암시되어 있는 것 같다. 성경은 구체적으로 하나님께로 돌이키라는 의미에서 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난 이런 작가의 관점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건 그저 작가가 보여주고 생각하는 전부를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해석도 그의 몫이고, 창작도 그의 몫일뿐이다.그러므로 이 작품은 정말 예언적이냐라는 것에 난 좀 의문스럽다. 그냥 인간의 탐욕과 그에 대한 사회의 문제점을 깨우치게 하기 위한 작품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인간을 충분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면 이 작품은 나름 성공한 작품일 것이다. 하긴, 그렇지 않아도 이 작품은 이미 미국내 권위있는 여러 상을 석권한 바있다. 그림이 좀 난해한 느낌도 들지만 뒤에 나오는 해설을 꼼꼼히 읽는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작가 인터뷰도 읽어 볼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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