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 Shadows in the Pala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김미정
주연 : 박진희, 윤세아

원래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본 영화는 그전부터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물론 개봉 당시 그다지 평이 좋았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극의 색다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정말 못 만들었다면 어떻게 못 만들었는지, 거기에 하나 더 얹어서 '무서워 봤자 얼마나 무섭겠어?' 하는 자만도 섞여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원래 영화를 볼 땐 주로 밤 이슥한 시간에 보는 습관이 있는데 무서울 걸 감안해 난 이 영화의 전반부는 방에 불을 켜고 봤다.  그리고 중반부부턴  '뭐 역시 생각보다 안 무섭네.'하며 불을 끄고 봤다. 그것이 오히려 잘못이었다. 이때부터 제대로 무서운 걸 몰랐고, 중간에 불을 다시 켜고 볼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사실 어찌보면 아주 무서운 것은 아니다. 감독이 인간의 섬짓한 정도의 공포감을 유효적절하게 끌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괴물이 등장해서 사람을 놀래키는 그런 것은 아니다. 그때 느끼는 공포감은 사실은 더 정확히는 혐오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섬짓함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 종반부 죽은 월령이(서영희 분, 이 배우는 처음부터 죽는 것으로 나와서 사람을 제대로 무섭게 만든다) 밤에 대나무에서 스~윽하고 치맛자락을 퍼트리며 바닥으로 사뿐히 내려앉다가 화면이 블랙 아웃이 되는데 가히 압권이란 할만하다.  

이렇게 감독은 요소 요소에 인간의 섬짓함과 배신감, 혐오감을 비교적 세련되게 구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이 여자인듯 싶은데, 그만한 연출력이라면 차기작을 기대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화면도 제법 세련되고,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한만큼 물건에 대한 고증도 나름 잘했다는 느낌도 든다. 사실 그냥 추리극도 어려운데 역사 추리극은 조금 더 어렵지 않을까? 게다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한을 품은 유령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복수를 영화적 장치로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전에 가끔 경복궁을 가노라면 그것이 오늘 날엔 굉장히 넓은 것 같아도, 그 시대 적지 않은 궁인들이 살았다고 하면 실제로는 그다지 넓었을 것 같지가 않다. 그 시대 궁인들이 지켜야 할 수칙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게다가 궁녀들은 오로지 임금에 매인 몸이고 보면 거기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비리와 추잡한 일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것들을 추적해서 이렇게 영화를 만든다는 건 나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가 안고 있는 한계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어떤 이는 연출의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을 차치하고라도, 나는 역시 주제의 한계를 못 벗어나는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영화는 역시 제목에서 알다시피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그럴까? 남자들은 거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조역이나 단역으로 밖엔 나오지 않는다. 알려진 배역이 있다면 이형익 역의 김남진 정도다. 어느 시대 궁녀들의 이야기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여자(궁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페미니즘을 표방하지는 않아 보인다. 만일 이 영화가 페미니즘을 표방한(적어도 가미한) 영화가 되려면 어느 특정 신분의 여성들을 보여줌으로 해서 여자의 억압된 현실을 보여주던가, 아니면 진보적 의미에서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해 주던가 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그것을 전복시킨다고 볼 수가 있다. 영화는 여전히 남아선호 사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자의 한과 복수는 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절대운명과 또한 이것을 지키고 또 마침내는 신분의 상승과 정복까지를 바라 보는 여자의 욕망만을 보여주며, 또한 그러는 과정에서의 암투를 보여주는 것이 고작이다. 

왜 소설이고, 영화고 여자는 아들과 엮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까? 모든 여자들이 다 아들을 원하는 것만도 아닌데 말이다. 더구나 보수적인 조선시대를 다뤘던 것만큼 여자는 바른 말을 하면 안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월령의 죽음의 배후를 밝히는 천령(박진희 분)을 보라. 우린 모처럼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여성상을 보는가 했다. 얼마나 똑똑하고, 용이주도하며,  의분으로 가득찬 인물인가? 천령의 활약상은 정말 볼만했다. 하지만 그 끝은 어떠한가? 궁에서 살아남으려면 봐도 못 본척, 눈을 가리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사실만 혹독하게 깨닫는 것으로 끝난다.  

어디 그뿐인가? 미쳐가는 정렬도 볼만했다. 하지만 남자를 가슴에 품고 기행을 하는 옥진은 과연 순정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옥진을 고문하는데 바늘로 손톱에 꽂는 장면 보는 것도 괴롭긴 하지만,  어찌보면 감독의 가학적 기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옥진은 금실로 자기 살에 한땀 한땀 연서를 새겨 넣기까지 한다. 도대체 감독은 관객이 느끼는 혐오감의 수위를 어디까지 높여 놓으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말그대로 호러 공포 영화로 보면 되는 걸까?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가 함부로 말하고, 넘치는 정열 때문에 행동해서 좋을 것이 없으니 자중자애해라. 뭐 그런 뜻인가? 그러기엔 구태의연하지 않는가?  연출은 21세긴데 이야기의 주제는 19세기다. 세기를 이어줄만한 주제를 발견하기가 애매모호 하다.  단지 부여하자면 '여자의 적은 여자다' 뭐 그런 건가? 난 이런 이분법의 논리 싫은데...  

한마디로 용두사미라고 밖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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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28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녀 잼나지 않아요? 전 진짜 인상깊게 봤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천령이 임신한거랑,, 이차저차 마지막 부분이 좀 별루였어요.
맥락이 끊겨버린다 해야 할지... 그래도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좋은 영화라는거겠지요.

stella.K 2010-07-28 16:21   좋아요 0 | URL
저도 재밌게 봤어요.
주제가 영 빛을 발하지 못해 아쉬워요.
근데 마고님은 무서운 영화도 좀 보시네요.
못 보는 사람은 일체 못 보든데...^^

후애(厚愛) 2010-07-29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전에 <궁녀> DVD로 구매해 놓고 무서워서 못 보고 있다가 조카들 보라고 보내 주었는데 조카들도 무서워서 아직까지 못 보고 있다고 합니다. ㅎㅎ


stella.K 2010-07-29 11:17   좋아요 0 | URL
여름에는 이런 영화 한번쯤 봐줘야 해요.
그래야 형제우의도 더욱 돈독해진답니다.
무서워서 착달라붙어 볼테니까요.ㅋㅋ

꿈꾸는섬 2010-07-3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TV에서 봤어요. 한밤중에...무서웠지만 볼만한 영화였어요. 중간중간 광고가 너무 많아 산만했지만 말이에요.ㅎㅎ

stella.K 2010-07-31 13:18   좋아요 0 | URL
헉, 광고요? 유선방송이었나 봅니다.
짜증 지대로셨겠습니다.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