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항하는가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
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우선, 그림이 투박하면서도 강렬하다.  몇몇은 컬러로 그린 그림도 있는데 그건 꼭 이중섭의 그림을  보는 것도 같고, 토속적인 아프리카 어느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도 같다. 그처럼 이미지는 강하며 선동적인 느낌도 준다. 또한 판화로 찍은 듯 흑백대비의 그림은 여러색을 사용하기 보다 흑과 백이란 대비적 색깔이 이토록이나 강렬한 것이구나 새삼 느끼게도 된다.  

저자 세스 토보크먼은 급진적인 정치 예술가라고 한다. 그는 만화로 세상의 은폐된 진실, 정치적 야합을 고발하는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을 보면, 가진 자의 횡포와 힘없는 자의 억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내가 예전에 읽었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생각 나게도 했다.  이 책 역시 있는 자들의 횡포에 대해 꽤나 논리적이면서도 고발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두 책 모두 보고 있으면 나는 정말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 날 일어나고 있는 수 많은 전쟁과 인종폭동, 노동력 착취, 심지어 자연재해의 문제 이면에는 있는 자들의 횡포와 교묘한 술수가 작용을 한다.  이것은 확실히 상업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폐혜다. 이 문제는 나라의 지도자와 기업인들이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며 해결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설혹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설수도 있고,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이 마음을 고쳐 먹어주길 기대하겠는가? 우리에게 힘이 없을까? 우린 지레 똑똑한 자, 있는 자를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줄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전쟁의 문제를, 인권의 문제를, 노동의 문제를 저들의 손에 맡겨둘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의 피해 지역은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제3 세계 지역이다. 그 나라의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나 힘없는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지는 보지 않는 이상 상상을 불허한다.   

내가 이 책에서 다소 충격적으로 본 것은 '나체의 힘'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가장 무시무시한 저주는, 여자들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남자에게 성기를 내보는 것이라고 한다. 여자의 나체를 본 남자는 성불구가 되거나 미치거나 죽게 된다고 한다. 나이지리아에 석유붐이 일어났을 때 농촌에 송유관이 들어오고 기름 유출 사고로 물고기가 죽고, 식수가 말랐으며,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가 세 배 이상 급증하자, 니제르 삼각주의 여인들은 저주의 상징인 나체 시위를 했다고 한다. 저항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물론 이후 그쪽 지역의 삶이 나아졌는지에 대해선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것을 개기로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되었고,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을 때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옷을 벗고 평화 심벌을 만들어 저항했다고 한다. (76~79p) 물론 그렇다고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이 무의미했다고도 볼 수 있을까? 훗날 역사적으로 볼 때 그들의 저항 운동이 필요없었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라크 전쟁의 폐해를 세계가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댐에 둑이 무너진다고 외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은 제2의 이라크 전쟁을 막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를 작고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내 이웃의 아픔과 외침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당장은 내게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레 속단하지 마라. 그것은 결국 우리의 후세가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짐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며,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나 개인적으론,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글쎄, 만화로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약간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가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를 보여주기 보단, 저자의 캐릭터에 맞게 은폐된 진실이나 정재계 인물들의 정치적 야합을 알라는데만 촛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그런 아쉬움만 걷어낸다면 이 책은 편하고 안락한 것에만 길들여지길 원하는 보통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기에 나름 좋은 책이라고 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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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스텔라님.. 정말 다양한 책들을 읽으시네요.
새삼 감탄감탄 중~ 좋은 리뷰입니다.

stella.K 2010-07-26 16:13   좋아요 0 | URL
아유, 뭘요. 그나마 만화여서 보기가 좋았답니다.
마고님도 기회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