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를 그다지 즐기는 건 아니지만, 내 맘대로 불멸의 만화영화가 있다면 그건 괴도 루팡을 만화영화한 작품이다.
그것을 지금은 쉽게 볼 수 없어서 아쉬운데, 그건 정말 군더더기없는 완벽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화를 안 보는 건 너무 밝거나, 너무 인형 같이 예쁘거나, 비현실적 설정(그게 이를테면 판타지라고도 하다만)이 그다지 내 눈을 끌지 못해서다.
IP TV 채널 이것저것 돌리다 딱 이게 걸렸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생전 보지 않을 것만 같은 만화 채널에 손이 가다니. 나도 참...큭큭
뭐 이미 많이들 알겠지만, 우선 그림이 넘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내가 봤던 괴도 루팡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그것에 한참 못 미치지만.
시청연령 15라고 나와 있지만, 글쎄 15도 쫌 높지 않을까? 파격적인 동성애를 다뤘다는 점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이건 성인만화에 가깝다.
그런데 성인만화라는 이 어감도 내겐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달리 무슨 단어를 써야할지 모르겠다. 분명 어린이가 봐서 재밌다고 손벽칠 건 아닌데 그래서 어른도 만화 즐기지 말라는 법있나?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성인만화 떠올려 난감하다. 만화영화의 골이 이렇게도 깊은 것일까?
단지 이 만화영화에서는 케익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15세도 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아직 성정체감이 제대로 서지 않을 나이에 이 작품을 본다는 건 좀 고려해 볼 문제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만화 중 <캔디>가 있긴 하다. 이것이 방영됐을 때 그림이 좋아 보긴했는데(다 보지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내용면에선 애들이 볼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암튼, 이 작품은 배경 그림이 좋다. 지나치게 밝지 않고, 아니 대체로 어둡고 음산한데 이게 나에겐 묘하게 마음을 후리는데가 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F4. 정말 인물이 멋있다.
겉으로 흐르는 거야 제과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속 얘기는 어린이 유괴란 이야기가 또 다르게 나오고 있는데, 이건 확실히 좀 너무 많이 뜬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영화의 추세는 한 영화 안에서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도 넘 힘들고 보는 시청자도 부담스럽지 않나 한다. 그런 이유에서 난 요즘 TV에서 하는 <제빵왕 김탁구>를 보지 않는다. 소재는 좋은데 메인 스토리가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이 만화영화 나름 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익숙히 들은 일본 단어가 툭툭 튀어나와서. 예를 들면, 케익도 케키라고 하고, 특히 일본발음 바가는 정말 웃겼다. 우리나라에선 바보의 최상급 표현으로 그렇게 쓰곤하지 않던가? 그것도 빠가란 된발음으로. 하긴 지금은 거의 사어가 됐지만.
요즘도 공중파에서 만화영화를 하는지 모르겠다. 하면 어떤 만화를 하나?
옛날 우리 자랄 때도 일본만화 일색이었는데, 그 사정은 요즘도 여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