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 미암일기 1567-1577
정창권 지음 / 사계절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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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하면 보통은 '정치사'를 생각하게 된다. 마치 정치사를 아는 것이 역사를 아는 것인 양 공부하고 교양을 쌓으려는 경향이 있다. 역사는 종체적인 것이다. 그 시대의 정치뿐만이 아니라, 풍속, 일상, 건축, 복식 등 폭넓게 다양하게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시도가 새롭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옛날'이란 개념은 18세기에서 19세기를 겨냥한 때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아는 그 시절이란 여자들이 남자의 집에 시집을 가고, 칠거지약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여자가 18,19에도 시집을 못가면 큰일나고, 남존여비에, 남아선호 사상, 남편이 첩을 얻어도 본처가 아무 말도 못하는 정도가 전부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엔 어느 정도 매스컴의 책임도 있지만, 역사를 알려고 하지 않는 독자들도 책임이 있고, 역사를 좀 더 친숙하게 만들지 못한 학계의 대중화 노력도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16세기는 우리가 아는 옛날의 개념과는 정말 상상외로 달랐음을 발견했다. 남자가 여자의 집에 장가를 갈 수도 있고, 여성의 나들이도 자유로왔고, 이혼도 엄연히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또한 '미암'의 세심한 성격과 성에 대한 솔직함도 이색적이었다. 또한 풀어 쓴 저자의 탄탄한 문장력도 돋보인다. 이렇게 역사가 대중에게로 가까이 가려고 하는 시도는 성과를 논하기 전에 일단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그냥 큰 기대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독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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