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샤넬 - Coco before Chane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앤 폰테인
주연 : 오드리 토투, 알레산드로 니볼라

  

전기 영화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일종의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다. 그건 대체로 맞는 이야기 같다. 그래도 내가 본  몇 편의 전기 영화들은 나름 흥미롭게 본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채플린이라든지 쟌다르크의 전기 영화등은 말이다. 하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복원했다는 것만으로도 영상에서 먹어주고 들어가는 것은 있으니 보고 후회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나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영상은 좋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쉬움 또한 어쩔 수 없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지극히 프랑스적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관객들이 허리우드 화법에 익숙해진 탓이란 말도 될 것도 같다. 허리우드적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다 실망하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 나라 사람이 그 나라 정서에 맞게 만들었다면 그것도 나름 좋은 것이라고 인정해 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머지는 허리우드적이어야 한다면 그것도 좀 우습지 않은가? 영화는 허리우드표란 공식만 빼면 그 나름 인정해 줄만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정적이란 느낌을 갖게 만든다. 한 인간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한 시대를 풍미한 인간이 되려면 당시의 금기를 깨고, 파격적인 뭔가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샤넬은 파격적인 의상과 소품으로 당시의 평범함을 압도했을 것이다. 그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모든 여자들이 치렁치렁한 치마를 고집할 때 그녀는 과감히 바지를 선택했고, 파티에서도 모든 여자들이 밝고 화사한 핑크의 옷을 입었을 때 그녀는 검은 드레스가 갖는 또 다른 의미를 시도했다. 하지만 역시 프랑스 사람은 개인주의적이어서 일까? 그녀의 그런 파격에 소근소근 뒤에서 말이 많아도 드러내놓고 좋다 싫다를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 새로움을 조심스러워 하는  프랑스 여인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어떻게 변화를 선도해 갔는지가 생략 되었다. 그뿐인가?  그녀가 자신의 일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노력했는지, 그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는지도 그다지 표현되지 않았다. 그저 사랑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샤넬.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자 일에만 파묻혀 살다 죽은 여자로만 그렸다. 그것은 확실히 관객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아니언듯 싶다. 물론 샤넬이 당시로선 앞서간 여성이었을테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일만을 하고 살았다는 건 또 다른 의미에서의 수동적 여성상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싶다. 

당시로선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고 일을 선택한 것은 진보적 선택이었겠지만 오늘 날은 그다지 놀랄 것도 아니다. 분명 뭐 하나에 독보적이고 입지전적인 인간이 되려면 결혼이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시대나 이 시대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과 일, 둘 다에서 성공을 거두는 인간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났다. 그만큼 살기가 좋아졌다는 말도 될 것이다. 이런 발전된 세상에서 과거에 살던 사람을 영화에서 복원한다는 건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 영화 제작진들은 존 더 고민해 보아야 했을 것이다. 감독이 여성 감독인 것도 같은데 같은 여성으로서 이 정도 밖에 못 만들었다는 게 아쉽다.   


이렇게 쓰고 보니 있는 그대로의 영화라기 보단 비판하는 글이 되어버렸다. 샤넬의 연인 카펠이 마음에 든다. 당시 많은 여성의 결혼관이 남자 잘 만나 결혼하는 것이고, 남자들 역시 여자들이 일을 취미로 하라고 했을 때 진정으로 샤넬을 응원했다. 멋진 남자다. 이런 남자는 꼭 영화에서 무슨 사고로 일찍 죽는다. 클리셰이긴 하지만 확실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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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2-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좀 더 스케일 크게 숲을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나무만 보여준 느낌이랄까. 좀 안타까웠습니다. 2% 부족한 영화였습니다.

stella.K 2010-02-15 15:44   좋아요 0 | URL
오, 세실님! 그렇죠? 아쉬웠어요.
그나저나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거죠?^^

세실 2010-02-15 15:45   좋아요 0 | URL
넵..
이번 설엔 옆지기랑 저 둘이서 음식을 준비했답니다.
힘들어 죽는줄 ㅋㅋ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뒹글거리고 있답니다.

stella.K 2010-02-15 15:49   좋아요 0 | URL
와우, 남편분이랑 같이 음식도 만드셨군요.
힘드셨겠지만 나름 좋은 시간이셨겠어요.^^

프레이야 2010-02-1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설연휴는 잘 쉬셨어요?
저도 이 영화 리뷰를 쓴 적이 있어요.
좀 의존적으로 그렸지않나 해서 아쉬워했었죠.

stella.K 2010-02-16 10:56   좋아요 0 | URL
알아요. 이 영화 가지고 많은 사람이 리뷰를 썼더군요.
그중 프레이야님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으셨잖아요.
저는 추천 그다지 기대 안했는데 의외로 받았네요. 히히.
사실 열심히 쓰기는 '블랙'을 열심히 썼는데 그건 좀...
확실히 내가 열심히 쓰는 것과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좀 다른가 봐요. 흐흑~
전 설연휴 그동안 못 본 영화와 함께 잘 보냈어요.
프레이야님도 잘 보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