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이한
주연 : 감우성, 최강희 외

사실 이 영화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정일우가 아닐까 싶다. 이건 결코 칭찬은 아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정일우는 참 스크린 안에서 끊임없이 왕자 포즈만을 고집한다. 도무지 연기할 생각을 안하고 난 멋진 왕자야! 스스로 도취된 듯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표정만을 지으려 하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 정말 왕짜증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나리오가 그렇다는 것이다. 배역들 하나 같이 싯적인 언어만을 구사하려고 한다. 좀 더 일상적이고 그래서 정말 아, 그래! 하는 그런 언어를 웬만해서 구사하지 않는다. 그냥 대사를 들으면 나쁘진 않은데 과연 저런 언어 스크린 밖에서도 쓰나? 싶다. 물론 안 쓸 것이다. 뭐 그래서 영화 아니겠어?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래. 예쁘게 잘 만들어진 영화!   

예를들면, 이 영화는 지하철 기관사로 나오는 감우성이 직접 지하철을 운전했다고 해서 관심을 모았는데 죽은 옛 애인을 잊지 못해 지하철 2호선만을 줄곧 운전하다가 인사 이동 때 3호선으로 옮기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는다. 그때 그는 4차원의 표정으로 읊조리는 대사, "거기 가면 성수역이 있을까요?" 하면서 이후에 나오는 대사 보면 정말 신파란 생각이 든다. 홀로 최루성을 남발하는 정일우의 대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구성이나 영상은 나름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주인공 두 명 정도가 설정되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것 보다 8명쯤 구성 되어서 어느 장면에선 이 커플의 이야기를, 저 장면에선 저 커플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교차시키고 퍼즐 맞추듯이 맞추듯 한다. 그것은 작년에 재밌게 보았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던가?)을 연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완성도로 치자면 그 영화가 훨 낫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단연 압권은 우리의 4차원 소녀 최강희의 연기다. 어쩌면 그녀는 4차원에 살면서 감우성과 그런 예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애인의 생일을 위해 객차를 투명 색연필로 꾸며놓고 행려병자의 실수로 객차에 불이나고 그안 갇혀 죽어 가는 최강희의 연기는 찡하다. 그리고 그것을 3년 전을 회상하며 감우성의 현재와 과거를 잘 직조해 냈다.   

영화는 다분히 최루적이다. 너무 예뻐서일까? 등장하는 남자들 넷. 감우성을 비롯해 정일우, 엄태웅, 류승룡까지(아, 우리의 최강 카리스마 류승룡이 이렇게 착하게 나온 건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닐까 한다) 하나 같이 남성적 근육질은 없고 뭔가 말랑말랑 하면서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인물로 나온다.  

외국에서 개기일식 날 옛 애인을 만나기 위해 귀국한 엄태웅은 '프리 허그'를 무언으로 외치며 자꾸 안아 주겠다고 징징대질 않나, 감우성은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해 찔찔대고, 난 좀 눈치 없는 착한 왕자야라고 말하는 정일우는 말할 것도 없고, 최강 카리스마 류승룡도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이성에게 마음을 못여는 그리고 누가 자기의 철옹성을 비집고 들어올라치면 화부터 내는 버럭남이었다. 이런 남자들 여자들이 볼 때 어떤가? 그들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옛 애인을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자꾸 이런 남자 괜찮지 않아요? 라고 들이대는 것 같다. 그러나 여자의 입장에 이 여자 저 여자 찝적대는 남자도 싫지만 못지 않게 이런 남자도 싫다. 더구나 요즘 초콜릿 복근 때문에 남자의 야성미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고 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런 야성남이 옛 애인을 잊지 않는 순진 정의파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추노'의 대길이처럼. 또는 여자를 끝까지 지켜주는 송태하처럼 말이다. 이런 남자라면 여자는 깜빡 넘어간다! 신 초콜릿 복근남 만세!   

그래도 이 영화 결말은 또 얼마나 근사한가? 이렇게 옛 사랑을 있지 못해하는 사람들이 새 사랑도 진실되고 멋지게 하는 법이라구. 하면서 말이다. 거기엔 반드시 멋진 여자가 있기에 가능한 거야. 뭐 이렇게 셈셈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다. 꼭 권하는 것은 아닌데 봐도 손해 봤다는 느낌 안드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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