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마치 2020년대나 30년대의 미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 대통령이 꼭 나이 많은 사람이 하라는 법있나? 그때쯤 되면 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여자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미국이나 다른 서방 국가는 이미 젊은 대통령이나 수상도 나오고 여자 대통령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그럴 날이 머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 참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사실 나랏님이 사시는 집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치장을 했어도 웬지 화장실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다. 대통령을 비롯해 너무 고귀한 분들만 내집 삼아 드나드는 곳이라 그럴 것만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라고 왜 화장실이 없겠는가? 감독은 바로 이 점에 착안을 한듯 싶기도 하다. 대통령과 그 보좌진들의 인간적인 면들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그래서 늙은 대통령에게 사석에서 아저씨라 부르며 따지는 젊은 대통령. 어떻게하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지 않으며 복권 당청금을 손에 넣을까를 고민하다 해프닝을 벌이는 늙은 대통령. 남편이 사고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결국 이혼 담화문을 발표하려고 하는 여자 대통령. 그리고 그 뒤엔 하나 같이 보좌진들이 언론을 마크하며 일명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각종 에피소드도 다양하고 풍성하다. 정말 보다보면 웃게 만들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등장하는 세 명의 대통령에 공감도 많이 가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빠져있다 보면 너무 공감이가 자칫 감독이 우리나라 대통령과 그 보좌진들을 옹호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르긴 해도 감독이 그러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해서 만들지 않았을까?  재임시보단 퇴임 후가 더 아름다운 대통령. 내외적으로 공적 임무를 수행하느라 중요한 몸인 건 알겠는데 때론 꼭 한 명의 국민을 살려내기 위해 자신의 장기도 떼어내 줄 수 있는 대통령. 가정을 먼저 세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그런 대통령이 나오길 바래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겠느냔 말이다.  

그런데도 자꾸 전자에 더 많은 혐의를 두게 만드는 건 의도는 좋으나 풍자가 적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마디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은 의도에서 영화를 만들면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 왜 작품을 만드는 감독으로서 좀 더 비틀지 않는 것인지? 왜 보는이로 하여금 '그래, 내가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이 바로 저거였어.' 하는 통쾌함이 없었다. 그래서 영화는 지극히 소박하고 소프트 하다. 하긴 우린 최근 몇 년간 몇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소박한 것에 진실함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그것은 대선 홍보를 통해 그것을 믿게끔 만들었던 요인이 먼저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소박한 것에 진실이 없다 할 수는 없겠으나 그런 이미지가 진실 전체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 국민은, 아직도 정치적 부패를 척결하지 못해 대통령을 비롯해 측근들이 재임시 보다 퇴임 후에 더 많은 실망과 배신감마저 느껴야 했던 적이 한 두번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난 차라리 이 영화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영화는 그런 적지 않은 아쉬움 속에서도 어느 만큼은 성공한듯 싶기도 하다.  

또 어찌보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소재로한 영화가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처음 시도된만큼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이 다소간의 부담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감독의 최근 만들어진 일련의 영화들(특히 '웰컴 투 동막골')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동화적이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같은 코드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인정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고백컨대 나 개인적으론 이제까지 감독의 그런 코드를 반겨하지는 않았다. 나하고는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좀 다르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는 동화적이고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 부분이 적지 않지만 제법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세 명의 대통령이 나온 것인만큼 세 편의 옴니버스로 구성이 되며 독립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보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곱씹을만한 대사도 있다. 이를테면 장동건이 분한 차지욱이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나라를 구하려거든 내 이웃을 먼저 구하라고 했던가? 암튼 그 장면을 보면 꼭 김구가 살아돌아 온 느낌이었다. 또한 영화 말미에 고두심이 청와대 수석 주방장과 나누는 대화는 그야말로 백미다. 대통령 개인이 불행하다고 해서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말란 법 없지 않은가? 그러나 주방장은 그 말을 맞받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은 행복한 대통령을 원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나는  그것으로서 왜 제목이 '굿모닝 프레지던트'인지를 충분히 설명해 줬다고 생각한다. 일개의 국민인 주방장의 말 한마디는 이혼을 고민중인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고 본가로 가버린 남편을 만나러 가게 만들었다. 결국 현명한 대통령에 현명한 국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국민에 현명한 대통령이 나오는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다가 차지욱은 어떤가? 홀아비인 그가 그녀에게 힘을 더 실어, 언젠가는 한 사람을 위한 대통령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고 조언해 줬노라고, 어느 대학 강연회에서 말한다. 너무 멋있는 말이다. 결국 여타의 드라마들이 그렇듯 '가족'이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아, 물론 그러다고 해서 이 영화를 비아냥거릴 생각은 없다. 그러리만큼 영화는 좋고 잘 만들었다. 특히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 음악을 정말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지욱이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환자복에 가운을 휘날리며 흐르는 음악은 자못 비장해서 그 언벨런스에 웃음이 나왔고, 고두심이 남편이 있는 본가로 갈 때 경호차량이 따라붙는 장면에서 흐르던 탱고 음악이 정말 좋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유감없이 잘 발휘되었다.   

그러나 역시 감독은 미니멀리스트란 생각이 든다. 단지 이채로운 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애국주의를 드러냈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하긴 나라 얘기하는 사람치고 애국주의자 아닌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감독만큼만 하면 좋지 않을까? 비판과 비난만이 나라를 살리는 것은 아닐 터. 

영화를 보면서 올해 유명을 달리하신 두 명의 대통령이 생각났고, 지금의 대통령이 생각났다. 확실히 젊은 대통령 차지욱은 현 대통령을 향한 감독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디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재임시보다 퇴임 후가 더 아름다운 대통령을 갖게되길 기대해 본다.   



뭘 해도 멋있는 차지욱 역의 장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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