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5
귄터 벤텔레 지음, 박미화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의 편견이 무섭긴 무섭다. 내가 책에 갖는 편견은 뭘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세계사에서 '중세'하면 뭔가 신비롭지 않은가? 고딕 양식을 떠올리게 되고 정치적으로는 암흑기라고 하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계사 공부를 한지가 워낙 오래 되어서 그런지 나는 중세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도 난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알게된다면 중세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알게 될 줄 알았다. 뭐 이를테면 중세 시대라고 특징 지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 중세가 올 수 밖에 없는 배경들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의 기대를 좀 벗어난 느낌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중세에 여러 가지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내용도 평이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 편이다. 이야기는 총 15가지고 주로 왕조에 관한 이야기인데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그렸다기 보다 오히려 중세하면 기사도를 연상하듯 주로 왕족들의 모험담을 다루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도 개중엔 동화같은 이야기도 있다. 특히 제2장의 '눈밭은 발자국' 같은 경우 카롤루스 대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는 자신의 딸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혼을 안 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롤루스 대제의 측근인 에긴하르트와 그의 막내 황녀와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나름 이야기가 깜찍하고 동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확인해 보라. 또한 7장의 황녀 이레네를 다룬 부분을 읽으면 마냥 정치권력의 패권 싸움만 할 것 같아도 그냥 어느 복 많은 아낙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진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나 할까?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 역시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평이하게 썼다고는 하지만 역사 전반을 알고 읽는 것이 아니라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역시 중세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는 좌절까지는 아니지만  낮설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저자가 독일을 역사 교사인만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서 썼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나 같은 한국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을테니까. 아마도 이렇게 낮춰서 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눈높이를 높이는 수 밖에. 

그래도 내가 느끼는 건 중세 암흑기라고 하지만 그래서 더 빛나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세를 연구하는 학자도 많고. 읽다보면 영화 보기엔 성공했으나 책 읽기엔 실패한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을 다시 붙들고 싶게 만든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중세 이야기라고는 하나 저자가 독일 사람이라 그런지 주로 자기네 나라의 이야기를 많이 다룬 것 같아 그 이야기를 다룸에 있어서 폭이 그다지 넓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겸해서 독일사의 한 단면을 보고자 원한다면 한번쯤 읽어도 무방하다고 말하면 이 책을 너무 가볍게 보는 거라고 하려나? 하지만 저자의 이 말은 한 번쯤 곱씹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의 삶에 관한 전설이나 신화, 일화들은 객관적인 역사 문헌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속에 서술된 내용은 실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할 때 이러한 것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전설이나 신화, 일화는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 속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전설이나 신화, 일화는 인물들이 살던 당시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실제 역사와는 다른 색깔을 입힌 이야기들이다. 전설과 신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선전, 선동의 목적으로 일부러 꾸며 낸 것일 수도 있고 의식적으로 과장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전설이나 신화를 바라본다면 그것이 발생한 당시의 시대상에 관한 중요한 정보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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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0-3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관점에서 보는것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세가 동화적이라곤 할수 없지않을까요?
낭만적인 기사도를 생각하신다면 동화적이라고 할수 있지만 사실 기사도라는 것도 너무 미화된것이 사실이죠.
유럽의 중세를 다룬 인문 서적을 읽어봤더니 너무 허걱한 부분이 많더군요.그래서 중세를 암흑기라고 했나 봅니다.

stella.K 2009-10-31 20:37   좋아요 0 | URL
날카로운 지적이네요. 그런데 정말 동화책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건 아마도 이국적인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작가가 최대한 정치적 색깔을 빼고 평이하게 다루려고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중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시피한
저의 인상은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