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나 - Malen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탈리아 영화를 보면 참 능청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자기는 너무 심각한데 보는 사람들은 너무 웃긴 거. 이탈리아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요소들을 의외로 많이 발견하게 돼 영화를 보는 것이 즐겁다. 

여기 또 그런 한편의 영화가 있다. <말레나>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사춘기 소년의 성적 판타지를 극대화시킨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스틸 사진을 보라. 사춘기 남자아이들이 쪼르륵 앉아 있다. 그중 맨 오른쪽에 지중해의 햇빛을 받아 허옇게 들떠 보이는 남자아이가 이 영화의 화자인 레나토다. 또한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영화제목 그대로 말레나. 모니카 벨루치가 이 역을 맡았다. 그녀는 영화내내 고혹적인 자태로 걷는게 인상적이다.   

때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이 마을은 말레나가 나타난 이후 들썽이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말레나를 지켜보느라 침을 줄줄 흘릴 정도고, 여자들은 이 '위험한 여자'로부터 남편을 지켜내야하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내아이들은 말레나가 여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마을 여자들은 애초부터 말레나를 너무 질투한 나머지 창녀라고 수근거리고 다녔고 실제로 그녀를 모함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말레나는 전쟁 중 남편을 잃고 일자리를 구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동네 아낙들이 그녀에게 일자리를 구해주지 않기로 결의했고, 남자들 역시도 아내들이 무서워 말레나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이 마을 아낙들 꽤나 드센가 보다. 아니면 남정네들이 너무 약하거나. 어찌 그리도 졸지에 과부가 된 여자에게 이리도 못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디 그뿐인가? 남자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말레나의 불리한 상황을 이용해 도와주겠다고 접근해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그녀는 서서히 마을 남자들의 놀이게 감으로 전락해 간다.  

그런데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말레나의 아버지가 공습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면서 압사당하는 사고를 겪게되고 만다. 말레나는 그때까지 자기를 지켜준 마지막 사람이 죽은 것을 알고 진짜 창녀가 되기로 결심한다.(이때의 모니카 벨루치의 이미지 변신이 놀랍다.) 

한편 레나토는 말레나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지고 영화 전편에 걸쳐 그녀 덕분에 그의 정신적 키의 50뼘은 더 컸을 것이다. 또한 그의 관음증을 통해 말레나의 전락과 마을 사람들의 위선을 가장 정확하게 지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육체도 그의 정신만큼이나 하루아침에 훌쩍 커버리면 얼마나 좋았으랴? 그러나 그의 정신에 비하면 육체는 형편없이 아직도 작다. 그래서 영화 내내 한번도 말레나와 맞닥뜨리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가슴만 쓸어내려야 했다.  

결국 그 어린 육체가 할 수 있는 건 소년들이나 입는 반바지를 이젠 입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과 말레나 속옷을 훔쳐 아버지로부터 변태라는 오해를 받으며, 말레나의 수호천사를 자청하는 정도가 전부다.  

수호천사를 자청해서는 누구라도 말레나를 험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즉각 응징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응징이라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저 마을 아줌마의 핸드백에 오줌을 갈기는 정도?ㅋ 아, 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런 소년이란 말인가? 

하지만 레나토가 어른이 되었음을 가장 정확하게 직감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말레나만 보면 흥분이 지나쳐 기절을 할 때 여자들은 부적을 사용하며 온갖 주술을 써 보지만 정작 레나토의 아버지는 그를 홍등가로 밀어넣는다. 거기서 총각 딱지(?)를 떼라고. 그 얼마나 현실적이면서도 웃기는 발상인가? 13살 어린 아이에게 말이다.  

이 영화는 가부장 혹은 마초들을 냉소하기 위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여자를 지키는 건 여자가 아니다. 그것은 남자다. 말레나를 보라. 좌청룡우백호라고 할 수 남편과 아버지가 죽자 사람들이 얼마나 그녀를 마음껏 놀려댔는지를. 그래서 역으로 그런 그들을 놀려주기 위해 말레나는 스스로 창녀가 되었다. 하다못해 적대국인 독일 병사들조차 상대하면서 한껏 놀려주지 않았던가?   

그런 말레나에게 표창을 못해줄 망정 전쟁이 종식되자 마을 여자들은 흥분한 나머지 성난 군중이되어 말레나를 마녀사냥 하기까지 한다. 말레나를 마을 사람들이 보는 갈기갈기 찢고 짓밟아주는 것이다. 그랬을 때 남자들 어느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레나토 조차도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할 뿐 구해 줄 수가 없다.(여기서 아무리 모니카 벨루치지만 역을 소화에 내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말레나는 결국 찢어진 마음을 안고 얼굴을 가리운채 마을을 떠난다.   

그런데 왠일인가? 말레나가 떠난 후 지금까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의 남편이 팔 하나를 잃은 채 마을에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심히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자기네들이 말레나를 어떻게 했는지를 알면 그를 똑바로 대할 수가 없다. 그때 용기있게 말해준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지켜 본 레나토 뿐이다.  

남편은 기꺼이 말레나를 찾으러 가고, 1년 후 둘은 또 다시 마을에 홀연히 나타난다. 그때야 비로소 마을 사람들은 말레나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게되고 그녀는 기꺼이 그들의 손을 잡는다. 영화는 거 봐라. 여자에겐 역시 남자가 있어야 한다니까!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말했던 대로 이 영화는 가부장을 냉소하기 위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낀 건 이 영화는 어쩌면 성경의 그 유명한 예수님 간음한 여인, 즉 너희 중 죄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치라는 말씀의 또 다른 패러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엔딩에서 레나토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여운을 남긴다. 정확한 건 옮길 수 없지만, 그후 나는 성인이 되어서 몇몇 여자들을 거쳤지만 정말 마음을 준 사람은 말레나 밖에 없다나? 나는 그 나레이션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말 믿어? 말아? 후후.  


이 스틸 컷이 좋다. 바다의 풍광도 좋지만 기운 자전거가 왠지모르게 운치를 더한다.  

아, 이 영화 언제고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 아직 안 봤다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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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8-2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제게 모니카를 닮았다고해서 다운 받아놓은 영화였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스텔라님의 리뷰와 강추에 힘입어 빨리 보게 될것 같아요.

stella.K 2009-08-29 18:05   좋아요 0 | URL
보시면 제 리뷰 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끼실 것 같아요.
꼭 함 보세요.^^

stella.K 2009-08-29 18:08   좋아요 0 | URL
헉, 그런데 반딧불이님이 모니카를 닮으셨다고요?
사진 올려주세욧!ㅋㅋ

하늘바람 2009-08-2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본 것같은데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09-08-29 18:06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젠가 다시 보게될 것 같아요. 바람님도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