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A Famil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생각해 보면 가족처럼 질기고도 무시무시한 애증으로 묶인 관계가 또 있을까?  

사람이 좋다가도 싫으면 안 보고 안 만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족은 그렇지가 않다. 가까이 있으면 가까이 있는데로 싫고, 멀리 있으면 싫은데도 걱정이 되는 게 가족이란 존재다. 

더구나 식구가 서로에 대해 늘 사랑하는 마음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면 더 바랄나위 없겠지만 오히려 서로에게 아픔을 주고 고통을 준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버려서라도 그와의 관계를 잘라버릴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가족이다. 내가 가족에게 가족이 나에게. 

여기 해체된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다친 눈 때문에 인생을 비관하고 딸은 이런 아버지가 싫어 조직에 발을 들여 놓았다 교도소까지 다녀오지만 여전히 그 조직으로부터 자유하지 못한다. 또한 이 때문에 아버지는 딸을 미워하고 딸은 아버지를 미워한다. 그나마 이들 중간에서 숨통을 틔게 해 주는 존재는 늦둥이 아들이요 동생이다. 둘은 너무나 이 아들을, 이 동생을 사랑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 아들을 위해 딸이 교도소를 출감한 이후 독립할 것을 명령하고 딸은 아버지가 싫지만 이 동생을 위해서라도 집에 남길 바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그나마 딸의 골수라도 이식해 생명을 연장하길 바랬지만 그마저도 좌절되고 만다. 그러던 중 딸은 아버지 친구를 통해 아버지가 왜 눈이 다치게 된 것인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사실 딸이 어렸을 적 실수로 그렇게 한 것이었다. 워낙에 어렸을 적일이라 이를 알리 없는 딸은 아버지가 그저 나쁜 사람들과 싸우다 다친 줄만 알았다. 그리고 그 울분을 평생 가족에게 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알고부터 부녀지간은 그전까지 냉담했지만 어느 새 어색한 애정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둘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앞으로의 생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딸의 조직과의 인연을 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딸은 마지막으로 조직의 보스를 살해하는 것으로 그 질긴 인연을 끊고자 하나 채 행동도 취해 보기도 전에 상황은 이미 종료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부성애의 십자가를 진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뭘 말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게 그저 그렇고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15분이 영화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장렬한 느낌마져 갖게 한다. 



특히 아버지역의 주현 씨의 별로 힘들어가지 않은 연기가 정말 볼만하다. 

이즈음 그는 특유의 코믹스러운 이미지에 갖혀 많은 개그맨들이 앞다퉈 그의 이미지를 흉내내곤 했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에겐 좋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 이미지에 갇히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새로운 모습과 묵직한 농익은 연기를 볼 수가 있어서 가히 한국의 막스 폰 시도우(이 사람은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 배우로서 최근 영화로는 <잠수종과 나비>가 있다.)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딸 역을 맡은 수애 역시 단아하면서도 연기적 몰입도가 좋은 배우란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를 보다가 드는 생각은 역시 모성애는 늘 잔잔히 흐르는 뭔가가 있지만 부성애는 평소에 수면 밑으로 숨어있어 있는 듯 없는 듯 확인할 수 없는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결정적일 때 있는 힘을 다 끌어 모아 분출시키는 강력한 힘을 갖는 그 무엇으로 말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인간은 긍정적인 기운을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놀라운 존재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 가족이란 평소 땐 지긋지긋 하다가도 결정적일 때 운명도 맞바꿀 수 있는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어찌 가족을 천륜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란 말은 그냥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짜임새도 좋고 강추할만한 영화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9-06-0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해전에 봤던 영화에요.
수애, 좋더군요.
주현이 딸을 위해 무릎 꿇던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저 위 사진 보니 그러고보니 박원순도 나왔었군요.ㅎㅎ

stella.K 2009-06-09 16:44   좋아요 0 | URL
ㅎㅎ 프레이야님, 박희순이어요. 박원순은 변호사겸 녹색운동 하시는 분이죠.
맞아요. 무릎꿇는 아버지. 아버지는 그렇게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하는구나 싶더군요. 영화 의외로 괜찮았어요. 그죠?^^

프레이야 2009-06-09 17:18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요새 잘 이래요. 치매(?)는 아닐테고..ㅎㅎ
왜 박원순님을 생각했을까요?

stella.K 2009-06-09 17:5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러는데요 뭐.^^

스파피필름 2009-06-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만큼 영원히 숙제인 관계도 없을 것 같아요.. 물론 화목한 가정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요.. 이 영화 보고 싶어지네요.. ^^

stella.K 2009-06-09 10:49   좋아요 0 | URL
스파피필름님 오랫만이어요. 이 영화 시간 나실 때 한번 보세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