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이야기 2 - 홀로서기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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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가 점점 더 성숙해져 간다. 그도 그럴 것이 지로는 이제 본격적인 사춘기가 되었다.  

1권에서는 제멋대로고 자아가 강한 천둥벌거숭이 였다면 2권에서의 지로는 진지하다.

사람이 진지해진다는 것은 나와 세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에 골몰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2권에서의 지로는 여전히 고집이 세고 동시에 의협심도 강하다. 하지만 세상과 어떻게 타협하고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더 많이 치중하다 보니 쉽게(?) 자신의 뜻을 바꾸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로선 바람직해 보인다. 그것은 지로 주위에 좋은 선생님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어른이 없다면 지로는 자기가 보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다소는 삐뚤어지고 독단으로 흐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 인간이 성숙하기까지 주위 사람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바로 이러한 사람 때문에 독단으로 흐를 수 있는 것도 막을 수 있으며 세상을 좀 더 긍정하고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사쿠라 선생님은 지로에게 있어 얼마나 좋은 선생님이 었던가?

물론 지로 주위에는 항상 좋은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로의 친할머니는 여전히 지로에겐 부담스럽고 싫은 존재다. 하지만 1권과 달리 그는 이제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으며 때론 불쌍하다고도 고백한다. 물론 할머니와 좋게 지낼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런 중에도 그런 마음까지 먹을 수 있다는 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때론 사람의 새로운 발견은 시간이 흘러야 진가가 들어나는 경우도 있다. 지로에게는 새어머니가 그랬는데 그전까지 그에게 새어머니의 존재는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어머니를 새롭게 조망하게 되는 건 상황과 환경의 변화가 가져다 주는 축복이 아닐 수가 없다. 

어찌보면 지로는 오늘 날을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오늘 날 지로같은 청소년이 없으란 법은 없겠지만 이만큼 진지하고 어른스러울 수 있을까? 

학원 다니기도 빠듯한 오늘 날의 청소년들이 언제 이렇게 자기 앞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진지해져 볼 수가 있겠으며 언제 어른들의 말을 청종할 시간이나 기회가 있을까? 그런 기회를 가져도 과연 좋은 말을 들려줄 그런 어른이나 선생이 있을까?  

물론 이것은 또 어쩌면 기우인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오늘 날의 청소년들이 공부만하고 자기가 관심있는 것이 아니면 나머지 것들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런 이기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로벌 리더로서 내일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고 말할 사람이 있다면면 다행이다. 나는 청소년 아이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며칠 전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이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겠다. 그것을 알려면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며 과연 시의적절한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것을 보면 하나 드는 생각은 우리의 아이들이 생각없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런 중에도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 조언해 줄 선생님이 계시다면 좋을텐데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무조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너희들이 무슨 주제넘게 시국선언이냐고 윽박지르거나 반대로 그러한 청소년들의 까지도 정치에 이용해 먹는 선동적인 어른이 있다면 반성할 일이다. 단지 청소년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될지라도 그것을 긍정해주고 앞으로 그것이 그들 자신에게 미쳐질 것들에 대해 그리고 나라의 장래에 이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를 스스로가 판단해 볼 수 있는 그런 것으로까지 사고를 넓혀 주고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지로가 뜻있는 친구와 함께 뜻하지 않게 정치적 사건에 연루된 아사쿠라 선생님 구명 운동을 하는 과정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읽으면서 오래 전 나는 주일학교 교사를 한 일이 있었는데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선생님이 었을까 반성을 하게도 된다. 

아무튼 지로는 참 멋진 아이다. 본권은 청소년기가 주를 이루어 씌여진만큼 청소년기는 아무래도 생각이 많은 시기라 내용 역시 어느 만큼은 사변적인 생각과 대화체 문장들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어찌보면 조금은 지루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만큼 작가 자신의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다. 

1권 때도 그랬지고 자전적 소설이라 더욱 그렇긴 하겠지만 이 소설은 가식이 전혀 없다. 조미료 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담백함 그 자체만을 담았다.(어찌보면 7,80년대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그래서 누구는 건조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배재되 있기 때문에 인생의 맛 그 순수함을 느낄 수 있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진실을 담은 문학 작품은 그래서 그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는가 보다.(우리나라엔 이제 소개가 됐지만 일본에서는 꽤 오래된 작품인 듯 하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더불어 또 하나 생각한 것은 우리도 이 책처럼 자기 자서전 하나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그것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든 아니던 지간에 말이다. 그러면 지로처럼 감사할 것들이 훨씬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진지하게 살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자기 살아 온 걸 책으로 쓰자면 10권쯤 나올 것이라고 하면서 왜 단 한 권도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작고하신 이청준 선생의 '자서전들을 씁시다'란 책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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