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이벤트 종료)
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인간은 많은 오류를 범하면서 산다. 

인간은 오해할 수 있으며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것들을 의심하고 실수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많은 실수와 오류를 범하고 때로는 그것을 쉽게 인정을 하면서도 결정적일 때 절대로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강철 같다.   

여기 한 엄마가 있다. 약재상을 하며 지능이 낮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들을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아들의 지능은 유치원생 수준이라 방금 자기가 한 말, 한 일을 너무도 쉽게 잊어 먹는다.  

이런 바보 아들이 어느 날 살인을 저질렀다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믿을 수 있겠는가?  

마침 이 아들에게는 질 나쁜 친구가 한 사람 있었다. 아들에겐 유일한 친구이겠지만 엄마는 평소 아들에게 이 친구와 놀지 말라고 틈만나면 타이른다. 하지만 아들은 그것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가 아들이 그 친구와 놀지 말기를 바라는 것은 단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 친구로 인해 아들이 악에 물들까 봐서이고 아니면 나중에라도 헷고자를 당하게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분명 이 친구가 사람을 죽인 범인이며 그 누명을 아들에게 씌웠다고 생각하고 그 증거를 잡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친구의 집을 잠입해 증거를 확보한다.  너무도 당당하게 그 증거를 경찰에 보이지만 왠걸 그것은 보기 좋게 불발이 되고 만다.  

엄마는 오히려 덤태기를 쓰고 명예를 훼손했다 하여 아들의 친구에게 돈을 물어주게 생겼다. 그뿐인가? 아들을 구명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지만 그 변호사는 정말 별 볼 일 없는 싸구려 변호사에 지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엄마는 아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면 할수록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사람은 나락으로 떨어지면 떨어 질수록 날개가 생기는 법이다. 더구나 그것이 아들을 사랑하는 모성애 때문이라면 한층 더 높이 날수가 있는 것이다. 

평범한 촌부에 지나지 않았던 엄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점점 더 똑똑해지고, 담대해지며, 영리리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그러나 그대 엄마여, 그렇게 단 날개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엄마가 원하는 대로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으며 당신의 날개는 거기서 부러지고 만다.  

설마 내 아이가? 그 바보 같고 사슴 같은 눈을 가짐 내 아들이 살인죄를 저질렀다고? 그것을 나더러 믿으라고? 

그것은 정말 엄마로서는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가 없었으며,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 아들의 살인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인 고철장수 노인을 둔기로 찍어 살해를 하고 그 사실을 인멸하기 위해 노인의 집을 불 사른다. 그리고 엄마는 들판으로 나와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묘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것이다. 무지한 모성애에 바치는 제의라고나 할까? 

카인만이 아벨을 죽여 놓고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라고 하나님께 항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부자지간에도 모녀지간에도 자매지간 또는 이렇게 모자지간에도 또 다른 모습으로 항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아이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믿는 엇나간 이 모성애도 궁극적으론 자기애의 다름이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그렇게도 자애로워 마지않는 이 모성애란 것도 것도 말이다. 

옛적부터 지금까지 우리네 엄마들은 혹시라도 자식이 잘못되면 그것은 내 아이 탓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 그것은 친구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며 시대가, 상황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카인의 항변과 그 모양새만 다를뿐 그 이치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리고 또한 그것이 모성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아이를 지키고 싶은 게 모성이란 말이다.

그러고 보면 악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확실히 자기 안에 내재해 있으며 무지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을 알지 못하는 그것. 자신이 아는 것 외에 나머지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지극한 자기애. 그것을 보편적인 언어로 '자기애의 오류'라고 밖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오류는 이 엄마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감독은 경찰의 무능함을 조롱이라도 하듯 아들은 나중에 무혐의로 풀려나고 애꿎은 다운증후군의 청년을 살인범으로 몰아 죄인으로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진실을 아는 건 '마더' 혼자일 뿐이다.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 또한 자신만이 안다. 이 무슨 천형이란 말인가? 아무에게도 고백하지 못하고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은.  그것을 잊기 위해 마더는 스스로 자신의 혈자리에 침을 놓고 춤추는 관광버스 그 틈속에 자신을 숨겨버리고 만다.     


영화 내내  신들린 듯한 연기를 했던 김혜자. 그녀 외에 누가 이 연기를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왠만한 수사관 못지 않은 냉철함과 영혼이라도 맞바꿀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 간극을 두려움과 공포, 광기로 스크린을 꽉 채웠던 그녀에게 정말 가슴에서 울어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과연 그녀는 우리의 국민 어머니란 찬사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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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1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1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1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1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6-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러가야 하는데요..
잘 읽었습니다. 꾸욱!

stella.K 2009-06-01 10:49   좋아요 0 | URL
대체로 영화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 같습니다만
어떤 사람은 무슨 영화가 이러냐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뭐 그다지 유쾌한 영화는 아니죠.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역시 프레이야님은 명품 리뷰를 볼 줄 아시네요. 음하하하~
어제 유난히 공들여 쓴 리뷰걸랑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