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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이야기 1 - 세 어머니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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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두꺼워서(무려 600페이지가 넘는다) 읽기가 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묵직한(내용으로 보나 두께로 보나)책이 한 권도 아니고 무려 세 권이란다. 앞으로 2,3권을 계속 읽을지 모르겠지만(기회만 된다면 모두 완독하고 싶은 생각도 확실히 있다. 그런데 왜 서평단은 1권만 보내주는지 모르겠다. 이왕 서평단에게 서비스 할 것 같으면 끝까지 잘 해라! 2,3권은 너희들이 사서 봐라는 식의 이런 이벤트는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1권까지의 나의 소회를 먼저 말한다면, 근래에 보이드문 만족한 독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고 많은 자잘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큰 감동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주인공이 세상과 자아에 눈 떠가는 과정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가 있다. 또한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아련해지는 순간이 참 많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묻게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찌보면 철학적 질문이라기 보단 교육학적 질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이 질문이 교육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인간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 같다. 

지로의 경우를 보자. 그는 날 때부터 교육을 위해 남편이 어느 초등학교 교지기(아마도 지금의 수위쯤 되는 것 같다.)로 있는 유모의 집에 일정 기간 위탁되어 진다.  

참 단순하지 않은가? 과연 교지기가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남의 자식인데 그 집에 잠시 위탁되어진다고 해서 과연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인생 초반 지로는 엄마와 적지 않은 갈등을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친할머니와 갈등, 형제들 특히 동생과의 갈등은 내내 지로를 힘들게 만든다. 그러니 지로의 교육을 위한 선택을 위해 교지기의 집에 맞겨진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로가 인복은 있는가 보다. 1권은 지로 인생의 청소년기까지만 다루고 있는데 중간 중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초기 엄마와 친할머니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암초 같은 존재였다. 사실 어찌보면 이들도 긴 안목에서 봤을 때 지로에게 꼭 나쁜 사람으로만 비쳤던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나쁜 사람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니까.  또한 그렇게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야 내가 성숙해진다. 당시는 괴롭긴 하겠지만.

아무튼 그런 가운데서도 지로 인생에 있어서 정말 다행인 것은 그의 아버지가 그리고 유모가, 의붓 외할아버지와 중학교에 들어와서 만난 선생님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 생활이 심드렁 할 때 만났던 선생님은 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되고 인생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또한 그것은 지로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정말 나에게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나 또한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쳤던 선생님이 몇 분 계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할 선생님이라면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지금도 기억하는 건 이선생님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고, 내가 신앙에 귀의하게 된 것도 이선생님의 영향이 크다.    

그러고 보면 어른은 말 그대로 선생(先生)이고, 선생이어야만 한다. 

책에도 보면 지로의 친할머니는 지로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놓은 인물로 나오는데 아이를 탓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짓이다. 지로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다 지로보다 나이 많은 어른이었다. 아이가 나쁘다면 누구에게로부터 영향을 받았겠는가? 그것 또한 어른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나무란다는 건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그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어른이 먼저 훌륭해지면 되는 것이다. 아니면 나 자신 훌륭해 질 수 없다면 훌륭한 어른 밑에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주위에 내 아이를 맡길만한 훌륭한 어른이 있는가? 우리의 아이가 언젠가 나를 보고 배울지도 모르는데 나는 과연 본받을만한 어른인가? 이것에 우리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오늘 날의 교육도 그렇다. 지식을 전수하는 면에서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열이란 건 세계적으로 그 명성과 권위를 자랑하지만 진정한 전인교육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이 전인교육이라는 건 아무리 교육공학이 발달이 되어도 사람이 아니면 전수할 수 없는 것인데 누가 전달해 줄 것인가? 과연 이 책에 나오는 선생님들이 이 시대에도 존재할까?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에게 감동스러웠던 건 지로가 인생의 수 많은 역경과 안개속을 하나 하나 헤치며 나가는 장면이 참으로 좋았고 지로가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런 점에서교육의 완성은 인격의 완성을 이루는데 있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사랑 받기에 합당한 존재들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자기 존재와 사명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은 바를 고백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체험에서 나오는 고백처럼 울림이 강한 것도 없을 것이다.  

책이 지나치게 두껍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수도 있겠지만 쉽게 풀어낸 문체가 읽는데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고 몰입도 좋았다. 일독을 강추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고 싶다면...!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시누헤1,2>. 자아에 눈 뜨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나 개인적으론 그다지 권할 생각은 없는 작품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남에게 이기는 길을 구하지 말라. 나를 이기는 길을 찾기에도 인생은 짧다." 

"......다른 이의 허물을 사랑하는 것이 지혜이며 용기다." 

"......세상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면 너의 고통부터 견뎌라." 

"......나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더라도 그를 위해 좋은 일이라면 그를 위해 실천하라." 

"......젊음은 누구에게나 불행하다. 불행을 이겨내지 못하면 인생은 아무 것도 아니다." (5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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